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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이슈 종교계 이모저모

"포교소는 놀이터" 초콜릿 부처·EDM댄스…엄숙주의 벗는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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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감각으로 MZ세대와 접점 확대…뉴진스님·꽃스님 스타로 부상

연합뉴스

홍대선원에 모인 스님과 젊은이들
[홍대선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불교의 '수행'이라고 하면 흔히 승려들이 외출하지 않고 외부인과 접촉도 없이 정진하는 안거(安居)를 연상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속세와의 선 긋기나 엄숙한 이미지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불교계는 이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젊은 층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 게스트하우스 같은 '놀이형 수행 공간'

달라진 불교 트렌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공간 중 하나는 서울 홍익대 인근에 2022년 10월 개장한 '저스트비(JustBe) 홍대선원'이다.

언뜻 보면 게스트하우스 혹은 셰어하우스처럼 보이지만 대한불교조계종 제7교구 본사 덕숭총림 수덕사의 포교소로 엄연히 등록된 불교 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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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선원
[홍대선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글로벌 선(禪) 놀이터'(Global Zen Playground)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세계 각국의 청년이 만나 '먹고 놀고 사랑하며' 불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꾸몄다.

선태극권, 좌선, 에너지 호흡, 3천배 클럽, 네이처 요가, 촛불 명상, 소리명상, 채식 포틀럭 파티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방문객의 80% 정도가 20∼30대라고 한다.

에어비앤비, 구글, 인스타그램을 통해 홍대선원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곳에 오는 이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릴 그럴싸한 사진만을 목적으로 오는 것은 아니다.

어떤 프랑스 여성은 홍대선원을 경험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그는 이곳에서 두 달을 지낸 후 2개월간 스태프로 활동하기도 했다. 홍대선원을 계기로 불교의 매력에 빠져 승려가 된 이도 있으며 한 외국인은 출가 후 행자 생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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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선원 준한스님
[홍대선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홍대선원의 운영을 담당하는 준한스님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기는 글로벌 수행 놀이터"라며 "전 세계 청년과 우리 청년이 만나서 같이 명상하고, 자고, 차 마시면서 문화 교류를 하는 곳이다. 따뜻한 한국의 정을 나누고 친구를 만드는 곳"이라고 홍대선원을 규정했다.

◇ '극락도 락(樂)이다' 뉴진스님·꽃스님 등 불교계 스타도

불교계 스타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달 초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 '2024서울국제불교박람회'의 관심은 '뉴진'이라는 법명으로 활동하는 개그맨 윤성호, '뉴진스님'에게 쏠렸다. 그는 개막식에서 '극락도 락(樂)이다'는 타이틀로 승려 복장을 하고 파격적인 DJ 공연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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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 등장한 뉴진스님
[2024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사무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에 맞춰 "이 또한 지나가리", "극락왕생", "부처핸썹" 등의 구호를 외치며 몸을 움직이며 좌중을 열광시켰다. 뉴진스님은 부처님오신날을 사흘 앞두고 내달 12일 조계사 인근에서 열리는 EDM 난장에서 다시 무대에 오른다.

광채 나는 피부와 선명한 입술로 인스타그램에서 '꽃스님'이라는 별명으로 주목받은 1993년생 범정스님은 3만2천명의 팔로워를 확보하며 사찰의 일상, 불교의 가르침을 알기 쉽게 전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범정 스님과 함께하는 체험행사는 만원사례를 기록하곤 했다.

◇ 부처님 '찍먹'…훼불 논란에도 파격으로 주목

스님의 밀크티를 의미하는 '스밀스밀'과 같은 특이한 작명의 제품이나 부처 모양의 초콜릿을 녹여 먹을 수 있게 디자인한 '초콜릿 붓다' 등의 굿즈도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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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아내리는 부처 그림과 초콜릿으로 만든 불상
[2024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사무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초콜릿 붓다는 작년 불교박람회에서 부처 모양 초콜릿을 퐁뒤처럼 찍어 먹을 수 있도록 하는 퍼포먼스와 함께 선보이면서 화제가 됐다. 참신하고 재밌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불교계 일각에서 '훼불'(毁佛)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녹아붓다'라는 별명까지 등장하는 등 인기에 힘입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박람회에도 출품됐다.

다만 올해는 퐁뒤 방식의 시식은 하지 않았다. 대신 부처가 녹아내리는 모습을 담은 그림이 내걸려 시선을 사로잡았다. 또 부처 머리 모양의 초콜릿과 손잡이를 막대사탕처럼 결합한 '부처츕스'까지 등장했다.

초콜릿 붓다를 디자인한 김민지 작가(활동명 서린)는 "불교의 가르침 중에 가장 와닿았던 것이 바로 제행무상(諸行無常·사물은 늘 돌고 변해 한 모양으로 머물지 않음)"이었다고 모티프를 설명했다. 그는 엇갈린 반응에 대해서는 "작품을 더 재밌게 만들어주는 요소라서 긍정적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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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츕스
[김민지 작가(활동명 서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친숙한 소재로 접근하는 불교…남녀 매칭 프로그램도

성격유형검사(MBTI)가 유행하는 가운데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은 성격유형 지표 중 하나인 에니어그램을 바탕으로 한 성격유형 안내서 '부처님 마음, 내 마음'을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다.

'부처님 마음, 내 마음' 사이트(www.bulgyoenneagram.co.kr)에 접속해 성격이나 행동 패턴을 설명하는 45개 문장 중 자신에게 해당하는 것을 선택하면 석가모니의 10대 제자 중 9명 가운데 성격이 비슷한 인물을 제시하고 명상법이나 정진법을 추천해준다.

복잡하고 어려운 경전보다는 상대적으로 쉽고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소재로 젊은이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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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님 윤성호
[2024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사무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조계종은 '5㎝의 기적'으로 불리는 넘어진 경주 마애불을 소재로 한 7분 40초 분량의 3D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최근 공개하는 등 종단 현안을 젊은 세대에게 친숙한 방식으로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밖에 사찰이나 선원에서는 경전을 베껴 쓰며 마음을 다스리거나 명상과 요가를 결합한 프로그램도 불교식 힐링 체험으로 주목받고 있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은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를 선호하는 30대 미혼 남녀를 위한 템플스테이 '나는 절로'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20명 모집에 300명이 넘게 지원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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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절로' 미혼남녀 참가자와 스님
(인천=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30대 미혼 남녀 20명을 대상으로 2024년 4월 6일 인천 강화군 소재 전등사에서 실시한 1박2일 일정의 템플스테이 '나는 절로'에서 남녀 참가자들이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 묘장스님(앞줄 가운데) 등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학생을 위한 템플스테이, 신혼부부나 예비부부를 위한 템플스테이도 등장했다. 조계사와 월정사 등은 청년들을 위한 단기 출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불교계에 젊은 감각을 앞세운 시도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주현우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중앙회장은 "젊은 세대가 원하는 것 속에 교리와 법, 불교라는 종교를 살짝 섞어서 스며들게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불교가 무거운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생각보다 접근하기 쉬운, 그리고 나한테 유용한 좋은 종교였구나' 하는 인식의 변화를 주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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