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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이종섭 ‘2차 외압’ 있었나…국방부 재검토 문서도 번복된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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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해 9월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답변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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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수사단의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결과를 결재했다가 돌연 태도를 바꿨던 것처럼, 해병대수사단의 기록을 재검토한 국방부 조사본부의 검토 결과도 보고받은 뒤 번복한 정황이 드러났다. 조사본부의 보고 내용도 해병대수사단과 같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의 혐의가 인정된다’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군인권센터는 “누군가 장관의 판단에 계속 개입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2차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이 전 장관 쪽은 ‘최종 결과 보고 전 어떠한 보고도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군인권센터는 3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상임위원 겸 군인권보호관이 지난 18일 낸 성명서에서 이러한 의혹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 성명서에서 김 위원은 지난해 8월14일 이뤄진 이 전 장관과 통화를 언급하며 “(이 전 장관이) 수사 대상자 중 하급 간부 2명에 대해서는 혐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으로 정리해 (해병대수사단의 수사자료를 경북경찰청에) 반환할 예정이라는 식으로 답변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해병대수사단이 임 전 사단장 포함 8명에게 혐의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경찰에 이첩하자, 이를 되가져와 국방부 조사본부가 재검토했고, 그 결과 하급 간부 2명만 제외하고 임 전 사단장 포함 6명에게 혐의가 인정되는 거로 정리를 했다는 취지로 보인다. 해당 통화는 ‘국방부 조치가 부당하다’는 김 위원의 지난해 8월9일 성명 발표 직후 성명 내용을 설명하겠다는 김 위원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이 전 장관이 김 위원에게 문제의 발언을 했다는 지난해 8월14일은 국방부 조사본부가 국방부 장관에게 ‘기록 재검토 결과’를 보고한 날이다. 보고 문서를 보면, 조사본부는 ‘조사 내용에 대한 법리 판단’을 첨부해 장관에게 보냈다. 이 전 장관이 조사본부로부터 보고 받은 ‘법리 판단’을 김 위원과 통화에서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센터는 “이 전 장관은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경찰에 혐의자로 이첩하자’는 조사본부의 최초 판단에 동의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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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가 30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채 상병 사망 사건, 국방부 조사본부 재수사 때도 2차 외압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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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통화 3일 뒤인 지난해 8월17일 이 전 장관은 연석회의를 소집했고, 나흘 뒤 조사본부는 임 전 사단장을 제외하고 대대장 2명에게만 혐의가 인정된다는 취지를 담아 기록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 센터는 14∼17일 사이 이 전 장관의 ‘윗선’에서 외압을 행사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정황은 해병대수사단이 장관에게 수사결과를 보고한 뒤 벌어진 일과 비슷하다. 두 번 모두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로 경찰에 이첩하는 일을 막는 결과로 이어졌다. 센터는 “장관의 판단을 바꾼 사람이 누구인지 수사로 밝혀져야 한다”며 ‘대통령실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센터는 지난해 8월14일 통화 이후 이 전 장관과 김 위원의 태도가 동시에 돌변한 부분도 의심스럽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같은 해 8월9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가 기록을 경찰에서 되가져오고,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을 항명 혐의로 수사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가 일주일 만에 돌연 입장을 바꾼 바 있다. 센터는 “이 전 장관은 조사본부 재검토 결과 중간보고를, 김 위원은 이 전 장관과의 통화 사실을 감추거나, 감추려고 노력해왔다. 도대체 무엇을 숨기려고 했던 것인가”라며 채 상병 사건 특별검사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이날 이종섭 전 장관 변호인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14일 보고 문건은) 국방부 장관에게는 보고되지 않았던 문건”이라며 “8월20일 재검토 (최종) 결과 보고를 받을 때까지 (조사본부의) 중간보고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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