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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단독]"남북 길 다 끊겼다"…北 '9∙19 상징' 도로에도 지뢰 매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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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의 산물로 비무장지대(DMZ) 내에 만든 도로에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해당 도로는 남북이 공동 유해발굴을 이유로 강원도 철원군 화살머리고지 인근에 조성했는데, 아예 못 쓰게 만든 것이다. 북한의 지뢰 매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과 '철저한 관계 단절'을 지시한 것과 연관돼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군 안팎에선 해당 도로의 상징성을 들어 "북한의 대남 관계 단절 의지가 ‘되돌리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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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군사당국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공동유해발굴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남북 도로개설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2018년 11월 22일 도로연결 작업에 참여한 남북인원들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인사하고 있다.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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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전선 도로까지 폐쇄…남북 육로 모두 막혀



이날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말 화살머리고지 전술도로에서 지뢰 매설 작업을 벌였다. 전술도로는 병력이나 군사장비를 이동하기 위해 조성한 비포장 도로다. 군 관계자는 “당시 우리 군 관측지역에서 북한군의 작업이 육안으로 식별됐다”며 “해당 도로에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화살머리고지 전술도로에서 북한 당국의 지뢰 매설 작업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1월 9·19 군사합의 파기를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이후 군사합의에 따라 철거했던 DMZ 내 10개 감시초소(GP)를 복원하기 시작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합의 파기의 연장선상에서 지난해 12월 남북을 잇는 모든 육로에 지뢰 매설 작업도 벌인 것으로 파악했다. 사실상 남북 간 연결로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이와 관련, 합참은 "경의선·동해선에서 지난달 가로등과 같은 시설물 철거 공사가 이뤄졌다"고 밝힌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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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2일 강원도 철원군 5사단 인근 비무장지대에서 군인들이 지뢰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남북은 군사분야 합의서에서 10월 1일부터 20일까지 판문점 지뢰부터 제거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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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평화 상징, 이제는 확고한 단절 의지로 퇴색



.남북은 군사합의 당시 공동 유해발굴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6·25전쟁 당시 치열한 고지전이 벌어졌던 화살머리고지를 유해발굴 시범지역으로 지정하고, 2018년 10월 지뢰 제거 작업과 도로 연결 작업에 착수했다. 그 결과 남측에선 일반전초(GOP) 통문 비마교 앞에서 군사분계선(MDL)까지 폭 12m, 길이 1.7㎞의 도로가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남북 군인들이 무장한 채로 만나 악수하는 장면이 공개되기도 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DMZ 지역 내 도로 연결에 대해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65년 만"이라고 설명했다. 2003년과 2004년 각각 민간이 공사한 경의선·동해선과 달리 남북 대치 상황에서 군 장병이 직접 도로 건설에 투입됐다는 점도 부각했다. 하지만 이후 북한은 남북관계 경색을 이유로 합의 내용을 어기고 공동 유해발굴 작업에 나서지 않았다. 결국 화살머리고지 남측 구역에서만 유해 발굴이 진행되다가 지난 2021년 6월 작업이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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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군사당국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공동유해발굴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남북 도로개설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2018년 11월 22일 도로연결 작업에 참여한 남북인원들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작업을 살펴보고 있다.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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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사이에선 "결과적으로 이 같은 일련의 조치로 더 이상 남북 교류는 없다는 김정은의 엄포가 현실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정은은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북남(남북) 교류협력의 상징으로 존재하던 경의선의 우리 측 구간을 회복불가한 수준으로 물리적으로 완전히 끊어놓는 것을 비롯해 접경 지역의 모든 북남 연계조건들을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단계별 조치들을 엄격히 실시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와 관련,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남북 평화와 협력의 상징적 장소를 골라 의미를 폐기하는 작업을 꾸준히 벌이고 있다”며 “한국을 향한 적대적 기조 강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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