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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철창 너머 팔 국기 펄럭…美명문 컬럼비아대에서 무슨일이[워싱턴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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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비아대 미 대학 시위 확산 기점…출입 엄격 통제

시위 지지자들 캠퍼스 인근 배회…"끔찍하다" 비판도

사태 장기화 조짐…대학 '정학' 강수에 반발 확산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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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시스]지난 2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의 컬럼비아대 출입이 통제된 모습. 202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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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시스] 이윤희 특파원 = 미국의 대표적인 사립대학 중 하나이며 한국에서는 '아이비리그'로 유명한 뉴욕 맨해튼의 컬럼비아대가 연일 미국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가자사태 종식과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리를 요구하는 미 대학생 시위의 첨병에 서면서다.

29일(현지시각) AP통신에 따르면 뉴욕, 텍사스, 캘리포니아 등 미 전역의 대학 캠퍼스에서 가자사태 관련 농성으로 체포된 학생 숫자는 1000명에 육박한다. 여전히 수많은 대학에서 학내 농성이 진행형이다.

시위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가자지구 민간인 희생을 문제삼으며 대학측이 이스라엘 단체와의 재정적 관계를 끊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맨해튼 컬럼비아대 출입통제…시위 지지자들 발걸음


이번 사태의 시작이 지난 17일 새벽 기습적으로 컬럼비아대 캠퍼스 내에 설치된 농성천막이다.

대학 당국이 이튿날 경찰을 동원해 학생 100여명을 강제 체포하자 이를 계기로 미 전역의 수많은 대학에서 유사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컬럼비아대의 경우 시위대가 체포 당일 즉시 캠퍼스 농성을 재개했다.

지난 27일 직접 찾은 컬럼비아대 캠퍼스는 토요일 오후였음에도 긴장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지하철역 입구와 맞닿은 후문부터 반대편의 정문에 이르기까지 모든 출입로를 철문이 가로막고 보안 요원들이 상주했다. 주요 길목엔 경찰차도 배치돼 있었으며 정문에선 신분확인을 거친 뒤 학생 등 학교 관계자들만 출입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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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시스]지난 2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의 컬럼비아대 출입이 통제된 가운데 대학생 시위대를 응원하기 위해 학교를 찾은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알렉스 나스왈라씨가 피켓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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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 너머로는 농성 천막과 팔레스타인 국기가 모습을 보였고, 일부 학생들이 주변에 앉아 있거나 서성이고 있었다.

대학이 캠퍼스 출입통제에 나선 것은 외부 세력의 시위 가담을 막기 위함인데, 실제 이날 대학 인근에선 시위에 함께하기 위해 캠퍼스를 찾았다가 내부로 진입하지 못하자 주변을 배회하는 이들을 다수 만났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태어난 뒤 1968년 미국으로 이민온 모리스 나스왈라씨도 그중 하나다. 컬럼비아대 졸업생이라는 그는 가족들과 함께 팔레스타인 국기와 피켓을 들고 주말 모교를 찾았다.

동행한 알렉스씨는 그의 아들로 뉴욕에서 나고 자란 아랍계 미국인이다. 알렉스씨는 "시위대를 지지하기 위해 찾아왔다. 그들에게 음식과 물건이라도 주고 싶어 가져왔는데, 내부로 들어가지 못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알제리 출신 여성인 노라씨도 어린 자녀들과 팔레스타인 국기를 든채 캠퍼스 주변을 돌고 있었다. 그는 "컬럼비아대 학생은 아니지만 시위대와 함께하고 싶어 왔다. 학생들은 경력과 학위를 잃을 수 있음에도 옳은 일을 하기 위해 나섰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아랍 전통 스카프이자 팔레스타인 저항의 상징인 케피예를 두른 십수명이 정문 앞 철창에 모여 있었고, 후문 인근에선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정책을 비판하는 팸플릿을 나눠주는 이들도 있었다.

반유대주의 논란…"하마스 칭찬" vs "시위대 상당수가 유대인"


일부 대학 당국과 주정부가 논란을 불사하며 강제력을 동원한 주된 명분은 이번 시위가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무엇보다 반유대주의를 부추겨 유대인 학생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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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시스]지난 2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의 컬럼비아대 출입이 통제된 가운데 철창 너머 농성장에서 팔레스타인 국기가 휘날리는 모습. 202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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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마트 샤피크 컬럼비아대 총장은 성명에서 주말 내 시위대와 협상은 진전이 없었다며 시위대 때문에 많은 유대인 학생들이 캠퍼스를 떠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많은 유대인 학생과 시설에 적대적인 환경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유대인이자 컬럼비아대 학부형이라고 소개한 한 남성은 시위에 대해 묻자 "끔찍하다(horrible)"며 "저들은 전쟁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시오니즘(국가 건설을 위한 유대 민족운동) 반대하는 것이며, 이스라엘이 사라지길 원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해산을 위해 경찰을 부른 것도 대학의 자유라고 본다.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사람들을 체포한 것이 왜 학문의 자유 침해라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전쟁을 끝내자는 것은 모두 동의하지만 저들은 캠퍼스 내에서 하마스를 칭찬하고, 시오니즘을 공격한다. 물리적인 위협이 있다고 보지는 않지만 유대인 학생들에 대한 괴롭힘인 것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반유대주의는 극히 일부의 움직임일 뿐 전체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컬럼비아 재학생은 "반유대주의 주장이 엄청나게 나오는 것처럼 말들하는데, 일부 있을 수는 있겠으나 이곳 시위대 상당수는 유대인 학생"이라며 "많은 유대인들이 시위대를 지지하고 있으며 공존을 얘기한다"고 주장했다. 노라씨도 "시위는 대량학살을 막기 위한 것이지 종교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했다.

사태 해소 기미 없어…시위대 '버티기'에 대학은 '정학 조치'


컬럼비아대에 농성 천막이 설치된지 열흘 이상이 지났지만 사태가 해소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강대강 대치로 오히려 긴장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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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AP/뉴시스]지난 18일(현지시각) 미 뉴욕주 뉴욕의 컬럼비아대에서 경찰이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고 있다. 뉴욕 경찰은 교내에 캠프를 차린 채 중동 전쟁으로 이익을 얻는 기업들과 관계를 끊으라고 학교 측에 요구하던 시위대 일부를 체포했다. 202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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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 시위대는 지난 주말 캠퍼스 내 농성 해제를 위해 협상을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학교 측은 이날 오후 2시까지 철거하지 않으면 정학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지만 시위대는 농성을 지속하기로 했다.

CNN에 따르면 컬럼비아대는 이날 곧장 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정착 절차에 돌입했다. 정학을 받게되면 기숙사 이용, 의료보험 혜택을 잃게되며 마지막 학기인 경우 졸업도 불가능해진다.

대학측의 강경한 조치에 반발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대학 당국이 제시한 마감시한이었던 오후 2시 농성장이 설치된 잔디밭에는 약 20명의 교직원들이 팔을 연결해 '인간 방패'를 세웠다고 한다. 시위를 지속하는 학생들을 강제 해산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마무드 맘다디 인류학 교수는 "누구도 정학 당해선 안된다. 우린 학생들에게 사물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어떤 결과가 있든 질문하라고 가르친다"며 "시위 때문에 학생들을 처벌한다? 당국이 시위 현장을 범죄 현장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컬럼비아대를 기점으로 미 각지로 대학생 시위가 확산하면서 이번 사태가 베트남전쟁 참가에 반대하던 시위와 유사하게 흘러갈 수 있다는 분석이 미국 언론에서 제기된다.

컬럼비아대는 1968년 베트남전 당시에도 반전 운동의 선봉에 섰다. 당시 학생들이 캠퍼스 건물을 점거하자 시위대가 수백명을 체포했고, 반전 운동 확산의 기점이 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sympath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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