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는 검문소 로켓 공격-이스라엘은 라파 보복 공습 및 알자지라 폐쇄…휴전 협상 ‘노딜’ 위기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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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말의 휴전 기대가 피어났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협상이 결국 ‘노 딜(No Deal·결렬)’로 끝나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라파 지상전 개시가 코앞에 닥친 모양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6일 라파 지역 민간인들에게 대피를 공식 명령했으며, 이스라엘 국방부는 미국 측에 “라파 작전은 불가피하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이 벽에 부딪히자 곧장 지상작전 태세에 돌입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뒤 처음으로 이스라엘에 탄약 수송을 보류하며 라파전 제지에 나섰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5일 “이스라엘은 홀로 설 수 있다”며 ‘마이웨이’를 고집했다.
● “라파 민간인 10만 명 우선 대피령”
IDF는 6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정부 승인에 따라 라파 동부에 있는 알마와시 일대 ‘인도주의 구역’을 확대했다”며 “주민들의 해당 지역 대피를 단계적으로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IDF는 이어 “이번 이동 요구는 소규모 제한적인 영역만 해당되며, 약 10만 명의 주민이 이동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라파전 지상전 돌입을 앞두고 본격적인 주민 이동에 들어간 것으로, 실제 이날 주민 수 천명이 대피를 시작했다.
요하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이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하마스가 협상 제안을 거부하고 로켓포 등으로 공격해 우리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는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작전이 개시된다는 최후 통첩”이라고 설명했다.
IDF는 지상작전 돌입에 앞서 ‘인도주의 구역’으로 설정한 지역에 야전병원과 텐트, 식량, 물, 의약품 등을 대량으로 구비해놨다. 미국이 요구한 ‘민간인 안전’을 위한 것들을 갖췄다고 보여주려는 취지다. 그럼에도 민간인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이란 미국과 국제사회의 우려가 크다. 현재 라파 주변으로는 피란민이 140만 명 이상 몰려있다.
이스라엘은 이번 휴전 협상의 결렬을 지상전 개시의 계기로 삼으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4, 5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진행됐던 협상은 최대 관건인 종전 여부를 놓고 서로 대치하며 중단됐다. 하마스는 파견 대표단을 카타르 도하로 이미 철수시킨 상태다. 미국은 서둘러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카타르로 보냈지만 추가 협상 전망은 불투명해졌다.
이스라엘이 5일 중동·아랍권 최대 뉴스네트워크인 알자지라방송의 자국 사무소 퇴출을 결정한 것도 협상엔 악재였다. 협상 중재국인 카타르의 지원을 받는 알자지라는 가자지구 참상을 보도해 이스라엘 정부가 줄곧 눈엣가시로 여겼다. 알자지라는 이스라엘의 결정에 “민주주의 탄압이자 범죄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이스라엘은 5일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사이 카렘 아부 살렘 국경 출입로를 겨냥한 하마스의 로켓 공격으로 협상이 결렬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이 공격으로 이스라엘군 4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을 당했다.
● 美, 이스라엘에 탄약 수송 보류
미 정치전문매체 액시오스는 5일 “미 당국이 지난주 이스라엘로 보낼 예정이던 미국산 탄약 수송을 보류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일시적으로라도 중단한 건 처음이다. 구체적인 중단 사유나 무기 규모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이번 무기 이송 보류는 라파전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이 지상전 강행을 만류하는데도 이스라엘이 개시 의사를 굽히지 않는 것에 대한 압박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 CNN방송은 미 당국자를 인용해 “해당 선적 보류는 이스라엘의 라파 작전과 관련 없으며, 다른 선적 진행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5일 홀로코스트(유대인 대량학살) 추모일 연설에서 “과거 세계 지도자들은 홀로코스트를 멍하니 방관했다. 그건 누구도 우릴 지켜줄 수 없다는 뜻”이라며 “홀로 서야 한다면 홀로 서야 한다. 우리 스스로 방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 홀로코스트 추모일은 1월 27일이나, 이스라엘은 히브리력에 따라 해마다 이맘때 ‘욤 하쇼아’라는 자체 추모의 날을 가진다. 통상 이날은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는 게 관례였으나,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몇 년간 강력한 정치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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