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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비트코인, 반감기 후 3% 급락… 직전 반감기와 달랐던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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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그래픽=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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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최근 반감기(블록당 채굴 보상이 평소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를 지난 후 줄곧 약세를 보이며, 900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앞서 세 차례 반감기 후 가격이 급등했던 점을 들어 이번 반감기가 지난 후에도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실제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29일 오후 3시 기준 국내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1.7% 하락한 8890만원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은 지난 20일 반감기가 진행된 후 이틀간 상승하며 9700만원대까지 올랐지만, 23일부터 7일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오후 4시 10분 기준 글로벌 코인 시황 중계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서는 24시간 전보다 2.86% 하락한 6만2076달러를 기록했다.

지금껏 반감기는 비트코인 가격의 상승을 이끌 ‘보증수표’처럼 인식돼 왔다. 횟수가 거듭될수록 상승 폭은 줄었지만, 지금껏 세 차례 반감기 후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직전 반감기였던 2020년 5월 1100만원에 거래가 됐던 비트코인은 이듬해 5월 8000만원으로 1년 만에 7배 넘게 상승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직전 반감기와 비교해 올해는 미국의 기준금리, 반감기 전 비트코인 가격 흐름 등이 달라지면서 과거와 같은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분석한다. 또 최근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등에서 매도 물량이 나와 투자 심리가 냉각된 점도 이번 반감기 후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이유로 꼽힌다.

① 美 기준금리 : 2020년 0.25% vs 2024년 5.5%

직전 반감기와 비교해 대표적으로 달라진 점은 미국의 기준금리다. 지난 2020년 3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0.25%로 낮췄고, 이 수치는 2022년 3월까지 지속됐다. 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자 금리를 낮춰 돈을 푼 것이다. 저금리가 1년간 지속되면서 넘쳐나는 돈은 가상자산 시장에도 유입됐고, 반감기 후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반면 지금은 반대로 1년 가까이 고금리가 유지되고 있다. 연준은 코로나19 당시 푼 돈을 회수하기 위해 2022년부터 금리 인상에 나섰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7월 이후 반년 넘게 5.5%로 유지되고 있다.

금융 시장에서는 올해 연준이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연준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② 반감기 전 가격 : 2020년 급락 vs 2024년 급등

직전 반감기 전 비트코인 가격은 크게 하락한 후 반등하는 흐름을 보였다. 2020년 2월 1200만원대에 거래가 됐던 비트코인은 1개월 만에 600만원대로 급락했다. 이후 반감기를 앞두고 1100만원대로 반등했지만, 2500만원을 넘어섰던 2018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반감기를 앞두고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말 5000만원대에 거래됐던 비트코인은 올해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한 후 2개월 만에 1억원을 넘어섰다.

비트코인은 세 번째 반감기를 지나면서 공급은 감소하고 가격은 저렴하다는 인식이 확산돼 1년 넘게 올랐다. 그러나 올해는 반감기 전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해 계속해서 상승세를 타기 어려워진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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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을 승인한 1월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시세 현황이 표시되고 있다. 휴대 전화 화면은 SEC 공식 사이트 내 관련 게시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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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비트코인 현물 ETF 매도·마운트곡스 채권 상환

지난해까지 가상자산 시장은 개인 투자자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미국에서 11곳의 대형 자산운용사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출시했다. 올해 들어 비트코인 가격이 2배로 오른 것도 비트코인 현물 ETF를 통해 신규 자금이 유입되고, 기관의 매입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올해 반감기를 전후해 비트코인 현물 ETF에 자금 유입이 멈추고, 일부 금융사에서는 매도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신탁(GBTC) 계좌에서는 올해 들어 160억달러(약 22조500억원)가 넘는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마운트곡스의 채권 상환이 초읽기에 들어간 점도 비트코인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데 영향을 미쳤다. 마운트곡스는 지난 2014년 해킹으로 파산한 일본의 코인 거래소로 현재 채권자들에게 코인과 현금으로 빚을 갚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 마운트곡스로부터 비트코인을 돌려받은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대거 매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늘면서, 투자심리가 냉각됐다.

◇ “반감기 후 1년은 봐야”… 홍콩 비트코인 ETF 승인 호재도

다만,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반감기 후 어떻게 움직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과거에도 반감기 직후가 아닌 수개월의 시차를 두고 가격이 상승세를 탔다는 이유에서다.

가상자산 시장 관계자는 “지금은 일부 비트코인 ETF에서의 자금 유출, 마운트곡스 채권 상환 등으로 인해 가격이 조정을 받고 있지만, 기관이 다시 매입으로 돌아설 경우 반등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30일부터 홍콩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가 시작되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중국 정부는 자금 세탁 등 각종 금융 범죄를 우려해 본토에서의 가상자산 거래를 막고 있다. 이 때문에 규제를 피해 가상자산에 돈을 넣으려는 투자자들이 홍콩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비트코인이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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