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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바이든 “사우디와 수교 주선할테니 휴전을” 이스라엘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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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엔 “안보 우산” 수교 당근책… 블링컨 중동 급파 ‘메가딜’ 추진

대선 앞 중동 확전 피해야할 바이든… 실각위기 네타냐후-이란견제 빈 살만

3명 이해관계 일치 ‘신데탕트’ 주목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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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교 정상화를 고리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휴전을 이끌어 내는 ‘메가딜’을 추진하고 있다. 이스라엘에는 “사우디와의 수교를 돕겠다”며 하마스와의 휴전을 압박하고, 동시에 사우디에는 “안보 우산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하며 이스라엘과의 수교를 압박하는 식이다. 그간 사우디는 ‘선(先)방위조약 체결, 후(後)이스라엘과의 수교’를 요구해 왔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동 확전을 피해야 할 바이든 대통령, 역내 최대 경쟁자 이란을 견제하려는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하마스와의 전쟁 장기화로 총리직을 상실할 위기에 놓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 같은 구상을 두고 이해관계가 일치해 악화일로를 걸어온 중동 사태에 해결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 인사의 상당수는 하마스와의 휴전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사우디 내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 또한 이스라엘과의 수교를 반대해 최종 성사까지 난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측은 특히 휴전 제안에 관한 하마스의 응답 시한을 1일 밤으로 못 박았다. 이 시간까지 휴전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가자지구 남부 라파로 지상군을 투입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 美, 이-사우디 수교 카드로 휴전 압박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 30일 양일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9일 기자회견에서 “양국이 (안보) 합의 측면에서 함께 진행해 온 작업이 완료에 매우 가까워졌다”며 상호방위조약 타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 외교장관도 “대부분 작업이 마무리됐다”고 동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후 무함마드 왕세자를 만나 이 같은 뜻을 전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국교 정상화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때부터 공을 들인 의제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 전까지 미국의 중재로 해당 논의가 상당 부분 진전됐지만 전쟁 발발로 멈춰섰다. 특히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며 아랍권 전체에서 반(反)이스라엘 여론이 확산되자 무함마드 왕세자는 자국 내 이슬람 원리주의자의 반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 대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오자 바이든 행정부가 급해졌다. 전쟁 전 진행된 관계 정상화 논의 속도를 앞당기고, 이를 통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을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중동 내 안보동맹 구도를 튼튼히 하면서 고질적 분쟁도 종식시켜 ‘평화의 중재자’라는 이미지와 실리를 다 잡으려는 것이다. 여기에는 중동 내 영향력을 확대 중인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수교 중재를 두고 “힘겨운 재선 싸움을 벌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긴박함이 묻어난다”고 진단했다.

무함마드 왕세자 또한 미국의 도움이 절실하다.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의 배후 의혹과 장기 집권에 따른 국내외 비판에다 최근 사막에 5000억 달러(약 690조 원) 규모의 신도시를 짓겠다는 네옴시티 프로젝트마저 축소설이 흘러나오며 곤욕을 겪고 있다.

그간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맺은 수준의 방위협정 체결, 민간 핵 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 허용 등을 요구했다. 사우디는 패권 경쟁을 벌이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각종 미사일과 무인기, 중동 내 시아파 무장단체 등을 최대 위협으로 간주하며 미국의 안보 우산을 촉구해 왔다.

하마스와의 전쟁 장기화로 실각 위기에 처한 네타냐후 총리에게도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아랍 맹주 사우디와의 관계 정상화를 달성한 최초의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이란과 전면전 직전까지 치닫는 공방을 벌였던 이스라엘은 사우디와의 수교를 통해 이란을 고립시키려는 속내를 보이고 있다.

● 이 극우 연정의 ‘휴전 반대’ 등 변수

다만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의 상당수 인사는 하마스와의 휴전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연정 내 최고 극우 인사로 꼽히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지난달 28일 “무책임한 거래는 곧 연정 해산”이라며 네타냐후 총리를 공개 압박했다.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 또한 “휴전은 굴욕적인 패배”라며 “하마스를 소탕하지 못하면 연정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가세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같은 압박 속에 30일 인질 가족들과 만나 휴전 협상의 타결 여부와 무관하게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 지상군을 투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라파에서 하마스 부대를 모두 없앨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하마스에도 휴전 합의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이 그간 ‘최소 40명’으로 제시했던 석방 요구 인질 수를 33명으로 줄였다고 보도했다. 블링컨 장관은 “하마스가 받은 제안은 상당히 관대한 것”이라며 거듭 휴전을 촉구했다.

AFP통신은 이스라엘 고위급 관리를 인용해 이스라엘측이 하마스에 제안한 휴전안을 오는 1일 밤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이 관리는 “1일 밤까지 답변을 기다리겠다. 하마스가 응답할 경우 휴전 회담을 위해 이집트 카이로에 특사를 파견할 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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