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삼성전자의 앞길엔 호재와 리스크가 혼재해 있다.[사진=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애플은 파괴적 혁신의 측면에서 소강상태에 있다(Apple is at a lull right now in terms of disruptive innovation.)'. 지난 3월 5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바튼 크로켓 로젠블랫증권 선임 애널리스트가 내뱉은 말입니다. 이 말마따나 애플은 지난 몇년간 눈에 띄는 혁신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신제품이 나와도 전작과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았죠.
# 그래서일까요? 올해 업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경쟁사 삼성전자입니다. 인공지능(AI)을 탑재한 폰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AI 혁신'을 불어넣는 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그 덕분에 판매량도 가파르게 늘어났습니다. 어떤 국가에선 '갤럭시S 스마트폰이 없어서 못 판다'는 소식이 들려올 정도입니다.
# 하지만 삼성전자를 불편하게 만들 만한 변수도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혁신의 주도권을 삼성전자에 빼앗긴 애플이 'AI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와신상담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런 애플의 추격을 따돌리면서 순항을 거듭할 수 있을까요? 더스쿠프가 삼성전자 앞에 놓인 호재와 리스크를 살펴봤습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1인자' 자리를 되찾았습니다. 1분기 기록이긴 하지만 함의가 큽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 1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에서 삼성전자는 6010만대를 기록해 5010만대에 그친 애플을 따돌리고 1위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2억2660만대(19.4%)를 시장에 출하했던 삼성전자는 2억3460만대(20.1%)를 내놓은 애플에 1위를 빼앗긴 바 있습니다.
물론 이번 결과가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니란 지적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애플은 매년 하반기에, 삼성전자는 상반기에 신제품을 출시해왔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1월 31일에 신제품 '갤럭시 S24'를 출시했습니다. 신제품을 내놨는데 출하량 1위를 차지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법도 합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틀린 지적은 아닙니다만, 전년 동기 성적과 비교하면 이번 출하량을 달리 해석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1분기 출하량의 격차가 2023년 1.8%포인트(삼성전자 22.5%·애플 20.7%)에서 2024년 3.5%(삼성전자 20.8%·애플 17.3%)로 2배 가까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이전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는 뜻이겠죠.
■ 관점➊ AI 독주 언제까지 = 지금까지 스마트폰 업계에서 '혁신'을 주도해온 건 애플이었습니다. 버튼을 모두 없애고 터치스크린을 도입한 아이폰1은 혁신의 원조로 손꼽힙니다. 스마트폰에 최초로 알루미늄 소재를 입힌 것도(아이폰4), 지금은 스마트폰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은 미니멀한 디자인을 적용한 것도 모두 애플이었죠.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반전'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난 1월말 인공지능(AI) 기능을 대거 탑재한 갤럭시S24를 선보이면서입니다. 삼성전자는 AI 기술을 활용해 13개국의 언어를 실시간으로 통역해주는 '실시간 통역', 화면에 동그라미를 그리면 해당 부분을 검색하는 '서클 투 서치', 복잡한 글을 요약하는 '노트 어시스트' 등 실생활에서 자주 쓰일 법한 기능을 갤럭시S24에 탑재했습니다.
물론 갤럭시S24 이전에 AI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폰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갤럭시S24가 화제를 불러일으킨 건 세계 최초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 스마트폰'이기 때문입니다. 온디바이스 AI란 인터넷 연결 없이 자체적으로 AI 기능을 작동할 수 있는 기술을 뜻합니다. 클라우드 서버와 송·수신을 할 필요가 없어 속도가 빠르고, 보안성이 뛰어납니다.
업계의 평가도 긍정적입니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는 지난 3월 6일 분석 보고서에서 갤럭시S24를 두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AI 스마트폰"이라면서 "AI 기능이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전달할 것"이라고 호평했습니다. 삼성전자가 'AI 폰' 하나로 애플의 전유물이던 '혁신의 아이콘'으로 거듭난 셈입니다.
시장 전망이 밝다는 것도 삼성전자에 호재입니다. 지난해 12월 22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는 2023년 4700만대였던 AI 스마트폰 출하량이 연평균 83.0%씩 증가해 2027년엔 5억2200만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에 따라 AI 스마트폰의 시장 점유율도 2024년 8.0%에서 2027년 40.0%으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죠.
갤럭시S24는 강력한 AI 기술로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사진=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지점에서 주목해야 할 건 삼성전자의 'AI 독주'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이냐는 점입니다. "애플이 AI 폰을 론칭할 것"이란 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어서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하반기에 나올 신제품 '아이폰16(가칭)'에 온디바이스 형식으로 AI를 탑재할 듯합니다. 이를 위해 애플은 오픈AI·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AI 개발업체들과 긴밀하게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 매체 블룸버그는 4월 21일(이하 현지시간) "애플이 온디바이스 AI를 개발하고 있다"면서 "오는 6월 애플의 연례 개발자 행사인 WWDC에서 관련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블룸버그의 보도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삼성전자와 애플의 AI 경쟁은 올 하반기에 개막합니다. 보도의 진위 여부를 떠나 삼성전자로선 그전까지 최대한 많은 사용자가 자사의 AI폰을 경험하도록 해야 합니다. 지난 3월 말 삼성전자가 갤럭시S23, 갤럭시Z플립 등 구형 모델 9종에 갤럭시S24의 AI 기능을 업데이트한 건 이런 이유에서죠.
지난 4월 26일 블룸버그는 "파키스탄에서 갤럭시S24를 둘러싸고 전례 없는 수요가 나타나면서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파키스탄의 인구가 2억4000만명(2023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5번째로 많은 국가인 만큼, 이번 품귀 현상은 삼성전자에 긍정적인 소식임에 분명합니다.
이같은 현상은 갤럭시S24의 기술력이 뛰어난 것도 있지만, 삼성전자가 파키스탄 정부와 맺은 협약도 한몫했습니다. 배경은 이렇습니다. 파키스탄 산업부는 2020년 '모바일 기기 제조 산업 육성 정책(Mobile Device Manufacturing Policy·MDMP)'을 발표했습니다. 자국 기업의 스마트폰 제조 역량을 키우겠다는 게 이 정책의 골자였죠.
삼성전자는 2021년부터 파키스탄 최대 시멘트 생산업체 '럭키시멘트'의 자회사 '럭키 모터 코퍼레이션'과 협약을 맺고 파키스탄 내에서 스마트폰을 생산해 왔습니다.
이 덕분에 삼성전자는 현지 생산을 통해 파키스탄에서 저렴하게 스마트폰을 공급할 수 있는 판로를 확보했습니다. 반면 스마트폰을 수입해야 하는 애플은 가격경쟁력에서 삼성전자에 밀릴 수밖에 없는 불리한 환경에 놓였죠. 블룸버그에 따르면 파키스탄 아이폰 구매자는 공식 가격의 3분의 1을 세금으로 지불해야 합니다.
파키스탄 등 일부 국가에선 갤럭시S24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사진=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이폰 강세'인 유럽과 미국에서도 갤럭시 제품이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3월 11일 카운터포인트는 올 1월 28일부터 2월 17일까지 갤럭시S24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영국·독일·프랑스·네덜란드 등 유럽국가 판매량이 갤럭시S23 때보다 28.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 판매량도 14.0% 늘었죠. 강민수 카운터포인트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AI를 통해 혁신 방향을 제시했다"면서 "초기 판매 호조는 이런 삼성전자의 방향성에 긍정적인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렇다고 삼성전자의 앞길에 꽃길만 놓여 있는 건 아닙니다. 중국 제조사들이 최근 들어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유로 폴더블폰도 삼성전자의 고민거리가 됐습니다.
중국 제조사들이 트렌드를 주도하기 시작하면서 삼성전자는 이 시장에서 '선구자' 타이틀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삼성전자 호재와 리스크 2편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lhk@thescoop.co.kr<저작권자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