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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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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라 불린 선관위 前총장 아들… 채용·복지 왕족처럼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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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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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전·현직 직원들의 자녀를 합격시키기 위해 면접 위원이 작성한 평가 점수까지 조작하는 등 조직적으로 ‘특혜 채용’을 벌여왔다고 감사원이 30일 밝혔다. 이 과정에서 합격권 지원자까지 억울하게 탈락했다고 한다. 감사원은 고위직뿐만 아니라 국·과장급 직원들도 스스럼없이 자녀 채용을 청탁하는 등 선관위 내부에 부정 채용이 만연한 사실을 확인하고, 특혜 채용 의혹에 연루된 선관위 전·현직 직원 27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감사원은 선관위가 2013년부터 10년간 진행한 291차례 경력 채용을 전수조사한 결과, 1200여건의 법규정 위반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 “채용부터 전보, 관사까지 ‘아빠찬스’”

감사원에 따르면 김세환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의 아들인 김모 씨는 채용 과정은 물론 채용 이후 전보, 관사 제공, 내부 교육선발 과정 전반에서 부당한 특혜를 받았다.

인천선관위는 2020년 김 씨를 8급 경력직으로 채용했다. 그에 앞서 2019년 중앙선관위는 채용 수요 조사에선 인천선관위에 “6급 이하 직원 숫자가 정원을 초과한다”고 했다.

하지만 같은 해 중앙선관위는 오히려 김 씨가 지원한 인천선관위 산하 강화군선관위 선발 인원을 한 명 더 늘렸고, 다음해 김 씨가 채용된 것. 감사원은 김 씨를 뽑기 위해 없는 자리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 씨가 지원한 강화군선관위는 내부 규정상 격오지로 분류된다. 선관위는 통상 격오지 직원을 뽑을 때 “5년 동안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 없다”는 조건을 붙였지만 당시 채용에선 이런 조건도 붙이지 않았다.

김 씨를 뽑을 당시 서류전형에선 그와 조건에 맞는 “8급, 35세 이하, 인천 출퇴근 가능자를 뽑으라”는 기준도 생겼다고 한다. 면접에선 김 전 총장의 동료였던 선관위 내부 위원 3명이 들어왔고, 2명이 김 씨에게 만점을 줬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렇게 채용된 김 씨는 1년도 지나지 않아 인천선관위로 자리를 옮겼다. 인천선관위는 그 무렵 “군 선관위 직원이 시도 선관위로 가려면 3년 이상 재직해야 한다”는 기존 요건을 완화했다. 김 씨는 선관위 내부 규정상 관사 제공 대상이 아니었지만 인천선관위는 월세도 지원했다. 이번 감사에선 김 씨가 선관위로 온 뒤 선관위 직원들이 그를 ‘세자(世子)’라고 지칭한 내부 메신저 기록도 확인됐다.

● 감사원 “직원 자녀 합격시키려 평가표까지 조작”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선관위의 경우 2021년 신우용 당시 상임위원 아들이 응시한 면접에 앞서 내부위원들에게 “평가표를 연필로 작성해달라”고 당부했다. 이후 면접이 끝난 뒤 인사담당자가 지우개로 평가위원의 점수를 지워 일부 응시자들에게 낮은 점수를 줘서 탈락시켰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전남선관위는 2022년 박찬진 당시 사무총장의 딸이 응시한 면접에서 위원들에게 “순위만 정해주고 평가표 점수란은 비워달라”고 했다. 이후 인사담당자가 박 전 총장 딸 등 일부 지원자들의 점수를 높게 써넣어 준 것으로 감사원은 보고 있다.

선관위 직원 자녀가 채용 필수 서류인 전출 동의서를 제출하지 못했는데도 선관위가 이를 눈감아주고 합격시킨 사례도 있었다. 청주시 상당구 선관위 국장의 자녀가 재직 중이던 옥천군으로부터 전출동의서를 받지 못했지만 충북선관위가 옥천선관위 담당자를 군수에게 보내 동의서를 받아오도록 한 것.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해 선관위는 이날 “수사 결과에 따라 조치가 필요한 사항은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며 “채용 공정성 강화를 위해 시험위원을 100% 외부위원으로 구성하는 등 인사운영기준을 개정했다”고 전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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