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이슈 증시와 세계경제

날아오른 중화권 증시…홍콩 ELS 손실률 40%대로 줄어드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지난 3월 홍콩지수ELS피해자모임 회원들이 '대국민 금융사기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중국 정부의 각종 경기 부양책에 중화권 증시가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다. 중국의 국영 우량 기업들을 모아 만든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는 8개월 만에 6500선을 돌파했다. 이를 기초자산으로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률이 기존 50%에서 40%대로 낮아질 수 있다는 은행권과 투자자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중앙일보

김영옥 기자



홍콩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는 지난 3일(현지시간) 6547.29를 기록했다. 6500선을 뚫은 것은 지난해 9월 4일(6533.45) 이후 처음이다. 5000선까지 곤두박질치며 연저점을 찍은 1월 22일(5001.95) 대비 30.9% 솟구쳤다.

주요국의 대표 지수와 비교하면 최근 석 달간 홍콩H지수를 포함한 중화권 증시만 홀로 날았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 시간으로 이달 5일 기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석 달 전(2월 5일)보다 14.9% 뛰었다. 홍콩 증시의 오름폭은 더 컸다. 같은 기간 H지수는 25.5%, 항셍지수는 19.1% 올랐다. 반면 최근 석 달간 코스피(5.2%), 니케이225(3.3%) 등 아시아 증시 오름폭은 5% 이하에 머물렀고, 미국(다우존스)은 0.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중화권 증시에 훈풍이 부는 건 중국 정부의 잇따른 부양책과 내수 경기에 대한 회복 기대가 맞물리면서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중국판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신(新) 국9조(자본시장 활성화 9대 조치)’ 를 발표한 영향도 크다. 밸류업 대상 기업을 국영 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확장했고, 배당ㆍ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을 강화한 게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배당 정책에 소극적인 기업엔 페널티(벌칙)를 적용해 밸류업에 나설 상장사가 늘 것으로 시장에선 예상한다.

중국 정부가 경제의 최대 걸림돌로 꼽는 부동산 침체를 벗어날 대책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도 단기 투자심리를 자극한다. 최근 중국의 내수 시장이 회복하고 있다는 시장의 기대심리도 커졌다. 중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5.3%로 시장 예상치(4.8%)를 크게 웃돌았다. 경기 동향 지표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두 달째 ‘경기 확장’으로 나타났다. 중국 경기 회복 기대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몰렸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최근 중국이 ‘재평가’ 받을 준비가 됐다고 평가했다”며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홍콩 상장 주식을 대거 매입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국내 금융사와 투자자는 급반전한 홍콩H지수에 관심이 많다. 홍콩H지수가 반등하면 이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의 손실 폭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일반적으로 ELS는 3년 만기인 상환 시점에 기초자산 가격이 가입 기준의 60~70%보다 높으면 이익을 얻는 구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부터 연말까지(2~4분기)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권의 홍콩H지수 연계 ELS 규모는 9조9000억원이다. 여기에 지난 3월 기준 투자손실률인 50.1%(유안타증권 자료)를 적용하면 손실 규모는 4조9599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H지수가 지금처럼 6500 이상 상승할 경우 손실률은 40~45%까지 낮아질 것으로 은행권은 예상한다. 이때 손실 규모는 3조9600억~4조4550억원으로 최대 1조원 정도 손실 폭을 줄일 수 있다.

핵심은 홍콩H지수 오름세가 지속할 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의 각종 부양책으로 홍콩 H지수가 들썩이면서 (H지수 연계형) ELS 상품의 손실 폭은 줄어들 수 있다”면서도 “손실 회피 구간(7500~9000선)까지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홍콩 증시는 최악의 자금 유출은 끝났지만, 지정학적 긴장과 정책에 대한 실망 등으로 상승 랠리를 벗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