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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한인타운서 미국경찰 총에 맞은 아들…부모 “병원 보내려 도움 청한 건데”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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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있는 아이에게 왜 발사했나…경찰 진입 후 총성”

“가족 제지하더니 2시간 후 ‘아들 죽었다’ 통보”

LA경찰 “흉기 들어” 주장…한인회 “진상 규명” 촉구

“병이 있어 도움을 요청한 것입니다. 저항했으면 제압을 했어야지요. 힘들어도 살아보려 노력한 아이인데…”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한국 국적의 40대 남성이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남성이 흉기를 들고 있었다”며 정당 방위라고 설명했지만, 부모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과잉진압을 주장하고 있다.

5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LA 경찰국(LAPD)은 2일(현지시간) 오전 11시쯤 LA 시내 한인타운의 한 주택에서 LA 카운티 정신건강국(DMH)의 지원 요청을 받고 출동한 경찰이 양모(40)씨에게 총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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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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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을 맞은 양씨는 쓰러져 현장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경찰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DMH 직원들은 양씨 부모의 요청으로 양씨를 정신 치료 시설로 이송하려고 시도했으나 양씨가 이를 거부해 경찰에 지원을 요청했다.

DMH는 양씨가 조울증 진단을 받은 바 있으며, 평가 결과 72시간 동안 시설에 두고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경찰에 말했다.

경찰은 “양씨의 집 현관문 앞에서 경찰이 왔음을 알린 뒤 문을 열었을 때 집 안거실에서 양씨가 부엌칼을 들고 있었으며, 잠시 뒤 경찰관들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한 경찰관이 관련된 총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양씨 가족은 경찰의 과도한 대응을 비판하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양씨의 아버지 양민 씨는 연합뉴스에 “LA 카운티에서 운영하는 정신건강 지원 시스템의 도움을 받기 위해 당국에 연락을 한 것”이라며 “아들이 낯선 사람이 집에 들어오는 것을 원치 않았고, DMH가 경찰에 지원을 요청했을 때는 경찰이 안전하게 병원으로 가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관 7명이 왔는데 집 안에 들어간 지 불과 몇 분 뒤에 총성 네 발이 들렸고, 무슨 일인지 놀라 물어도 경찰관들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고 계속 제지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후 2시간이 지나서야 경찰서장이라는 사람이 와서 ‘아들이 죽었다’는 짧은 한마디를 했을 뿐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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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경찰국 소속 경찰차.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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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을 보게 해준다고 해놓고 우리가 경찰서로 가 심문받는 사이 시신을 싣고 가버리는 바람에 아들 시신을 보지도 못했다”며 비통해했다.

양씨는 경찰의 발표 내용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닌 것이 있다”며 “우리 애가 칼을 들고 있던 적도 없고, 혹시나 해서 다시 확인해 봤는데 집 안에서 없어진 게 없었다. 또 총을 쏜 뒤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했지만, 총성이 난 뒤 구급차나 구급대가 들어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아들이 폭력 전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병이 있어서 도움을 요청한 상황에서 혹시나 저항했더라도 놀라서 그런 거니 제압을 해줘야지, 그걸 못한 것은 프로도 아니고 세금 받을 자격도 없다”며 “아들이 저항했다는 프레임으로 자기들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애가 힘들어도 삶을 살아보려고 노력했고 희망이 앞에 있는 상황에서 죽은 게 너무나 원통하고 슬프다”며 “(현장에 있던) 경찰관 7명의 보디캠 원본을그대로 공개하고, 우리가 경찰서에서 진술한 내용도 모두 언론에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A 경찰국은 경찰관들이 착용하고 있던 보디캠 등을 검토해 총기 사용이 적절했는지 조사 중이다.

주LA총영사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LA 경찰국에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건 발생 인지 직후부터 유가족 지원과 경찰 당국에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 요청 등 필요한 영사조력을 제공 중이라고 밝혔다.

LA 한인회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의 치료를 위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고, 현장으로 출동한 경관들이 이러한 상황을 인지했음에도 총격으로 피해자를 사망케 한 일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LA 한인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LAPD 측에 당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당 경찰관들의 보디캠 공개를 적극적으로 요구할 것이며, 사건 관련 모든 과정의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양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한 뒤에도 한국 국적을 유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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