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9 (목)

가치관이 너무 안 맞네…일드 ‘부적절한 것도 정도가 있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부적절한 것도 정도가 있어!’ 넷플릭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요즘 ‘선재 업고 튀어’에 푹 빠졌다. 최애 아이돌을 지키려고 과거로 간 자칭 1등 팬의 좌충우돌 이야기가 볼수록 흥미롭다. 아내가 나쁜 남편에게 복수하려고 과거로 간 ‘내 남편과 결혼해줘’ 등 회귀물 드라마가 인기다.



드라마에서 타임슬립은 대부분 명확한 이유가 있어서 이뤄진다. 그런데 아무 이유 없이 타임슬립한 사람도 있다. 1986년을 사는 50살 오가와는 어느 날 갑자기 2024년에 도착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를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80년대 사람 오가와의 말과 행동은 2024년 사회규범에서는 너무나 부적절해서다. 일본 티비에스(TBS)에서 지난 1월 방송했고 우리나라에서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부적절한 것도 정도가 있어!’다.



“아니 대체 왜 버스에서 담배를 못 피우게 하는 거지?” “부하 직원에게 힘내라고 하면 심리적 압박을 준 거라고?” 그가 살던 1986년은 단순했다. 잘못하면 맞아야 했고 잘하면 칭찬 한마디면 됐다. 그래도 최고의 호황기였고 모두 각자의 인생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지금은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걸까? 그때 맞았던 모든 것들이 지금은 틀리다니. 나는 정말 부적절한 인간일 뿐인가?



시간여행자가 한명 더 있다. 오가와가 미래로 간 순간, 2024년에 사는 페미니스트 사회학자는 1986년으로 돌아갔다. 이 사람은 오가와와 반대로 1986년 사람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지적하느라 피곤하다.



하지만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는 중에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세상으로 돌아갈 것인가, 부적절한 행동을 하나하나 고치며 새로운 세상에서 살 것인가?



일본에서 천재 각본가로 불리는 구도 간쿠로의 작품이다. 소외된 사람들의 정서와 사회문제를 비(B)급 감성으로 잘 풀어내는 작가답게 이 드라마에도 코미디가 넘쳐난다. 갑자기 주인공들이 뮤지컬처럼 노래를 부르고 과장된 캐릭터들이 웃음을 준다. 정말로 ‘부적절한’ 대사와 장면이 나올 때는 화면 전체를 자막으로 덮어버린다. ‘이 작품의 대사는 시대의 변화를 묘사하는 드라마 특성상 1986년 당시의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드라마를 둘러싸고 논쟁도 있었다. 변화하는 시대상을 다양한 시각에서 보여줬다는 찬사와 함께, 부적절한 행동을 추억이란 이름으로 미화시키고 정치적 올바름(PC)을 ‘젊은층의 까탈스러움’ 정도도 취급했다는 비난이다.



그때 그 시절이 그립다고 해도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틀린 문제의 개수대로 엉덩이를 맞고 토요일에도 일하던 그 시절이 지금보다 행복하지 않았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면서 드는 궁금증. 서로를 배려하고 조심하는 분위기 때문에 정말 하고 싶은 말, 듣고 싶은 말까지 사라지는 게 아닐까. 그래서 과거에서 온 막무가내 아저씨가 2024년에서 심리상담사가 되는 장면은 아이러니하다. 정답만 말하는 사람보다 오히려 극단적인 내 편이 더 큰 위로가 될 때도 있다.



박상혁 씨제이이엔엠 피디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기획] 누구나 한번은 1인가구가 된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