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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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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대체투자로 수익 극대화”… 국민연금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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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의 큰손’ 국민연금공단이 자산군 간 칸막이를 허물어 자산 배분의 유연성을 추구하는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을 곧 결정한다. 각 자산의 목표 비중을 미리 정하는 경직적인 현 자산 배분 구조에서 벗어나 투자 다변화를 이루고, 이를 통해 운용 수익률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수익률을 끌어올리면 기금 고갈 시기도 늦출 수 있다. 국민연금은 기준 포트폴리오를 대체투자 분야에 우선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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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한 시민이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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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정부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다음 달 2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도 제3차 기금위’를 열어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 방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기금위는 매년 전략적 자산배분(SAA)을 실시해 국내 주식, 해외 주식, 국내 채권, 해외 채권, 대체투자 등 미리 정의해 둔 자산군에 각각 5년 동안의 목표 비중, 허용 범위, 벤치마크(비교 지수) 등을 정하고 있다. 이 5년 단위 중기자산배분안의 틀 안에서 해마다 1년 단위 기금운용계획안을 별도로 수립해 1000조원 넘는 국민 노후자금을 굴린다.

문제는 SAA가 자산군 중심의 칸막이 형태로 이뤄지다 보니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데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또 경직적인 자산 배분 체계가 의사결정 기간을 늘려 투자 집행을 늦추고, 신규 자산의 유연한 도입을 방해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고자 등장한 게 기준 포트폴리오다. 손협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전략실장은 기준 포트폴리오 개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기준 포트폴리오 체계에서는 모든 액티브 투자가 동일한 위험을 갖는 공모자산 조합으로부터 펀딩받는 것으로 간주한다. 국민연금이 100억원 가치의 부동산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치자. 기회비용 모델을 통해 이 부동산의 위험 특성치가 ‘주식 40% + 채권 60%’로 구성됐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면 국민연금은 기준 포트폴리오의 주식 40억원과 채권 60억원을 매도해 해당 부동산 매수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식으로 포트폴리오의 위험 수준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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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A가 각각의 자산에 목표치를 제시한 뒤 벤치마크 대비 성과를 개별 측정하는 방식이라면, 기준 포트폴리오는 좀 더 포괄적인 관점에서 자산과 자산 사이의 칸막이를 의식하지 않고 시장 환경에 맞춰 투자 자산 비중을 유연하게 조절하는 방식이다. 모든 자산을 주식과 채권으로 분해해 바라보는 만큼 신규 자산을 다양하게 편입하기도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연금은 기준 포트폴리오가 기금위를 통과하면 우선 대체투자 영역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적용 시점은 내년부터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대체투자 분야에서 사모주식 40%, 부동산 30%, 인프라 30%의 비중으로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기준 포트폴리오가 도입되면 이 비율을 억지로 맞출 필요가 없어진다.

유연한 대체투자가 허용되면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 수익률도 개선될 수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13.59%(잠정·금액가중수익률)의 투자 수익률을 기록한 바 있다. 역대 최고 실적이다. 그러나 앞선 10년(2013~2022년)의 평균 수익률은 4.70%에 그친다. 같은 기간 10% 넘는 수익률을 낸 캐나다연금투자(CPPI)에 한참 못 미친다.

기금 운용 수익률이 올라가면 국민연금 고갈 시점도 그만큼 뒤로 밀리게 된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 운용 수익률을 1%포인트(p)만 높여도 기금 고갈 시기를 6년 정도 늦출 수 있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은 “수익률 제고를 위해 자산 배분 체계를 유연하게 개선하고, 투자 다변화를 막힘없이 추진해 국민의 소중한 노후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고 했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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