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데스크 칼럼] 전통은행, 테크기업으로 변신하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미국 뉴욕에 본사가 있는 JP모건체이스(JP모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 중 하나이자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은행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217조원(1580억달러), 순이익은 68조원(496억달러)에 달했다. 전통 은행의 상징과도 같은 JP모건은 디지털 전환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이다. 2021년부터 30여개의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결합) 기업을 인수했다. JP모건은 5만명의 기술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는데, 페이스북과 엑스(X·옛 트위터)의 기술 전문가보다 많다.

JP모건이 정보기술(IT) 투자에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쏟아붓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인터넷은행과 핀테크 기업의 거센 도전 때문이다. 플랫폼과 강력한 디지털 역량으로 중무장한 새로운 플레이어는 기존 금융회사를 뛰어넘기도 한다. 2014년 설립된 중국의 첫 민간 인터넷은행 위뱅크의 고객 수는 3억5000만명을 넘어섰다. 중국 5위 은행인 중국교통은행 고객 수(1억9000만명)를 능가한다. 위뱅크의 고객 중 절반 이상의 평균 대출 금액은 약 50달러(6만8000원)에 불과하다. 중국 어떤 은행도 고객에게 이런 소액을 대출해 주지 않는다.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투자한 브라질의 인터넷은행 누뱅크는 1억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사용자의 50%가 누뱅크를 주거래 은행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연체율도 전통 은행 못지않게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은 10억3000만달러(1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신용 위험을 잘 관리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내는 것이다. 위뱅크와 누뱅크는 인터넷은행에 대한 기존 통념 세 가지를 무너뜨렸다. 인터넷은행은 신용 위험을 관리할 수 없고, 주거래 은행이 될 수 없으며 수익성이 없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은 깨졌다.

인터넷은행과 핀테크사의 금융 침범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영국 핀테크 기업 레볼루트는 유럽에 기반을 두며 고객 수 4000만명을 넘어섰다. 160년 역사를 자랑하는 HSBC의 고객(3900만명)보다 많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메기’가 되지 못할 것이라던 인터넷은행 3사의 고객 수는 4000만명을 돌파했다. 토스뱅크는 은행·카드·보험·증권 등 각 계열사의 핵심 서비스에 생활 전반의 서비스를 한데 모은 ‘슈퍼앱’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메신저를 기반으로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를 통해 다양한 금융 사업을 하고 있다.

한국의 전통 은행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디지털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금융지주들도 슈퍼앱을 통해 은행뿐 아니라 카드·증권·보험 등 핵심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는 이른바 ‘원앱’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이 연초 전략회의에서 한 발언은 전통 은행의 위기의식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이 행장은 “앞으로 3년이 기존 전통 은행의 명운을 좌우할 결정적 시기가 될 것”이라며 ‘디지털’을 주요 실천 전략으로 제시했다.

전통 은행만 금융 업무를 할 수 있는 시대는 저물었다. 구글·아마존·메타·애플·알리바바 등 테크 기업들은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금융 시스템에 스며들었다. 변화하는 금융 생태계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전통 은행이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뭘까. 테크 기업으로 변신하는 방법밖에 없다. JP모건의 전사적인 IT 투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JP모건의 변신은 아직 진행형이다. 확실한 건 다음 단계의 금융은 데이터 위에 구축될 것이란 점이다.

금융 미래학자 브렛 킹은 4월 말 조선비즈 미래금융포럼에서 “차세대 은행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재무 조언까지 할 것”이라며 “전통 은행이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가 되기 위해선 전통적인 뿌리를 버려야 한다”고 했다. 그의 조언을 새겨들어야 한다.

이창환 금융부장(ch21@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