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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믿었던 너 마저?” 한국서 사는 귀한 손님…이러다 사라진다 [지구, 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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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점박이물범 [인천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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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커다란 눈망울에 한껏 뻗은 수염, 매끈하고 포동포동한 몸집의 점박이물범. 이 귀여운 생명체는 전세계 18종류의 물범 중 우리 바다에만 사는 특별한 물범이다.

그러나 점박이물범을 언제까지 볼 수 있을지 모른다. 100년 새 개체 수가 약 4%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점박이물범이 우리 바다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지구 상에서 사라지게 된다.

점박이물범을 지키려면 그에 앞서 바다를 지켜야 한다. 환경단체들은 그물 등 해양 쓰레기를 줄이고 나아가 해양보호구역을 늘려가야 한다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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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에 서식 중인 점박이물범 [환경운동연합, 홍승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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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산태안환경교육센터는 시민모니터링을 통해 가로림만에서 헤엄을 치거나 모래톱 위에서 쉬고 있는 점박이물범 4마리를 확인했다. 서산태얀환경교육센터는 해마다 7차례에 걸쳐 점박이물범의 나타나는지 조사한다. 2021년에는 12마리까지 발견됐다.

환경운동연합도 지난달 백령도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점박이물범을 마주했다. 점박이물범은 중국에서 겨울을 나고 3~11월 우리 바다로 넘어온다. 인적이 드문 만큼 백령도에는 해마다 200~300마리 가량 찾아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점박이물범을 볼 수 있는 곳은 백령도와 가로림만 정도다. 1930~1940년대만 해도 점박이물범 8000여 마리가 살고 있었지만 현재는 300여 마리만 남아 있다.

점박이물범은 1급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지정됐고, 점박이물범이 자주 나타나는 가로림만 일대도 국내에 2곳밖에 없는 해양생물보호구역 중 하나다. 그럼에도, 이 속도라면 점박이물범이 사라질 수 있다. 점박이물범, 그리고 우리 바다를 살리기 위해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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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시·태안군 가로림만을 찾은 점박이물범 [충남도 제공]


점박이물범이 줄어드게 하는 주 원인은 역시 해양쓰레기다. 서해안은 어업 밀집도가 높은 편이라, 눈에 보이지 않는 그물들이 바닷속에 가득하다. 포유류로 때가 되면 수면으로 올라와 숨을 쉬는 점박이물범이 그물에 걸리면 질식사하게 된다.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생활쓰레기들도 문제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폐사한 물범의 뱃속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발견된다고 한다. 점박이물범이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하고 삼키면 이를 소화하지 못해 장폐색이 일어난다.

점박이물범의 먹거리도 줄어들고 있다. 점박이물범은 오징어, 명태, 새우 등을 주로 먹는데, 우리 바다가 뜨거워지면서 명태와 오징어와 같은 한류성 어종이 자취를 감췄다.

어업과 생활쓰레기, 수온 상승 등 우리 바다에서 벌어지는 변화들이 점박이물범이 살아남기 어려운 이유가 된다. 장진원 해양수산국장은 “점박이물범은 가로림만 해양생태계의 다양성과 건강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동물”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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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에 걸린 물범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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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환경단체들은 점박이물범을 비롯해 우리 바다를 보호하려면 해양보호구역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세계 해양학자들은 2030년까지 해양 면적의 30% 이상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본다. 국제자연보전연맹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해양보호구역은 2.46%다.

특히 최근에는 해양보호의 영역을 공해로까지 넓히자는 논의가 활발하다. 지금까지 해양보호는 각국의 영해 내에서 주로 이뤄졌다. 전세계 바다의 61% 주인이 없는 공해다. 공해 중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1%에 불과하다.

이에 지난해 2030년까지 공해의 30% 이상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유엔 합의가 이뤄졌다. 이를 골자로 한 국제해양조약도 비준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60개국 이상 비준하면 국제해양조약이 발효되고, 비준한 국가들은 조약을 법제화해야 한다.

최근 유럽연합(EU) 의회에서 비준 동의안이 통과되면서 국제해양조약 발효에 속도가 붙고 있다. 유럽연합이 합류하면 국제해양조약 비준을 마친 국가들은 31개국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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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활동가가 한국 정부의 글로벌 해양조약 비준을 촉구하는 배너를 들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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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국내 환경단체들도 정부에 국제해양조약 동참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은 생물다양성보호지역확대우호국연합(High Ambition Coalition) 소속으로 국제해양조약을 적극 지지해왔다. 내년 10월에는 ‘제10차아워오션컨퍼런스(Our Ocean Conference)’ 국내 개최도 앞두고 있다.

김연하 그린피스 해양 캠페이너는 “국제해양조약 합의를 적극 지지하며 서명까지 마친 한국 정부는 조속한 비준을 통해 공해 보호를 위한 리더십과 실행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진정한 해양보호 선도국으로 발돋움하려면 국제해양조약을 조속히 비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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