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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강북 분양가가 3.3㎡당 4천만원대…공사비 치솟아 재건축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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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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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자잿값과 인건비 등 상승으로 아파트 공사비가 치솟으면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몸살을 앓고 있다. 공사비 급등에 따른 조합과 시공사간 분쟁이 잇따르고 공사비 인상 합의가 이뤄진 사업장에선 일반분양 아파트의 분양가가 뛰어오르고 있다. 업계에선 공사비 상승이 재개발·재건축 사업 부담을 가중시키고, 급등한 분양가는 주택 수요 위축과 미분양 위험으로 이어지는 연쇄적인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서대문구 홍제동 분양가가 3.3㎡당 4천만원대?





지난 16일 서울 신반포22차 재건축 조합과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은 공사비를 3.3㎡당 1300만원으로 올리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정비사업 공사비 중 역대 최고가로 꼽혔던 서초구 방배삼호 12·13동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공사비(3.3㎡당 1153만원)를 넘어선 것이다. 조합은 2017년 시공사 선정 당시 현대엔지니어링과 3.3㎡당 569만원에 계약을 맺었지만,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급등에 따라 7년 만에 갑절을 훌쩍 넘는 수준으로 공사비를 증액했다. 애초 현대엔지니어링은 조합 측에 공사비를 3.3㎡당 139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조합과 줄다리기를 한 끝에 1300만원으로 합의했다.



신반포22차 재건축 사업은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2차 아파트를 허물고 지상 최고 35층, 2개동, 160가구를 새로 짓는 사업이다. 공사비 증액에 따라 일반 분양가도 높아질 전망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해부터 조합에 제안해 온 일반분양가는 3.3㎡당 최저 8500만원이다. 이 단지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서초구에 있지만 일반분양 가구수가 28가구여서 상한제 규제를 적용 받지 않는다.



서울 강북의 공사비 상승폭도 만만치 않다. 최근 서대문구 홍제3구역 재건축조합은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협상 끝에 공사비를 3.3㎡당 784만원으로 올리기로 합의했다. 이는 2020년 계약했던 3.3㎡당 공사비 512만원에서 53.1% 인상된 것이다. 조합은 이같은 공사비 변동에 따라 조합원 분양가는 3.3㎡당 평균 2300만원대에서 2800만원대로, 일반 분양가는 3.3㎡당 평균 3천만원대에서 4250만원대(추정치)로 상승할 것이라고 조합원들에게 알렸다. 이렇게 되면 전용면적 84㎡ 일반분양분 분양가가 14억원대로, 강북권 재건축 단지로는 최고 수준이다. 은평구 불광5 재개발조합도 최근 일반분양분 분양가를 3.3㎡당 3770만원으로 예상한 관리처분계획안을 마련했다. 이는 2022년 말 조합원 분양신청 때 추정했던 일반분양가(3.3㎡당 2380만원)에서 58.4% 오른 것이다.



공사비 갈등 끝에 계약이 해지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성남시 중원구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최근 시공단인 지에스(GS)건설·에이치디시(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의 공사가계약을 해지했다. 조합은 2019년 시공단과 가계약을 체결한 뒤 2022년 7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으나 지난해 시공단이 공사비를 3.3㎡당 445만원에서 672만원으로 약 51% 인상하고 공사기간을 46개월에서 53개월로 연장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조합과 갈등이 불거졌고 끝내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앞서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5단지는 조합원 추가 분담금이 5억~6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자 지난해 11월 공사비 인상을 이유로 지에스건설과 시공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시공사는 입찰보증금(대여금) 반환청구와 시공이익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한 상황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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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 재개발·재건축 미분양 잇따라





부동산 업계에선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지의 공사비 급등은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 인상과 함께 일반분양의 분양가까지 끌어올려 연쇄적인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집값이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재개발·재건축 일반 분양가만 치솟을 경우 시장에서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 미분양 물량이 적체되고 재개발·재건축 사업 동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서울에선 송파구 가락동 더샵송파루미스타(가락현대5차재건축), 영등포구 개봉동 호반써밋개봉(개봉5구역주택재건축), 양천구 신월동 한양립스(덕호주택가로정비), 도봉동 금호어울림리버파크(도봉2구역재개발) 등 입지가 양호한 정비사업 단지들의 일반분양 아파트가 고분양가로 인해 청약 미달 사태를 겪은 뒤 임의공급 절차를 밟았거나 밟고 있는 중이다. 가락동 더샵송파루미스타 전용면적 84㎡의 분양가는 18억원으로, 2022년 말 공급된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전용면적 84㎡의 분양가(13억원)보다 5억원 오른 수준이다.



정비사업지 중심으로 신규 주택공급이 이뤄지는 서울의 고분양가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 자료를 보면, 3월 말 기준 서울의 3.3㎡당 평균 분양가격은 3801만원으로 1년 전(3068만원)보다 23.91% 오르며 733만원 이상 뛰었다.



이처럼 정비사업 단지들의 공사비 분쟁, 고분양가 위험이 커지자 안정적 주택공급을 위해선 공공 지원이 필요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제안이 나와 눈길을 끈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23일 발표한 ‘주택공급 상황 분석과 안정적 주택공급 전략’ 보고서에서 최근 심각해진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공사비 분쟁을 예방·조정하기 위해선 공공에서 조정 전문가를 파견하거나 공사비 검증 역할을 강화해 공사 단절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혜 국토연 연구기획팀 연구위원은 “공사비 급등으로 인한 분쟁과 공사 중단을 방치하면 주택공급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면서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이 조합에 설계 비용을 지원하고 적격 설계업체 선정, 구체적인 과업 명시 등을 통해 내역에 기초한 공사 도급계약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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