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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우리금융 10년 만에 증권사 품었지만… 존재감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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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우리금융그룹 전경. /우리금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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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그룹이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을 합병하며 10년 만에 다시 증권업에 진출하지만 초기 존재감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4년 우리투자증권을 매각한 이후 그룹의 숙원사업이던 증권업에 다시 발을 내디뎠으나 워낙 작은 증권사를 합병 대상으로 고른 탓에 증권사업을 위한 초기 인력, 영업자산 등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0년 내 초대형 투자은행(IB)이라는 청사진도 추가적인 증권사 인수합병(M&A) 없이는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도 시장에서 나온다.

우리금융은 3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인 우리종금과 한국포스증권의 합병을 추진하고 합병법인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합병 증권사는 금융위원회 인가 등의 절차를 밟아 올해 3분기 중 출범할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은 우리종금과 포스증권의 합병으로 증권업에 다시 한 번 도전하지만 초기 합병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합병 증권사의 총자산은 6조6000억원, 총자본 1조2000억원에 불과하고, 자기자본 기준 증권사 순위도 18위에 그쳐 증권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는 지난 2014년 NH농협금융이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특수 효과를 누린 것과는 대비된다. 당시 농협금융은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아비바생명을 1조500억원에 매입한 뒤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과 합병하면서 단숨에 국내 증권업계 1위 증권사로 올라섰다. 합병회사는 총자산 42조원과 자기자본 4조3000억원으로 초대형 증권사로 재탄생하면서 농협금융은 우리투자증권 인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를 기반으로 성장한 NH투자증권은 현재 총자산 56조7000억원, 자기자본 7조6000억원으로 덩치를 키웠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초 우리금융지주가 풍부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중형급의 증권사를 인수해 고속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시장 순위가 53위에 불과한 소형 증권사를 인수하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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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전경./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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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이 10년 내 통합 증권사를 업계 10위의 ‘초대형 IB’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리테일 기반마저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기존 경쟁이 치열한 영역에서 얼마나 성장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자기자본 기준 현재 10위 증권사는 대신증권이다. 신한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이 각각 업계 8, 9위에 있다.

특히 우리종금이 가진 ‘발행어음업’을 기반으로 우리금융의 증권사가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초기 자금운용 능력이 부족할 수 있어 성장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증권사 중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만 발행할 수 있는 상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업은 금리를 높이 주면 돈을 쉽게 모을 수 있지만 돈을 가져왔으면 그 돈 이상의 수익을 내야 고객한테 금리를 주고도 수익이 남는 것이어서 그러려면 운용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라며 “현재 우리금융의 증권사에는 전문가라든지 관련 조직 자체가 세팅이 되지 않는 상황이고, 된다고 해도 기존 증권사만큼 어떻게 자금을 운용해서 수익을 낼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라고 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IB로 단기간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체 성장만으로는 어려운 만큼 우리금융이 또 다른 증권사를 인수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다”라며 “우리종금 기반의 기업여신, 단기사채 등의 업무를 바탕으로 전통 IB 사업영역을 단계적으로 확장하면서 계열사 간 시너지를 활용하면 10위 증권사는 가능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유진 기자(bridg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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