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290개 중 미국산 75%
아사히, "일부 정품 아닌 가짜"
북한에서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일부분이 지난 1월 6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 떨어져 있다. 하르키우=로이터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한 북한제 미사일에 지난해 3월 제조된 미국산 컴퓨터 반도체가 사용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제사회의 제재를 회피해 외국산 부품을 수입해 무기를 만들고, 이를 러시아에 수출하는 북한의 무기 공급망이 생각 이상으로 탄탄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해당 미사일에 사용된 외국산 부품 상당수가 정품이 아닌 가짜라는 주장도 나왔다.
5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올해 1월 2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 떨어진 미사일에선 수년간 미국과 유럽에서 제조된 전자부품이 발견됐다. 이 중엔 지난해 3월에 제조된 미국산 컴퓨터 반도체도 들어 있었다. 해당 미사일엔 북한의 ‘주체 연호’로 2023년에 해당하는 ‘112’라는 숫자도 적혀 있었다.
이 미사일은 전쟁에 사용된 무기를 회수해 제조 과정을 연구하는 영국 싱크탱크인 ‘분쟁군비연구소(CAR)’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들이 화성-11형 계열이라고 결론 낸 것이다. 앞서 CAR은 이 미사일 잔해에서 발견된 290여 개 부품의 출처를 조사한 결과 8개국 26개 기업 제품이 포함돼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미국 기업이 75.5%에 달했고, 전체의 90%가 미국·유럽·일본산이었다.
북한 미사일 부품 75%가 미국산
특히 2023년 3월에 만들어진 미국산 반도체도 들어가 있다는 것은 북한이 핵심 무기 부품을 불법적으로 조달해 북한에 들여와 미사일을 조립하고, 비밀리에 러시아에 운송해 발사하기까지 불과 수개월 만에 가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BBC는 지적했다. CAR의 데미안 스플리터스 부소장은 “거의 20년 동안 심각한 제재를 받았는데도 북한이 여전히 무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놀라운 속도로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부품 제조업체와 협력하면 북한의 공급망을 차단할 수 있다고 여기며, 이미 일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미들버리국제문제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는 “북한의 (부품) 구입을 더 어렵고 불편하게 만들 순 있어도 미사일 제조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미사일이 막대한 수입원이 됐는데 김정은이 이를 포기하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북한산 미사일의 장점은 가격이 매우 저렴해 방공망을 압도할 정도로 대량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북한이 연간 수백 기의 미사일을 생산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북한 전문가 조지프 번 선임연구원도 “우리는 유엔의 대북 제재가 무너져 북한의 숨통을 틔워주는 것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진정한 승자는 북한”이라고 평했다.
우크라이나가 자국에서 북한 무기가 사용된 증거라며 공개한 미사일 파편 사진.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제공 |
아사히, "일본 부품 정품 아닌 가짜"
그러나 이번에 문제가 된 미사일의 부품 상당수가 정품이 아닌 가짜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일본 대기업 회사명과 JAPAN이란 글씨가 쓰여 있는 베어링 부품의 사진을 찍어 해당 일본 기업에 확인한 결과 “정품과 다른 내용이 새겨져 있다”는 회답을 받았다. 이 회사는 해당 부품이 ‘가짜’라고 단언했다는 것이다. 또한 아사히가 CAR에도 취재한 결과, 미사일에 사용된 복수의 유럽산 부품이 가짜로 판명됐다고도 전했다. 유엔 북한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위원인 후루카와 가쓰히사는 북한 미사일의 명중 정밀도가 낮은 것은 이런 가짜 부품이 사용되고 있어서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북한 미사일의 제조, 유통 실태에 대해 정교한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이행을 감시하는 유엔 전문가 패널 활동은 지난달 30일 종료됐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