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실질가계소비 연평균 증가율 20%에서 3.5%까지 하락
주로 소비를 줄이는 대신 저축 늘려...여행·외식·취미생활 줄여
주로 소비를 줄이는 대신 저축 늘려...여행·외식·취미생활 줄여
한국의 가계소비가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이전 추세를 밑돈 후 동 추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고, 전년대비 증가율로 보면 외환위기 이후 가계소비가 이전에 비해 뚜렷이 한 단계 낮아진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자료=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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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실업 경험의 상처 때문에 씀씀이를 줄이면서 소비가 예전만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경향으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비를 줄이는 대신 저축을 늘리는 것을 택했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실업 경험이 가계소비에 미치는 장기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소비는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크게 둔화한 뒤 지금까지 이전 증가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실질가계소비 연평균 증가율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로 양상이 다르게 나타났다. 한은에 따르면 1971~1997년의 경우 연평균 20.3%였지만, 외환위기 이후 1998~2008년까지 7.1%로 절반 넘게 깎였다.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2009~2021년 3.5%로 절반 수준으로 내려왔다.
한은이 1996∼2021년 한국노동패널·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과거 실업 경험이 가계소비에 유의미하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서 실업 경험은 개인의 실제 실업 상태는 물론 국가 단위에서 실업률이 치솟는 경험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이런 과거 충격이 가계소비에 지속해서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상흔 소비(scarred consumption)’ 현상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으로 분석됐다.
상흔 소비는 주로 소비를 줄이는 대신 저축을 늘리는 ‘자산 축적’ 경로를 통해 나타났다. 계층별로는 소득·자산이 적은 계층에서, 소비재 종류별로는 여행·외식·취미생활 등 선택재를 비롯한 주로 1년 미만 사용되는 음식료품, 의약품, 화장품, 서적·문구 등의 상품인 비내구재를 중심으로 상흔 소비 경향이 뚜렷했다.
최영준 한은 미시제도연구실 연구위원은 “국내 대상으로 한 기존 연구는 주로 단기적인 시각에서 경제위기 이후 소비부진의 원인을 분석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분석결과 과거 충격이 상흔이 되어 가계소비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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