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사우디·이스라엘 잇달아 방문 예정
NYT “라파 침공 강행 신호…휴전 협상 긴급”
하마스, 이스라엘 인질 영상 공개하며 여론전
양측의 강경 일변도 태도가 부메랑 될 수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에서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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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지상군 투입을 막고 휴전을 끌어내기 위한 국제사회의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조만간 라파 지상 작전을 개시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황에서 앞으로 며칠이 참사를 막을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라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오는 29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가자지구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 석방 문제와 가자지구 민간인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사우디, 이집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요르단 등 아랍 국가 외교장관들과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서방 측이 참석해 가자지구 휴전을 논의할 계획이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블링컨 장관이 내주 이스라엘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중재국인 이집트도 전날 아바스 카멜 국가정보국 국장 등 고위 인사를 이스라엘로 급파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마스가 협상장에 다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제안을 만들고, 이스라엘의 라파 지상군 투입 계획을 철회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차원”이라고 평가했다.
국제사회가 이처럼 분주하게 움직이는 까닭은 이스라엘 지상군의 라파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우려 때문이다. NYT는 “이스라엘이 라파 침공을 강행할 수 있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며 “그 어느 때보다 휴전 협상이 긴급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AP통신은 지난 25일 이스라엘군 탱크와 장갑차 수십 대가 라파 인근에 집결했다고 전했다.
휴전 논의에 임하라는 압박이 거세지자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여론전을 펼쳤다. 우선 하마스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난해 10월7일 납치한 키스 시겔(64)과 옴리 미란(46)의 영상을 공개했다. 이들은 “인질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 타결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마스가 27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서 이스라엘 인질 옴리 미란이 “휴전과 인질 석방을 희망한다”고 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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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촬영 시점은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았지만, 외신들은 미란이 “202일 동안 인질로 잡혀 있었다”고 밝힌 점을 근거로 비교적 최근 녹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마스는 지난 24일 미국계 이스라엘인 인질 허쉬 골드버그폴린의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하마스가 잇달아 인질 영상을 공개하자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은 이스라엘의 라파 지상군 투입 시기를 늦추고 이스라엘 내부 여론을 흔들기 위한 하마스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미란의 처남인 모셰 에밀리오 라비는 NYT 인터뷰에서 “시간이 중요하다”며 “이스라엘 정부는 지금 당장 (인질 석방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라엘도 이집트를 통해 6주간 휴전하는 대신 하마스가 붙잡은 인질 가운데 어린이와 여성, 부상자 등 33명을 석방하라는 제안을 하마스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하마스가 영구 휴전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변수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처한 상황이다. 양측 모두 지금과 같은 강경한 태도를 고집한다면 향후 정치적으로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NYT는 사설을 통해 “이스라엘이 라파 지상군 투입 강행과 사우디와의 수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서 “만약 라파 침공을 선택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의 고립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마스 또한 전쟁 장기화로 가자지구에서 민심을 잃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휴전 협상에 대한 희망이 점점 사라지면서 하마스에 대한 분노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전쟁에 지친 사람들은 가능한 한 빨리 평화를 보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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