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韓 방위비 증액 압박]
트럼프 첫 집권때 ‘韓 5배 증액’ 요구… “韓-바이든정부 액수 훨씬 낮춰
내 결정적 실수는 너무 착했다는 것”… 주한미군 규모-역할도 조정 나설 듯
그가 승리한다면… 4월 30일(현지 시간) 공개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인터뷰가 실린 미국 타임지 표지. 사진 출처 타임지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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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안 된다(Doesn’t make sense).”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4월 30일(현지 시간) 공개된 미 타임지 인터뷰에서 한국이 2021년 조 바이든 행정부와 체결한 제11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협상 결과 한국은 주한미군 방위비를 현재 1조3463억 원가량 분담하고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50억 달러(약 6조9400억 원)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자신이 재임 기간 요구한 금액보다 훨씬 낮은 금액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방위비 협상에 합의하면서 한국이 이른바 ‘안보 무임승차’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약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2025년 1월 20일부터 할 일을 이번 인터뷰에서 과감하게 거론했다.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해 미 의사당에 난입했던 이들에 대한 사면을 검토하고, 현재 미 행정부 직원들을 대거 해고한 뒤 충성파들로 채우겠다는 구상도 드러냈다.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고리로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하겠다는 발언도 이런 흐름에서 나왔다. 타임지는 “트럼프는 1기 때의 결정적인 실수로 ‘너무 착했다(too nice)’는 점을 꼽고 있다”고 전했다. 그가 재집권한다면 더 단호하고, 속도감 있게 자신의 구상을 밀어붙이려 한다는 얘기다.
● “돈 안 낼 거면 스스로 방어하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언급하며 “왜 우리가 남(somebody)을 방어해줘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또 “지금 우리는 매우 부유한 국가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국정철학인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기 위해 동맹인 한국을 ‘부유한 남’이라고 칭하며 왜 ‘무상안보’를 해줘야 하느냐는 프레임을 꺼낸 것이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전후 폈던 안보 무임승차론이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는 취임 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지적하며 “한국은 미쳤다”, “전쟁은 그들의 일”이라고 말해 막말 논란을 일으켰다. 또 방위비를 올리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놨고 재임 시절 실제로 주한미군 철수 검토를 지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동맹에 대해서도 철저히 거래 관계로 접근하는 스타일을 분명히 드러냈다. 그는 ‘러시아가 국방비를 충분히 쓰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침공한다면 지원하겠는가’라는 물음에 “그 국가들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나는 돈(국방비)을 내기를 원하고, 그게 협상의 포인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돈을 내지 않을 거라면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라(on your own)”라고 했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인가’라는 물음에도 “보세요, 유럽연합(EU)은 무역에서 미국에 상처를 입혔다”면서 “이제 내가 다시 왔고, EU에 청구서를 내밀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 트럼프, ‘방위비 5배 증액’ 재요구할 듯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의지를 천명한 만큼 재집권하면 한국에 대한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가 이달 시작한 제12차 SMA 협상을 통해 대선 전 방위비 분담금에 합의하더라도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주한미군 규모와 역할 조정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무장관으로 거론되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방위비 증액과 주한미군 철수 우려에 대해 “한국이 한미동맹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지금보다 많다”면서 “전력이 중국을 더 억지하는 방식으로 분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나와 매우 잘 지냈다”며 “비전을 가진(got visions of things)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북-미 정상 간 직접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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