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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격화되는 AI전쟁, 이재용·최태원도 참전…"경영진 만으론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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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AI반도체 고객사부터 공급망까지 직접 챙겨

SK 최태원, AI반도체 협력사 관리부터 시너지 고민까지 '일인다역'

노컷뉴스

26일(현지 시간) 독일 오버코헨 ZEISS 본사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칼 람프레히트(Karl Lamprecht) ZEISS그룹 CEO(맨 오른쪽), 안드레아스 페허(Andreas Pecher) ZEISS SMT(Semiconductor Manufacturing Technology) CEO(오른쪽에서 두번째)와 대화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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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가 산업 전반에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관련 기술을 둘러싼 기업들 사이의 주도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기업 수장들도 전 세계를 누비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AI 기술 경쟁력의 핵심이 AI 반도체로 결집 되는 가운데 이를 두고 각 기업은 물론 국가까지 뛰어들어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기존 기업 경영진 수준에서 이뤄지던 수주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 하에 그룹 총수까지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동원하는 양상이다. 각 기업 총수들까지 나선 이런 경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삼성 이재용 회장, 빅테크부터 AI반도체 업체까지 전방위 접촉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EUV(극자외선) 장비 생산업체 ASML 네덜란드 본사를 방문했던 삼성그룹 이재용 회장은 최근 ASML에 광학 시스템을 독점공급하는 자이스(ZEISS)의 독일 본사를 찾았다.

이 회장은 자이스그룹 칼 람프레히트(Karl Lamprecht) CEO 등과 만나 양사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는데, 이 자리에는 임명된지 사흘밖에 되지 않은 ASML 크리스토프 푸케 CEO도 함께했다. 아울러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송재혁 최고기술책임자(CTO)와 남석우 DS 부문 제조&기술 담당 사장 등도 동석했다.

이런 행보는 삼성전자가 공급망까지 직접 챙기며 초미세 공정 싸움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연내 EUV 공정을 적용한 6세대 10나노급 D램을 양산할 계획인데 이를 위해서는 자이스와의 협력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해당 제품은 전 세대 제품보다 더 많은 회로에 EUV가 활용되기 때문이다. D램 공정에 EUV가 적용되면 같은 칩 면적에 더 많은 기억 소자를 배치할 수 있는데, 이는 삼성전자가 AI에 필수적인 메모리칩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기폭제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AI반도체에 필수적인 HBM(고대역폭메모리)에도 D램이 투입될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EUV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경쟁사인 TSMC가 2026년 하반기부터 1.6나노 공정을 시작하겠다고 기습 발표한 상황까지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이 회장의 유럽 출장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며 반도체 공정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 출장 이후 지난 3일 귀국한 이 회장은 김포공항 입국장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밝은 표정으로 "봄이 왔네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이번 출장의 소회와 성과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지만 MOU 체결 등 공개할 만한 결과물은 아니더라도 이 회장이 이번 출장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등 기대했던 성과를 일정 부분 거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회장은 AI 시장 선도를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해 5월 AI 반도체 선도기업인 엔비디아 젠슨 황 CEO, 올해 2월 마크 저커버그 CEO를 만난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엔비디아는 AI반도체에 필수적인 HBM를 SK하이닉스로부터 독점 공급받고 있는데 젠슨 황 CEO는 지난 3월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실물 전시된 HBM3E 12단 제품에 '젠슨 승인'(JENSEN APPROVED)이라고 적으며 양사의 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AI반도체, 글로벌 협력이 필수"…SK 최태원 회장도 광폭 행보

노컷뉴스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24일(현지 시각) 미국에서 엔비디아 젠슨 황 CEO와 만나 AI 분야에서 협력을 모색했다. 최태원 회장 SNS 캡처



SK그룹 자회사인 SK하이닉스의 사업을 꼼꼼하게 챙겨온 최태원 회장도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젠슨 황 CEO를 만난 후 함께 찍은 사진과 황 CEO의 사인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은 지난 2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당시 회동 상황을 묻는 질문에 "젠슨 황은 오랫동안 본 사람인데 (그날) 인사를 하고 밥을 먹고 나오는데 (황 CEO가) 사인을 해서 줘서 SNS에 올린 것이 전부"라며 "자기네(엔비디아가 주문한) 제품(HBM)이 빨리 나오게 끔 R&D를 서둘러 달라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을 독점 납품하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차세대 제품인 HBM3E 12단 제품 개발에 앞서 성공하고, 이 회장까지 나서 황 CEO와 접촉하는 등 그 뒤를 바짝 추격하는 상황에서 양사의 파트너십을 재확인하고 이를 공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이닉스도 AI 반도체 주도권 확보의 공을 최 회장에게 돌렸다. 하이닉스 곽노정 CEO는 같은날 오전 경기 이천 본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AI반도체는 기술 역량에 더해 고객 맞춤형 성격을 띠고 있고, 반도체 개발과 시장 창출 과정에서 글로벌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런 것을 생각해보면 최태원 회장님의 글로벌 네트워킹이 각 고객사와 협력사와의 협업 관계로 구축되어 있고, 그게 곧 AI 반도체 리더십을 확보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제, AI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총수들 네트워크 주효"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최근 행보는 반도체 시장 경쟁 격화에 따른 면도 일부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AI 기술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글로벌 경제 속에서 그 흐름을 각자 그룹이 주도하려는 노력이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과 SK그룹 두 수장들의 행보는 최근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살아나는 반도체 산업과 격화되는 경쟁에 대한 대응 측면으로 볼 수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글로벌 경제가 AI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흐름과 관련한 움직임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며 "모든 기업들이 AI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움직이고 있는데 변화의 속도와 강도가 모두 시장에서 예상했던 수준보다 강해서 경영진 중심의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다 보니 총수들이 직접 나서서 현장을 챙겨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AI가 바꾸는 산업 생태계에 대해 기업들은 기대감과 위기감 모두를 갖고 있다"며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 모두 단일 기업의 대표가 아니라 다양한 자회사가 포함된 그룹의 수장이기 때문에 자회사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수 밖에 없는데 여러 산업이 합종연횡으로 모이고 흩어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각자가 그동안 구축해온 글로벌 네트워크를 각 그룹 사업에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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