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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성장없는 주주환원 그만" 애플 떠나는 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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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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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투자자 사이에서 대표 성장주로 받아들여지던 애플이 올해 들어 이례적으로 부진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이에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서학개미) 사이에서도 애플 투자의 인기가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서학개미의 애플 주식 보유량은 42억5955만달러(약 5조8888억원)로, 새해 첫날의 50억3220만달러(약 6조9570억원)에 비해 15.4%가량 감소했다.

서학개미의 이 같은 변심은 다른 유력 정보기술(IT) 기업과 비교해 봐도 이례적이다. 같은 기간 이들의 엔비디아 보유량은 43억4949달러에서 101억7571달러로 99.1% 상승했고,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도 각각 27.4%, 17.3% 보관금액이 늘었다.

이는 결국 애플이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6.54% 하락하는 등 해당 종목의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애플은 지난 분기에 이어 부진한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증권가에서 전망하는 애플의 2분기 매출은 906억14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하고, 주당순이익도 1.51달러로 같은 기간 0.67% 감소할 전망이다.

이같이 부진한 실적이 예상되는 것은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아이폰 등 주요 제품 판매량이 약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마이클 응 골드만삭스 연구원에 따르면 애플의 2분기 아이폰 매출은 459억달러(약 63조4797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1%가량 감소할 예정이다. 이에 애플의 목표주가는 232달러에서 226달러로 하향 조정됐다.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때에도 아이폰 매출이 2%가량 감소했고, 특히 아이패드와 컴퓨터(맥) 매출이 각각 25%, 27% 줄어드는 등 큰 폭의 하락률을 보였다.

애플의 미래 실적을 이끌 신사업이 부진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애플은 수년간 끌어온 '애플 카 프로젝트'를 지난해 포기했다. 또 애플은 올해 초 가상현실 헤드셋 비전프로를 출시했는데, 밍치 궈 연구원에 따르면 회사 측은 판매 부진으로 해당 제품 출하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애플은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부임한 이후 매년 대규모 배당과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환원에 집중했지만, 정작 제품을 만들 때는 원가 절감에 집중하면서 소비자의 민심을 잃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실제로 애플은 최근 매년 100조원 이상을 자사주 소각에 활용하고, 20조원가량을 배당금 지급에 쓰는 등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회사 측이 공개한 재무제표를 종합하면 애플이 2021~2023년 자사주 소각에 사용한 비용은 해마다 117조원·124조원·107조원에 이르고, 배당금 지급에도 20조원·21조원·21조원을 썼다. 같은 기간 애플의 순이익이 각각 131조원·138조원·134조원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순이익의 대부분 혹은 그보다 많은 비용을 자사주 소각과 배당에 사용한 셈이다.

이에 애플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2021년 24조원에서 2023년에는 2조원으로 크게 감소했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42.36배로 주가수익비율(PER)의 27.60배를 넘어서는 등 다른 종목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제품의 질 측면에서는 주요 신제품에 저렴한 부품을 탑재함으로써 원가 절감에 집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에는 외신을 중심으로 맥북 프로의 기본 메모리 용량이 2012년 8GB로 늘어난 이후 12년째 답보 상태라는 분석 결과가 화제가 됐다. 이 밖에 가격이 150만원에 달하는 애플워치 에르메스의 시곗줄을 가죽에서 직물 소재로 변경하고, 아이폰 구성품에서 충전기를 제외하면서 환경 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아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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