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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남중국해 비밀 합의’ 중국 주장에 또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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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남중국해를 순찰하는 필리핀 선박.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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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과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두고 모종의 합의를 했다는 중국의 주장을 필리핀이 또다시 부인했다. 중국은 필리핀 전 정권에 이어 현 정권에서도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필리핀이 이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으며 소위 남중국해 ‘신사협정’을 둘러싼 양측 공방이 길어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래플러·AP통신에 따르면, 길버트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과 에두아르도 아노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각각 성명을 내 중국의 주장을 두고 “사악한 계략”, “완전히 터무니없고 우스꽝스럽다”고 비판했다. 테오도로 장관은 “국익을 훼손하는 어떠한 제안에도 동의하거나 약속한 적 없다”고 밝혔으며, 아노 보좌관은 “불법으로 조작된 9단선 혹은 10단선을 전제로 한 어떠한 합의도 절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지난 4일 필리핀 주재 중국대사관이 양국이 남중국해 세컨드 토마스 암초를 관리하기 위한 ‘새 모델’에 합의했다고 밝힌 것에 대한 반발이다. 중국대사관은 그 ‘새 모델’이 무엇인지는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올해 초 남중국해를 관장하는 필리핀 서부사령부가 (국방장관과 국가안보실을 포함한) 지휘계통의 모든 주요 관리들의 승인을 받았다는 점을 반복 확인했다”며 장관과 보좌관을 특정했다.

중국의 이러한 주장에는 필리핀 현 정권에서도 남중국해에 관한 모종의 합의가 있었다는 의미가 반영됐다. 최근 중국이 ‘남중국해 신사협정’을 주장하는 것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필리핀 주재 중국대사관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시절인 2016년 필리핀과 중국이 남중국해의 세컨드 토마스 암초를 관리하는 방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2022년 취임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현 대통령이 이를 부인하며 받아들이지 않자, 중국대사관은 지난 3일 처음으로 그 내용을 공개하며 필리핀을 재차 압박했다.

중국대사관이 낸 성명에 따르면, 양국은 암초 주변에서 소규모 어업은 허용하는 대신 군, 해안경비대, 기타 관용 비행기와 선박과 접근은 제한하기로 했다. 이 같은 내용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합의했다는 것이 중국의 설명이다. 중국대사관은 필리핀이 지난 7년 동안은 이 협정을 존중했으나 이후 “자국의 정치적 의제에 따라” 협정을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전임 두테르테 정권에서 필리핀과 중국이 남중국해 ‘신사협정’을 맺었는지를 둘러싸고는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이번 논란이 불거진 이후 “내가 기억하는 건 ‘현상 유지’라는 말뿐이다. 서면합의는 없었다. 만약 그것이 신사협정이었다면 남중국해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합의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런 비밀 합의가 있었다면 이제 파기하겠다”고 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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