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관세·법안 등 전방위 대응
작년 10월 독일 뮌헨 모빌리티 전시회부터 올해 3월 제네바 모터쇼와 최근 베이징 모터쇼까지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곳이 바로 비야디·지리자동차 등 중국 전기차 전시관이다. 미국·독일·한국·일본 등 글로벌 전기차 기업들이 중국 전기차의 성장속도와 생산방식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계열사 경영진과 연구원 1200명 규모의 출장단을 베이징 모터쇼에 파견한 것도 그런 이유다.
가성비와 디자인 경쟁력까지 구비한 중국 전기차의 글로벌시장 공습이 더욱 가속화되면서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글로벌 전기차의 수요가 줄어드는 ‘전기차 캐즘(Chasm)’이 나타나면서 시장선점을 위한 치열한 가격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진출은 미국과 유럽시장을 중심으로 중동·아시아권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비야디는 2030년까지 유럽시장에서 연간 판매량 80만 대 목표 아래 이미 2022년 하반기부터 판매대리점 개설을 시작으로 신규공장을 가속화하며 글로벌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공장을 필두로 태국·인도·헝가리·브라질로 신규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나아가 미국 규제 회피 목적의 멕시코 공장 건설을 위한 작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상하이자동차 또한 유럽공장 신설에 이어 멕시코 신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고, 홍콩증시에 상장된 샤오펑 전기차는 이집트·요르단·UAE 등 중동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판매대리점 개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글로벌화 배경은 크게 2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첫째, 세계 전기차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시장도 내수경기 회복이 부진한 상태에서 점차 캐즘 현상에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매년 순수 전기차(B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그 증가폭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2023년 중국내 순수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24.6%로 전년 66.8%에서 줄어들었고,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판매 증가율은 84.7%로 전년 138.4%에서 큰 폭으로 줄었다. 또한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의 난립과 함께 화웨이·샤오미 등 대표적 혁신기업들이 전기차시장에 뛰어들면서 심각한 출혈가격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HSBC 자료에 의하면, 중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모델이 400여 개에 달하고, 작년 한 해만 100여 개의 새로운 전기차 모델이 출시되었다. 중국 기업데이터 조사기관인 ‘치차차(企査査)’의 데이터에 의하면, 2023년 기준 전기차 포함 신에너지차 관련 기업 수가 92만 개가 넘는다. 결국 중국 전기차 기업 간 치킨게임이 본격화되자 글로벌시장 개척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다.
두 번째는 정부의 적극적인 ‘신삼양’ 정책에 기반한 수출지원정책이다. 신삼양은 중국정부가 새로운 수출 성장동력으로 내세운 전기차·태양광패널·배터리의 3대 새로운 수출품목을 의미한다. 2023년 중국 전체수출이 전년 대비 0.6% 증가한 것도 바로 신삼양 제품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따라서 중국정부는 미국제재와 글로벌 시장침체에 따라 전기차 수출을 더욱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2월 중국 상무부 등 9개 부처 공동으로 전기차 수출을 지원하고 절차를 최소화하는 ‘전기차 무역협력 및 발전을 위한 의견’ 정책을 발표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중국 전기차의 글로벌 공습이 가속화되자 미국과 유럽국가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중국산 전기차가 정부 보조금을 받아 20% 낮은 금액으로 수출되고 있다고 비판하며 징벌적 관세부과를 예고했다. 특히, 프랑스는 ‘녹색산업법’을 근거로 올해부터 전기차 생산 및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에 따라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중국 전기차의 진입을 막겠다는 것이다.
4월 25일 개막한 '2024 베이징 국제 모터쇼'에서 현대차관에 전시된 아이오닉 5 N. 뉴시스 |
미국은 우회수단으로 멕시코를 경유해 미국시장에 들어오는 중국산 전기차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속내다. 미국제조업연맹(AAM)은 ‘가성비를 갖춘 중국산 전기차가 미국시장에 진입하게 되면 미국 자동차업계는 멸종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미국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지난 3월 말에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배제한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정책이 차별적이라며 미국을 WTO에 제소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미국은 중국 전기차 굴기를 막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USMCA(미국·캐나다·멕시코 간 자유무역협정) 특혜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 멕시코에 공장을 설립하는 중국기업들을 규제하기 위해 USTR(무역대표부)과 USITC(국제무역위원회) 별도의 자동차 원산지 규정의 경제평가조사가 진행 중이다. 3월 1일부터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상무부가 다른 네트워크나 정보통신장비와 통신할 수 있는 커넥티드카의 안보위험 가능성을 조사중에 있다.
올해 들어 미 의회 차원의 중국 전기차에 대한 다양한 제재 법안도 지속적으로 발의되고 있다. 조시 하울리 공화당 의원은 중국에서 생산된 자동차와 생산지역에 관계없이 중국정부가 통제하는 모든 기업의 자동차에 대해서 기본세율을 100% 인상하는 ‘중국으로부터의 미국자동차 산업보호법안’을 발의했다.
한편, 마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미국 자동차 산업보호와 국가안보 차원에서 중국전기차 규제 목적의 3개 법안을 발의했다. 첫째, 멕시코에서 생산된 중국 전기차도 중국에서 생산한 것과 동일하게 보조금 관세혜택을 못 받게 하는 ‘자동차관세 허점폐지법’, 둘째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중국차(중국 내 생산 및 중국기업에 의해 외국에서 생산·제조된 차량)에 대해 2만 달러의 관세를 부과하는 ‘중국 자동차 관세강화법’, 셋째 IRA 규정상 전기차 세액공제 조건을 ‘북미 생산’에서 ‘USMCA 자동차 원산지 규정과 노동기준 준수’로 수정하는 ‘미국 자동차에 대한 미국 보조금법’이다.
중국 전기차의 글로벌 공습이 가속화될수록 미·중 양국 간 경제안보적 관점에서 더욱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따라서 올해 글로벌 전기차 출혈경쟁과 미중 간 대립 속에 배터리를 포함한 전기차 생태계 전반에 걸쳐 혼돈의 시기를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비야디의 한국시장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중국경영연구소장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한국동북아경제학회 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등 다수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중국경영연구소장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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