우리 국회에선 임기 종료 직전 상임위별로 해외 출장을 가는 것이 관례처럼 굳어져 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속 민주당 의원 2명은 농산물 직불제와 산림 정책을 돌아본다며 최근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를 다녀왔고, 보건복지위 소속 민주당 의원 2명은 한국의 보건 의료 지원 사업 현장을 살펴본다며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믹타(MIKTA) 국회의장 회의’ 참석을 위해 중남미와 미국을 도는 10박 15일짜리 출장에 나선 상태다. 여야 의원 5명을 포함해 수행원 10여 명을 대동했다.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박병석 의원도 동료 의원 5명과 함께 우즈베키스탄·일본 출장 중이다. 국회 평화외교포럼 대표단 자격이다.
이런 임기 막판 출장이 4·10 총선 이후에만 최소 15건이라고 한다. 이 기간 해외로 나가는 의원은 50명이 넘고, 쓰게 될 나랏돈도 20억원을 웃돌 전망이다. 올해 국회가 의원들의 해외 출장을 위해 잡아 놓은 예산도 역대 최대인 202억7600만원이다. 이런 출장을 전부 외유성으로 매도하긴 어렵다. 하지만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싸우다 언제 그랬냐는 듯 함께 여행을 떠나는 여야 의원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일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2만5830건이지만 처리된 건 36.6%인 9454건에 불과했다.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20대 국회의 36.4%에 버금간다. 그래도 의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외유를 떠난다. 4년 내내 3류 정치 해놓고 임기 막판 1류 정치 공부하러 간다니 영문을 모를 일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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