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간 시스템반도체의 활용도가 증가함에 따라 수요산업에서 요구를 뒷받침하기 위해 시스템에서 요구하는 기능별 범용 반도체와 모듈 단위의 부품 초기시장에서 효율성 향상을 위한 최적화와 검증의 발전 과정을 거쳤다. 구성 아날로그, 디지털이 부품들이 모여서 모듈화, 집적화, 시스템온칩(SoC) 제작을 통해 응용 시스템 산업의 소형화, 저전력화, 저가격화, 고성능화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이었다.
인공신경망 기술은 최근 10년간 1년에도 수십개의 새로운 신경망 기술이 발표될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며 수요가 불분명한 초기시장을 겪었다. 신경망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전용 시스템반도체 개발에는 2~3년이 걸리는 현실을 고려할 때 빠른 발전 속도는 반도체 기업이 대응하기 어려웠다. 비효율적이나 범용성을 가진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제품군 외에는 사실상 대안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트랜스포머의 인공신경망 모델이 2020년 이후 이미지, 영상, 자연어, 음성의 인지와 생성에서 탁월한 성능을 보이면서 상황이 변했다. 트랜스포머 기반의 인공신경망은 인지 성능과 병렬성을 높였고, 라벨링 없는 대규모 데이터 학습 방식을 통해 수천억개 이상의 뉴런-시냅스 연결을 가진 거대 인공신경망으로 발전했다. 대규모 반도체 수요가 필요한 응용이 보이기 시작하자 전용 AI반도체가 도입될 계기가 마련되었다. 최근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AMD, 인텔, 퀄컴의 반도체 기업들은 속속 높은 집적도와 새로운 구조의 AI 반도체를 발표했고, 수요기업이었던 구글, MS, 아마존 기업도 자사의 클라우드 거대언어모델(LLM) 서비스용 전용 반도체를 개발했다.
거대 수요기업이 직접 개발에 뛰어드는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요 요인은 독점적인 엔비디아 제품군의 비효율성에 있다. 초기 기술개발에는 범용성이 장점이 되지만, 기술이 정립되며 상용화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는 낮은 효율성이 단점으로 작용한다. 거기에 독점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 커졌고, 필요한 물량공급이 가변적인 상황으로 사업성 확보와 리스크 확대가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요인으로는 현재 AI 기술의 구현 방식이 있다. 현재 소프트웨어(SW)로 구현된 인공신경망에서 성능향상을 위해서는 가속기 칩보다 응용에 최적화된 중앙처리장치(CPU)·메모리·가속기 간의 시스템 최적화 기술이 더 중요하다. 응용에 특화된 시스템 최적화 기술은 구글, MS, 아마존의 수요기업이 더 잘하는 분야이다. 향후, 첨단 패키징 기술과 함께 AI 모듈, 시스템 기술에 좀 더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다.
한편, 클라우드 AI와 다른 영역에서도 AI 관련 수요가 형성되고 있다. 인터넷과 연결되어 서버 중심으로 서비스되는 AI 응용은 과도한 네트워크 부하와 개인화 및 보안에서 비효율적이다. 최근 이러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온디바이스 AI가 주목받고 있다. 여러 AI 응용 분야의 인터넷 엣지단 장치에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탑재하고, 사전 학습된 신경망을 최적화 이식해 서버 도움 없이 장치에서 AI 서비스를 하기 위한 AI 응용 수요가 형성되고 있다.
온디바이스 AI는 전동화된 자율주행 및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등 미래차,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한 로봇, 드론, AI홈 서비스, 스마트가전, 지능형 보안카메라, 질병 예측 웨어러블 기기, 고장진단, 수명 예측이 가능한 제조, 에너지, 첨단 무기체계 등 산업 전반에 다양하게 적용됐을 때 기존 적용 부품을 교체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신시장 창출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시장의 본격 성장이 예상되는 서버용 전용 AI반도체와 온디바이스 AI를 통해 국내 주력산업의 경쟁력 향상과 낮은 경쟁력 수준의 국내 시스템반도체 설계 기업들이 몇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황태호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반도체디스플레이연구본부장. |
황태호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반도체디스플레이연구본부 본부장 taeo@ke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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