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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MD크림이 뭐길래…비대면 진료 ‘실손 빼먹기’ 창구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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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상 의사가 직접 발라줘야
진단서 허위기재로 실손 청구
온라인에 실비처방 후기 넘쳐


매일경제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습니다. [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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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로 제로이드 MD크림을 처방 받아서 비용은 실손보험으로 처리했어요. 집에서 편하게 내 돈을 거의 안들이고 MD크림을 받을 수 있어요.”

병원에서 구매하는 보습제인 이른바 ‘MD크림’을 비대면 진료로 처방 받아 실손의료보험을 청구하는 사례가 늘면서 보험업계가 이를 주시하고 있다. MD크림과 같이 재판매도 할 수 있는 치료 재료는 도수치료와 백내장 등과 함께 실손보험이 악용되고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10대 비급여 항목 중 하나다. 최근 전공의 파업으로 인한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한 가운데, 비대면 진료를 실손보험 빼먹기의 수단으로 쓰는 사례가 늘고 있다.

30일 매일경제가 실손보험 점유율이 높은 대형 손해보험사 A사의 ‘재판매 가능 치료 재료 실손보험금 지급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 1분기 지급 건수는 15만8326건으로 2022년 1분기보다 37.4%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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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은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대표적인 재판매 가능 치료 재료인 MD크림의 보상 기준을 대폭 강화했던 해다. MD크림에 대한 과잉진료와 소비자들의 불법 중고거래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MD크림은 뷰티 매장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구매할 수 있지만 ‘의료기기’로 분류돼 병원에서 처방을 받으면 실손보험 처리가 가능하다. 제로이드MD, 아토베리아MD 등이 대표적이다.

당시 당국과 보험사들은 MD크림에 대해 한 번의 진료에서 한 개의 처방전만 인정하고, 의사가 치료재를 환자에게 발라줘야하며(도포), 진료 확인서에 ‘치료를 목적으로 도포했다’는 사실을 기재하도록 권고했다. 그런데도 실손보험 지급 건수가 늘어나는 데 대해 비대면 진료를 통한 새로운 유형의 처방이나 의료 쇼핑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로 MD크림을 처방 받고 진료 확인서에 ‘도포 교육 실시’ 등 대면 치료로 오인할 수 있는 표현을 쓰고 실손보험을 청구하는 건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환자가 야간이나 주말에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통해 병원에서 알레르기성 접촉 습진 등 진단을 받고 배송 서비스로 MD크림을 수령한 뒤 ‘도포 교육 및 처방함’이라고 ‘허위’로 기재된 진료 확인서를 보험사에 제출하는 식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비대면 진료로 의사가 환자의 환부에 치료재를 발라줄 수 없지 않느냐”며 “병원은 MD크림을 처방하면 끝이지만, 보험사는 일일이 진료비 세부내역서를 확인해 비대면 진료로 확인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데 이 과정에서 보험사와 가입자간 분쟁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정부의 지침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서비스 범위는 의약품 처방 조제로 한정돼 있다.

인터넷 블로그와 커뮤니티에는 ‘동네 병원에서 제로이드MD 실비 비대면 처방받기’ 등 이용 후기와 광고성 글이 넘쳐난다. 이런 게시물은 정부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중개플랫폼 가이드라인’에도 어긋난다.

비대면 진료는 동네 병원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 시기보다 진료 범위가 축소된 형태로 시범사업이 시행되다가 최근 정부가 전면 허용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굿닥·나만의닥터·닥터나우·솔닥 등 비대면 진료 플랫폼 4개사의 지난 3월 비대면 진료 요청 건수는 15만5599건으로 비대면 진료에 대한 전면 허용 조치가 이뤄지기 전인 지난해 11월(2만3638건)보다 6배 넘게 늘었다.

재판매 가능 치료 재료의 실손보험은 동네 의원 등 1차 병원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1차 병원의 올 1분기 실손보험 지급 건수는 13만4727건으로 2차 병원(1만8692건), 3차 병원(4907건)보다 각각 7배, 27배나 많았다.

보험업계는 비대면 진료를 급여 치료 위주로 진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보험사 관계자는 “비급여 진료의 경우 의사가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과 동의 등이 필요한데 비대면에선 충분히 이뤄지기 어렵다”며 “급여 치료에 한정하면 과잉진료 등의 우려를 없애고 환자의 접근성과 편의성 제고 등 비대면 진료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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