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개발사와의 협력 두고 상반된 행보
파이낸셜타임스, 챗GPT 오픈AI와 협력
챗GPT 개발사 오픈AI 로고.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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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오픈AI는 FT의 기사를 자사 AI 모델 훈련에 활용하고, FT는 오픈AI의 AI 모델을 뉴스 제작과 홈페이지 운영 등에 활용한다는 게 협약 내용의 골자다.
이 같은 FT의 행보는 미국 뉴욕타임스(NYT)와는 상반된 것이라 더 눈길을 끈다. NYT는 지난해 말 "오픈AI가 정당한 대가 지불 없이 우리 기사를 멋대로 긁어다가 AI 학습에 이용했다"며 오픈AI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영미권을 대표하는 유력 언론사 중 하나인 NYT가 오픈AI와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또 다른 유력지 FT는 오픈AI와 전격 손을 잡은 것이다.
손 맞잡은 FT·오픈AI "윈윈될 것"
FT와 오픈AI는 이날 양사의 협력이 서로에 '윈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픈AI 입장에서는 FT가 130년 이상 축적해 온 고품질 데이터를 저작권 침해 걱정 없이 AI 훈련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게 가장 큰 수확이다. 여기에 챗GPT가 정치나 사회 관련 질문을 받을 때 FT의 기사를 바탕으로 보다 적확한 답변을 내놓는 것도 가능해진다.
그에 대한 대가로 FT는 오픈AI로부터 일정액의 데이터 사용료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액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오픈AI와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는 NYT 역시 지난해 오픈AI와 뉴스 사용료 지급 협상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수개월 만에 결렬됐다.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사유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적정 사용료에 대한 이견이 컸기 때문일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NYT 입장에서는 오픈AI가 사실상 헐값에 자사 콘텐츠를 갖다 쓰려 한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 뒤 NYT는 자사의 데이터 활용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을 목표로 소송 카드를 꺼냈다. 이는 영미권 유력 언론사가 주요 AI 개발사를 고소한 첫 사례다. NYT는 오픈AI가 계약 없이 자사 데이터를 갖다 쓰는 것을 방치할 경우 회사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봤다. 이용자들이 AI 챗봇에 질문하는 것으로 기사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되면 언론사 홈페이지를 굳이 찾지 않게 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언론사의 구독이나 광고 수익 급감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지난해 12월 자사 출판물 저작권이 침해당했다며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은 NYT와 오픈AI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의 로고를 합성한 이미지.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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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이냐, 전쟁이냐... 언론계도 갈라져
테크업계에서는 FT와 NYT의 다른 선택은 AI를 대하는 두 시각을 상징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언론계가 "어차피 발전을 막을 수 없다면 공존해야 한다"는 이른바 FT 진영과 "적당히 타협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 진영으로 나뉜 모양새라는 것이다.
다만 "AI는 인류에 실존적 위험이 될 것"이라고 보는 '두머'(doomer·파멸론자)들의 우려에도 현실은 '부머'(boomer·개발론자)를 중심으로 AI 개발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것처럼, 언론계 역시 결국 AI 개발사들과의 협력이 대세가 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오픈AI는 CNN, 폭스, 타임 등 미국의 다른 유력 언론사들과도 뉴스 사용 계약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미국 테크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오픈AI는 FT에 앞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독일 악셀슈프링어, AP통신 등에 최소 100만 달러(약 13억7,900만 원)에서 최대 500만 달러(약 68억9,500만 원)를 콘텐츠 사용 대가로 지급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이어질 계약 역시 이를 기준으로 사용료가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버지는 "이는 (뉴스 서비스를 운영하는) 애플 등 다른 회사가 언론사에 제공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라고 전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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