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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러시아, 정교회 부활절에도 우크라 공격…“오늘은 평온할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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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정교회 신자들이 부활절 예배에 참석해 평화를 기원했다. 키이우/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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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이 동방 정교회의 부활절인 5일(현지시각)에도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 공습과 동부 전선에서의 진격 작전을 이어갔다.



러시아군이 이날 새벽부터 드론(무인기) 등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루키우와 주변을 집중 공격해, 여성 한 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다쳤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올레 시네후보우 하르키우주 주지사는 소셜미디어에 쓴 글에서 하르키우시 내 오스노비안스키 지구가 새벽에 드론 공격을 당해 민간인 6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그는 하르키우시 동쪽 마을인 모나치니우카에서도 포격으로 집이 파괴되면서 잔해에 깔려 있던 88살 여성이 숨졌다고 덧붙였다.



현지 검찰은 러시아군이 오스노비안스키 지구 공격 이후 하르키우 시내 중심부에도 폭탄을 투하해 15명의 부상자가 추가로 발생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경에서 30㎞ 정도 떨어진 하르키우는 인구 130만명 규모의 동북부 최대 도시이며, 최근 몇주 동안 러시아군의 집중 공습 목표가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공영 방송은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하르키우 일부 지역의 전력 공급이 끊겼으며 인근 수미주에서도 폭격 이후 전력 공급이 끊겼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민간 시설을 공격 목표로 삼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아파트 단지, 학교, 의료 시설이 잇따라 피해를 입었다. 폭격에 놀란 주민들은 아파트 단지 밖 마당과 아파트 계단 등의 피해 상황을 살피느라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아파트 주민인 나탈리아 아빌로바파트리케예바는 “적어도 (부활절인) 오늘만큼은 평온할 것으로 생각했다. 새벽 4시에 폭격이 발생해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상군 전투가 집중되고 있는 도네츠크주에서도 인명 피해가 이어졌다. 이 지역 군정청 책임자 바딤 필라시킨은 포크로우스크 마을에서 포격으로 2명이 숨지고 차시우야르에서도 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차시우야르는 이 지역 지상전의 요충으로 떠오르면서 러시아군의 포위 공격에 시달리고 있는 도시다. 한 때 1만2천명이 살던 이 도시는 러시아군의 집중 공격 이후 폐허로 변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 지역의 또 다른 요충인 아우디이우카 인근 마을 오체레티네를 이날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이 마을은 한때 주민이 3천여명에 이르던 마을인데, 아우디이우카가 지난 2월 러시아군에 점령당한 이후 날로 거세지는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러시아군은 이날 흑해 서부의 주요 항구 도시인 오데사, 중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의 산업도시 니코폴도 드론 등을 이용해 공격했다.



러시아군의 공격이 그치지 않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인들은 부활절 예배에 참석해 평화를 기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로 전쟁이 802일째를 맞았다며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서로를 위해, 그리고 전선의 군인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신이 우크라이나 국기가 그려진 복장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며 “이런 우호 세력이 있으니, 삶이 반드시 죽음을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날 수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정교회의 키릴 모스크바 총대주교가 이끈 예배에 참석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채 총대주교가 “어려운 시기에 유익한 협력을 해준 데”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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