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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도슨트 로봇의 ‘척척 설명’에 아이들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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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관악구 낙성대공원에서 문화 해설·방범 순찰하는 ‘골리’

한겨레

4월25일 관악구 낙성대공원에 체험학습을 나온 청룡초등학교 학생들이 자율주행 문화 해설 로봇 ‘골리’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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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등 다양한 기능 탑재해

2022년부터 서림동서 방범 활동

올해부터 낙성대공원 옮겨 ‘근무’

“전국 최초 실외 문화 해설 로봇”


“와~, 신기해!” 4월25일 오전 10시, 관악구 낙성대공원으로 체험학습을 나온 청룡초등학교 학생들이 낙성대공원 입구에서 문화 해설 로봇 ‘골리’를 보자 탄성을 질렀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만나서 반가워요. 저는 낙성대공원에서 자율주행으로 문화 해설과 방범 순찰을 하는 실외로봇 골리입니다.” 골리가 자기소개를 하자 어린이들의 눈이 더욱 초롱초롱 빛났다.

“자, 이제 저와 함께 낙성대공원을 걸으며 역사적 의미를 함께 살펴볼 거예요. 그럼 이제 출발해볼까요.” 골리가 앞서가자, 아이들이 뒤따랐다. 골리는 느릿하게 움직였다. “달려라~, 달려라~.” 빠르지 않은 속도 탓인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어린이들이 일제히 ‘달려라’를 외치며 골리를 응원했다.

관악구는 올해부터 ‘로봇 골리와 함께하는 문화해설 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골리는 어린이들에게 낙성대공원을 안내하고 소개하는 ‘도슨트’ 역할을 한다. 낙성대공원 입구~강감찬 장군 동상~홍살문~안국사~강감찬 전시관을 잇는 구간을 스스로 이동하며 소개한다. 송은순 관악구 스마트정보과 스마트도시팀장은 “골리는 전국 최초로 실외에서 문화 해설을 하는 로봇”이라며 “문화 해설뿐만 아니라 낙성대공원의 안전을 책임지는데, 안전 사각지대를 순찰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골리는 무게 280㎏에 가로 90㎝, 세로 152㎝, 높이 124㎝로 장애물을 인식하거나 피할 수 있는 자율주행 로봇이다. 겉모습은 자동차 같기도 하고, 배나 우주선처럼 보이기도 한다. 전기 동력을 사용해 한 번 충전하면 40㎞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최대 시속 7㎞로 움직일 수 있는데 속도 조절이 가능하다. 영상처리를 위한 열화상 카메라, 전후방 카메라, 측면 카메라와 5세대(5G) 통신 기능을 갖췄다. 영상과 소리를 실시간으로 폐회로티브이(CCTV) 관제시스템으로 전송할 수 있다. 이 외 경광등, 서치라이트 등 다양한 기능을 지니고 있다.

“여러분, 이제 막 첫 장소에 도착했어요. 지금 도착한 곳 앞쪽으로 동상이 하나 보이죠?” 강감찬 장군 동상 앞에 도착한 골리는 강감찬 장군에 대해 설명했다. 골리는 낙성대공원에 강감찬 장군의 동상이 있는 것은 낙성대가 강감찬 장군이 태어난 지역이기 때문이고, 낙성대라는 명칭은 강감찬 장군이 태어난 날 하늘에서 큰 별이 떨어졌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고 설명했다. 골리는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알려주겠다며 “강감찬 장군은 무신이 아닌 문신”이라고 말했다.

강감찬 장군 동상 앞에서 설명을 마친 골리는 홍살문으로 이동했다. “어디 가~, 어디 가~.” 골리가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가자, 똑바로 잘 가라는 듯 어린이들이 ‘어디 가’를 함께 외쳤다. 홍살문에 도착한 골리는 간단히 홍살문에 대한 설명을 마치고 오르막길을 올라 안국사 정문 앞에 도착했다. “제가 안국문 안쪽으로 들어가서 설명하면 좋겠지만, 계단을 오르기 힘들어서 여기서 설명할게요.” 바퀴로 주행하는 골리는 계단을 올라갈 수 없어 안국사 앞에서 설명을 이어갔다. 강감찬 장군을 모신 사당 안국사에는 강감찬 장군 사적비, 강감찬 장군 영정, 낙성대 3층 석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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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감찬 전시관에서 인공지능 로봇 ‘리쿠’가 동화를 들려 준 뒤 어린이들이 묻는 말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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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사에 대한 설명을 마친 골리는 강감찬 전시관으로 이동했다. “강감찬 장군의 용맹함과 관악구민과의 끈끈한 친화력, 어울림을 형상화했답니다.” 골리는 강감찬 장군 모습을 형상화한 캐릭터 조형물에 대해 설명하고, 전시관 안에서 동화를 들려주는 로봇 ‘리쿠’를 소개한 뒤 작별 인사를 했다. “전시관 안에는 리쿠가 여러분을 맞이할 거예요.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이날 훌륭하게 도슨트 역할을 마친 골리에게 어린이들은 “고맙다”며 박수를 쳤다.

강감찬 전시관에 들어서자 리쿠가 어린이들을 반갑게 맞았다. 리쿠는 사람의 얼굴, 소리 위치, 3차원 환경을 인식하는 인공지능(AI) 로봇이다. 손병희 관악구 스마트 정보과 스마트도시팀 주무관은 “리쿠는 그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웃고 있는지 등 지금 기분이 어떤지도 알 수 있고, 자주 본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고 더 친근하게 대응한다”고 설명했다. 리쿠는 어린이들에게 영상과 함께 구연동화 ‘별빛 영웅 강감찬'을 들려줬다.

리쿠는 간단한 소통도 가능한데, 머리를 쓰다듬은 뒤 말을 걸면 반응한다. 한 어린이가 “리쿠 일어날 수 있어?”라고 묻자 의자에 앉아 있던 리쿠가 슬며시 일어섰다. 이번에는 다른 어린이가 “취미가 뭐냐”고 물었더니 “노래를 잘 부른다”고 답했다. 이어 또 다른 어린이가 그럼 노래 불러달라고 하자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어린이들은 리쿠가 묻는 말에 척척 대답을 잘하자 신기한듯 계속 리쿠에게 말을 걸었다. 한 남자 어린이가 “나 잘생겼어?”라고 물었더니, “네”라고 짧게 답했다. 함께 있던 어린이들이 믿기지 않는 듯 “로봇이 거짓말을 다 한다”며 웃었다.

“로봇과 자율주행 등 스마트기술을 활용해 어린이와 영유아들에게 로봇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높여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관악구는 2021년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한 ‘과학기술을 활용한 지역 문제 해결’ 공모사업에 선정돼 골리를 개발했다. 골리는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서림동 주택가에 있는 어린이공원 주변과 별빛내린천(도림천)에서 주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방범 순찰 로봇으로 일했다. 송 팀장은 “주민들이 좀 더 체감할 수 있는 기능을 요구해, 골리에게 문화 해설 기능을 추가했다”며 “앞으로 좀 더 정교한 프로그램으로 관람객들에게 재미를 안겨주는 훌륭한 문화해설사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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