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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일, 엔저 막고자 44조 투입 정황…‘미-일 금리차’로 하락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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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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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금융당국이 최근 요동치는 엔화 환율 방어를 위해 수조엔대 규모로 외환 시장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엔화 환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준금리 하락 결정 가능성이 낮아 당분간 엔 약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일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급등락했던 지난 29일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5조엔(약 44조원) 규모의 ‘엔화 매수-달러 매도’로 외환 시장 개입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추정은 지난 29일 일본은행에 예치한 시중 은행들의 당좌예금에서 한꺼번에 7조엔 넘는 돈이 빠져나간 것이 확인되면서 가시화했다. 이날 아시아 외환 시장에서는 달러당 엔화가 160엔대까지 치솟으면서 엔화 가치는 1990년 이후 3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날 오후 들어 갑자기 대규모 엔화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엔화 가치는 달러당 154엔대로 순식간에 반등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외환 시장에 개입했다는 의심의 눈초리가 나왔다.



일본 정부의 환율개입은 재무성이 일본은행에 지시를 내리고, 다시 일본은행이 민간 금융기관을 통해 엔화를 구입하거나 달러를 파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렇게 되면, 일본은행에 예치된 시중 금융기관의 당좌예금이 줄어들게 되는데 이런 거래를 확인하는 데 2영업일이 필요하다. 실제 일본은행이 30일 발표한 ‘1일 당좌예금 잔액(예상치)’을 보면 '재정 등 요인' 항목에서 7조 5600억엔이 감소했다. 일본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이 가운데 약 5조5천억엔이 엔 환율 방어를 위해 쓰였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30일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달러당 엔화가 156엔대에 거래되며 소폭 가격변동만 있었다. 일본 언론들은 시장에서 일본 정부의 환율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강해지면서 관망세가 이어졌던 것으로 풀이했다. 하지만 하루 뒤인 1일 현재,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는 다시 전일 대비 90엔가량 가치가 하락한 157엔 후반대에 거래되고 있다. 교도통신은 “시장에서는 엔화 약세가 가속할 경우,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다시 외환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짚었다. 앞서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지난 2022년 극심한 엔저 국면에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모두 3차례에 걸쳐 9조원을 투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환율 시장 개입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간다 마사토 재무성 재무관은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한 채 “(과도한 엔저 상황은) 국민 생활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런 방식의 외환시장 개입이 적절한 효과를 내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로이터통신은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평균적으로 1조엔 매도 때 달러당 1엔 정도의 엔화 등락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풀이했다. 오히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4월 30∼5월1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좁혀지지 않아 당분간 엔화 가치 하락세가 이어지는 게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 물가 상승을 고려할 때, 정책금리는 6회 연속 동결될 것으로 보인다”며 “역사적인 엔화 가치 하락을 불러일으킨 미·일 금리 차 축소 전망은 이번에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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