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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네이버는 어떻게 일본에 라인을 뺏길 위기에 몰렸나[송승섭의 금융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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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아냐?…라인 따라다닌 ‘국적 논란’

개인정보 사고 나자 총무성 “경영방식 문제”

일본 떠나야 할 판…“당국과 긴밀히 협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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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사무실 모습. 사진=라인크리에이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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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만든 라인 서비스가 일본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압박 때문이죠. 그런데 언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각 기업은 엄연히 주인이 있는데 일본 정부가 어떻게 기업을 압박할 수 있다는 걸까요? 왜 일본 정부는 라인의 지배구조를 바꾸려고 하는 걸까요?

한국기업 아냐?…라인 따라다닌 ‘국적 논란’
우선 일본에서 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어느 나라에 속해있는지가 중요하겠죠. 일본에서 라인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은 ‘라인야후’라는 곳입니다. 라인야후의 사장은 이데자와 다케시라는 일본인이고요, 본사는 일본 도쿄에 있습니다. 라인의 기업정관과 이용약관 등은 일본법에 따라 일본어로 먼저 만들어졌고요. 한국 이용자들에게는 일본어를 번역한 약관을 제공합니다. 라인야후를 일본기업으로 보고 인식하는 근거죠.

그런데도 라인의 국적이 의심받는 건 지배구조 때문입니다. 라인은 네이버 재팬에서 기획·개발된 서비스입니다. 일본기업에서 시작되긴 했지만 출발부터 모기업 격인 네이버의 입김이 강했죠. 스타트업으로 시작됐을 당시에도 한국이 보유한 기술력이 상당 부분 영향을 끼쳤고요. 라인 가입자가 3억명을 넘었던 2013년에도 기념 기자회견을 일본에서 진행하긴 했지만, 참석자는 이해진 당시 의장이었습니다.

국적 논란이 잠잠해진 건 2019년 무렵입니다. 네이버는 산하에 있는 라인 서비스를 당시 일본 IT 대기업이었던 소프트뱅크의 야후 서비스와 합치기로 하죠. 원래 두 기업은 일본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에서 치열하게 싸우던 사이였습니다. 우위를 점하기 위해 수천억에 달하는 마케팅비까지 써가면서요. 그 사이 미국과 중국의 IT 기업들은 가파르게 성장했습니다. 계속 싸우기만 하면 두 기업 모두 손해만 볼 게 뻔했으니 기업을 합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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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과 일본기업의 라인 공동지배는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현재 라인야후의 지분 65%는 에이홀딩스라는 기업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에이홀딩스는 한국의 네이버와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합작해 세운 회사이죠. 지분은 각각 50%씩입니다. 정리하면 라인야후는 일본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일본기업이지만, 소유주가 한국과 일본기업인 겁니다.

라인 개인정보 사고에 日 총무성 “경영방식 문제”
지배구조 논란은 지난해 개인정보 논란을 계기로 재점화했습니다. 2023년 8월 일본야후 사용자 정보 400만건이 네이버로 무단 공유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해 11월에는 네이버 위탁업체의 서버가 해킹당하면서 라인 이용자 정보 44만건이 유출됐고요. 이전에도 일본에서는 라인이 수집하는 데이터가 어떻게 보관되고 파기되는지에 관해 미심쩍은 시선이 존재했었는데요. 실제 일본의 정보가 유출되는 일이 발생하자, 한국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불만이 폭발하게 된 겁니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하게 된 이유로 지배구조를 지목했습니다. 라인야후는 여러 업무를 네이버에 위탁하고 있었는데요. 서비스를 위탁한 만큼 라인야후가 네이버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지배구조 때문에 그러기 어려웠다는 논리입니다. 지금의 지배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라인야후가 네이버에 안전관리 조치를 요구하거나 위탁업체를 관리하기 어려우니, 경영체제를 바꾸라는 거죠.

한국의 행정안전부에 해당하는 일본의 총무성이 조치에 나섰습니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 3월 행정조치를 내렸습니다. 라인야후와 네이버의 시스템을 완전히 분리하라는 내용이었죠. 라인야후는 네이버와의 업무 위탁을 축소·종료하겠다며 대책을 내놨지만 총무성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지난달 네이버와의 지분을 정리하라는 대책을 요구하며 2차 행정지도를 내렸죠.

일본 떠나야 할 판…“당국과 긴밀히 협의 중”
네이버는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부닥쳤습니다. 일본 시장에서 정부 부처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일본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는 상당히 강력한 조치입니다. 법적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이지만, 따르지 않을 경우 행정처분이 뒤따를 수도 있습니다. 행정처분은 위법한 분야에 적용되기 때문에 반드시 이행해야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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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네이버 대표


대책은 아직 없는 상태입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3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일본 총무성이 자본지배력을 줄일 것을 요구한 행정지도 자체는 이례적”이라며 “따를지 말지의 결정이 아니라 중장기적 사업 기반으로 정의하고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입장이 정리되지 않아서 정리 시점에 명확하게 밝히겠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해 정부 당국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분을 팔라는 뜻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일본 총무성의 나카무라 도모히로 종합통신기반국 이용환경과장은 지난 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행정지도의 목적은 적절한 위탁 관리를 위한 보안 거버넌스의 재검토를 요청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행정지도 내용 가운데 ‘위탁처(네이버)로부터 자본적 지배를 상당 수준 받는 관계의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체제 재검토’라는 표현이 있기는 하다”면서도 “지분을 매각하라거나 정리하라거나 하는 그런 표현은 전혀 담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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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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