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잔고 부족'... 단순 과실 수준
고의적 불법 공매도 행위 증명 못해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가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공매도 제도 개혁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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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갑작스러운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의 배경이 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 행위가 추가로 적발됐다. 그러나 고의적인 시세조종이나 미공개 정보 이용 행위는 발견되지 않았다. 공매도 금지 조치의 근거가 빈약했다는 뜻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진행한 글로벌 IB 전수조사(14개사) 과정에서 총 2,112억 원 규모의 불법 공매도를 발견했다고 6일 밝혔다. 이미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까지 끝낸 2곳(556억 원) 및 올해 1월 중간조사 결과로 발표한 540억 원을 제외하면 1,556억 원 규모가 새롭게 적발됐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나머지 5개사에 대해서도 계속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해외 금융당국과 꾸준히 공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적발된 무차입 공매도는 규모는 크지만, 차입 수량을 잘못 입력하거나 보유 잔고를 확인하지 않고 주문을 제출하면서 생긴 잔고 부족 등 대부분이 업무상 과실 수준이었다. 함 부원장도 "지금까지 조사한 9곳에선 직접적인 불법이라기보다 잔고 관리 쪽의 실수가 많았다"며 "한국 공매도 법규에 대한 이해도 부족과 내부통제 시스템 미비, 운영자 과실 등이 문제였다고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처음엔 실수였다 해도 잘못을 인지한 뒤에도 계속 주문이 이어졌다면 단순 과실로만 보기 어렵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IB들과 꾸준히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용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회계담당 부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 전수조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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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글로벌 IB들이 의도적으로 시세조종을 위해 불법 공매도를 이용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간 글로벌 IB가 여러 나라에서 관행적으로 해 오던 업무 방식이 국내 법과 맞지 않았을 뿐, 일각에서 우려하는 '해외 공매도 세력이 만든 기울어진 운동장'은 근거가 없었다는 뜻이다.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 공매도를 국내 주식시장의 문제점으로 '저격'하면서 급작스럽게 결정된 공매도 전면 중단 조치의 당위성이 사라지는 셈이다. 금감원은 문제가 된 글로벌 IB에 대해 제재 절차를 밟는 한편, 국내 공매도 제도 개선 작업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이 불법 공매도 방지 전산 시스템을 여전히 준비하고 있는 만큼 6월 말로 예정된 공매도 중단 조치는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기관 투자자가 스스로 공매도 처리 과정을 전산화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정부 방침이기 때문에, 전체 시스템 구축에는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함 부원장은 공매도 금지 조치 연장 여부를 묻는 질문에 "말할 위치가 아니라 권한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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