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하워드 스턴 라디오 쇼' 인터뷰에서 진행자로부터 "트럼프와 토론하겠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 언제 어디서 할지 모르지만 난 기꺼이 그와 토론하겠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토론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20년 9월 29일 첫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와 조 바이든(오른쪽)이 맞붙었을 당시의 모습.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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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대선 후보 토론에 대해 "트럼프의 태도에 달렸다"는 식으로 모호하게 답해왔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토론 참여를 압박해왔다.
바이든이 트럼프와의 토론을 꺼리는 배경엔 2020년 대선 당시 토론에 대한 악몽 같은 기억 때문이란 해석이 나왔다. 그해 9월 29일 열린 첫 TV 토론회에서 두 후보 간엔 예상을 뛰어넘는 원색적인 인신공격이 이어졌다. 트럼프가 계속 말을 끊자 바이든은 "제발 그 입 좀 다물래?(Will you shut up?)"라고 소리쳤다. 진행자의 경고에도 트럼프가 멈추지 않자 바이든은 "그래, 계속 지껄여봐(Keep yapping, man)"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제대로 된 정책 대결은 이뤄지지 않고, 토론의 규칙도 잘 지켜지지 않아 당시 언론에서 "최악의 TV토론"이란 혹평이 나왔다.
바이든(오른쪽)과 트럼프가 2020년 10월 22일 대선 후보 TV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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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측은 대선 후보 토론 주관 단체가 토론 규칙을 따르지 않는 트럼프를 제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바이든이 입장을 바꾼 건 "선거 캠프의 계획된 전략 전환이라기보다 즉흥적인 발언"으로 보인다고 NYT가 민주당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바이든의 발언에 대해 트럼프는 자신의 트루스소셜을 통해 "비뚤어진 바이든이 토론 의사를 밝혔다. 모두가 그게 진심이 아니란 걸 안다"면서도 "만약 그가 토론에 나선다면, 나는 '언제, 어디서든, 어떤 장소에서든'이라고 말하겠다"고 했다. 앞서 지난 14일 CNN·폭스뉴스 등 미 주요 언론사 12곳은 바이든과 트럼프 두 대선 후보의 토론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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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무소속 케네디 견제 이유는
한편 트럼프가 오는 11월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를 본격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그의 지지율이 16%로 예상보다 높은 데다가, 보수표를 잠식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케네디 주니어는 존 F 케네디(1917~1963) 전 대통령의 조카이자, 로버트 F 케네디(1925~1968) 전 법무장관의 아들이다.
트럼프는 26일 트루스소셜에 "케네디 주니어는 바이든의 재선을 돕기 위해 민주당이 심은 극좌 진보주의자"라며 "그를 지지하는 표는 '버리는 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초 민주당 진영의 정치 명문가 출신인 케네디 주니어가 바이든의 표를 가져갈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미국의 무소속 대선 후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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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 퀴니피액대의 여론조사(지난 18~22일 유권자 1429명 대상) 결과 케네디 주니어가 사퇴할 경우 그의 지지층 가운데 47%가 트럼프를, 29%는 바이든을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또 공화당 지지자의 44%가 케네디 주니어를 우호적으로 평가한 반면 민주당 지지자는 그 비율이 11%에 그쳤다. 다자 대결 지지율은 바이든과 트럼프가 각각 37%, 케네디 주니어가 16%를 기록했다.
케네디 주니어는 민주당 출신이지만, 코로나 팬데믹 당시 전국적인 백신 반대 운동을 주도해 보수 유권자에게 점수를 얻었단 분석이다. 앞서 케네디가의 일원 다수는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을 공개 지지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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