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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병원서도 노마스크 ‘코로나 해방’...요양병원도 선제 검사 의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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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경계'에서 '관심'으로 조정되며 병원급 의료기관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1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한 환자가 마스크를 목에 걸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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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방역 의무 조치가 모두 ‘권고’로 바뀐 1일 마지막으로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했던 병원에서마저 마스크를 모두 벗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2020년 1월 이후 4년 4개월만에 완전한 일상회복에 들어간 것이자, 대중교통 등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2020년 11월 이후 3년 반 만에 마스크 착용 의무가 완전 사라진 셈이다. 시민들은 “더 이상 병원을 비롯한 어디에서도 마스크를 반드시 끼지 않아도 된다”며 “진짜로 팬데믹이 끝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1일 오전 9시쯤 방문한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본관 3층. 안내데스크에 있던 직원 3명 중 2명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한 명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지난 30일까지 안내데스크에서는 병원을 찾은 사람들이 요구할 경우 마스크를 무료로 배부했는데, 이날부터는 마스크를 배포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본관 접수처에 있던 직원 4명 중 2명은 마스크를 낀 채로, 2명은 끼지 않은 채로 있었다.

췌장암 치료로 입원한 친언니 간호를 위해 전남 나주에서 세브란스병원까지 온 이모(62)씨는 며칠 전부터 이날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그는 “공기 맑은 시골에서는 오히려 마스크 쓰고 다니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라며 “각자 알아서 관리를 잘 하면 되는데 병원에서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써야해 답답했다”고 했다. 이어 “이제 마스크를 벗으니 무거웠던 마음까지 후련해지는 듯 시원하다”고 전했다. 이날 발목인대 관절경 수술 퇴원 수속을 대기하던 이미경(58)씨 부부는 살색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오늘부터 병원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하자 이씨는 “수술도 마스크를 낀 채로 해 너무 답답하고 힘들었다”며 바로 마스크를 벗었다. 심장판막 수술로 일주일째 입원 중이라는 김종철(61)씨는 마스크를 턱에 걸친 채로, 아내 김길선(58)씨는 검정색 마스크를 낀 채로 로비 쇼파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김씨 부부는 “팬데믹이 완전히 끝난 것 같아 정말 좋다. 마스크를 끼는 순간 정말 답답한데 마스크를 벗을 수 있어 정말 편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만 일부 병원에선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안내방송이 여전히 흘러나오는가 하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지 모른 채 마스크를 쓰고 나온 사람도 많았다. 오전 9시 30분쯤 세브란스병원에는 “코로나19 감염 예방 및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환자와 보호자께서는 안전한 진료를 위해 병원 내 모든 장소와 특히 진료실과 병실에서도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주시길 바란다”는 안내방송이 울려퍼졌다. 한 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는 “오늘이 병원 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첫 날인지 몰랐다”며 “중환자실 환자를 많이 보는데, 환자에게 피해가 갈까 걱정되기도 하고 나 자신 역시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도 마스크를 착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1일 오전 10시 20분쯤 찾은 서울 서대문구 동신병원에선 입원 문의를 위해 병원을 찾은 한 남성이 보안직원에게 마스크를 요구하자 직원이 “오늘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돼 마스크가 없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맹장수술을 위해 지난달 27일부터 동신병원에 입원 중인 서대문구 주민 전찬서(23)씨는 “마스크를 벗을 수 있어 숨 쉬기가 편해 좋다”며 “마스크 정리를 위해 주삿바늘을 꽂은 팔을 올리기가 불편했는데 참 잘 됐다”고 했다.

1일 오전 9시 30분쯤 찾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성모병원에선 수납 절차를 밟고 있는 20명 중 4명이 마스크를 벗고 있었다. 소화기내과 시술을 받고 이날 퇴원을 위해 원무과를 찾은 박모(55)씨는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고지를 받은 적이 없어서 몰랐다”며 “입원병동에 있는 환자들도 아직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 했다.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남편을 간호하러 왔다는 금천구 주민 이모(79)씨는 “더 이상 마스크를 끼지 않아도 돼 병원 안에서도 편하게 다닐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그는 “밤에 잠을 잘 때도 마스크를 껴야 하는 게 특히 힘들었다”며 “이젠 병실 안에 누가 기침을 하는 게 아니라면 마스크를 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마스크를 벗고 있던 김종원(59)씨는 “병원에 왔는데 직원이 착용하라고 할 수도 있으니 혹시 몰라 하나를 챙겨 왔다”며 “예전에는 병원에 올 때마다 마스크를 안 챙겨와 안내데스크에서 얻어 껴서 미안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으니 편하다”고 했다.

한편 이날부터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경계’에서 ‘관심’으로 변경됨에 따라 기타 방역 조치도 대부분 사라졌다. 요양병원 등 감염취약시설 입소자의 선제 검사 의무도 권고로 바뀌었다. 감염취약시설 종사자와 보호자의 선제 검사 의무는 이미 지난해 6월과 8월 각각 권고로 전환된 바 있는데 이제 입소자마저 별도 검사를 먼저 받지 않고도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코로나 확진자에 대한 격리 기준도 바뀌었다. 기존에는 ‘검체 채취일로부터 5일 격리’가 권고됐으나, 오늘부터는 ‘코로나 주요 증상(발열, 기침 등) 호전 후 24시간 격리’ 권고로 바뀌었다. 기존 격리 기준이었던 5일에 미치지 않더라도 증상이 나아지면 24시간만 격리를 해도 괜찮다는 뜻이다.

[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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