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 게시된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총영사관 앞 평화의소녀상 관련 사진. 일간베스트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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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총영사관 앞에 세워진 ‘평화의소녀상’에 검은색 비닐이 씌워졌다. 비닐에는 빨간색 ‘철거’라고 적힌 글이 붙어 있었다. 100여m 떨어진 강제징용노동자상도 흰색 ‘철거’라는 글이 붙어 있는 비닐이 덮어져 있었다. 일본군 ‘위안부’ 역사와 강제노역 사실을 부정하고 왜곡하는 일본 정부에 공식 사죄를 요구하는 뜻에서 세워진 소녀상에 이런 행위를 저지른 이는 30대 ㄱ씨. 경찰은 현장에서 ㄱ씨를 제지한 뒤 봉지를 수거했다.
지난달 29일 오후에는 ㄱ씨가 소녀상 머리 위에 일본 맥주를 올려놓았고, 소녀상 옆 빈 의자에는 스시 도시락을 놓고 옆에서 맥주와 도시락을 먹었다. ㄱ씨는 소녀상 얼굴에 맥주를 가까이 대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경찰이 ㄱ씨의 행동을 제지했다. ㄱ씨는 극우 커뮤니티인 일베(일간베스트)에 소녀상에 비닐봉지 씌운 것과 맥주와 도시락 사진 등을 올리면서 “철거가 목적”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앞서 지난달 3일 부산진구 초읍동 어린이대공원 부산학생교육문화회관 광장에 세워진 평화의소녀상도 ‘흉물 철거’라는 글이 적힌 검은 봉지가 덮어졌다. 이 소녀상을 관리하는 부산시설공단 어린이대공원사업소는 곧바로 봉지를 걷어냈다. 경찰은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이 저지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극우 커뮤니티에 게시된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총영사관 앞 평화의소녀상 관련 사진. 관련 누리집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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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세워진 소녀상들이 일부 시민과 단체에 의해 잇따라 훼손되고 있어 공분을 사고 있다. 일본총영사관 소녀상 건립을 주도한 부산겨레하나는 지난달 9일 ㄱ씨에 대해 재물손괴, 모욕죄 혐의로 고발했다. 이 소녀상을 조각한 김운성·김서경 작가도 지난달 23일 ㄱ씨를 저작권 침해 혐의로 고소했다. 작가의 창작물에는 저작권이 있는데, 소녀상을 공격한 것은 작품 이미지 훼손 의도가 명확하며, 이는 저작권을 훼손하는 것이기에 처벌해달라는 논리다.
경찰은 ㄱ씨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재물손괴, 모욕, 저작권법 위반 등 고소·고발을 접수해 ㄱ씨의 출석을 요구했지만, 그가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반복해서 (소녀상을 훼손하는) 행위를 하고 있어 고소·고발된 혐의 말고도 다른 혐의 적용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12월 세워진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은 지금까지 여러 훼손행위로 몸살을 앓았다. 2017년에는 쓰레기 등이 널브러졌고, 소녀상 옆에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흉상 설치 소동도 벌어지기도 했다. 2020년에는 소녀상에 자전거를 자물쇠로 묶어두는 일도 있었다. 현재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에는 훼손 행위를 막으려고 높이 1m가량의 안전 울타리가 설치됐다.
시민단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 조례에 따라 부산시에 소녀상 보호를 요청했다. 지은주 부산겨레하나 대표는 “소녀상 훼손 행위가 끊이지 않아 부산시와 대처방안 마련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부산경찰청에도 소녀상 경비 강화를 요청했다. 처벌이 약하니 몰상식한 테러가 계속된다. 관련 조례에는 소녀상 보호·관리 내용만 있는데, 역사 부정 세역에 대한 처벌 조항도 필요한 것으로 생각한다. 시민의 힘을 모아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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