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개점휴업 반복에…"무노동 무임금" 비판
지각 개원해도 의원당 月1300만 세비 지급
원 구성 갈등으로 국회를 열지 못해도 의원들은 세비를 받는다. 올해 국회의원의 월급은 지난해보다 1.7% 많은 약 1300만원으로, 국회가 한 달 늦게 개원하면 세금 39억원이 일 하지 않는 의원 300명의 세비로 지출되는 셈이다. 14~21대 국회의 평균 '개점휴업일'은 45일이다. 이번 22대 전반기 국회 개원에도 평균 원 구성 소요 기간(45일)만큼 걸릴 경우, 국회의원 1인당 1950만원을 의정 활동 없이 받게 된다. 의원 정수 300명으로 계산하면 혈세 58억원가량이 낭비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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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해 원 구성을 지연시키는 일은 반복돼왔다. 쟁점은 상임위원장 배분이다. 상임위원장은 안건 상정은 물론 처리 권한까지 갖고 있어 국회 운영의 '실권자'로 불린다. 특히 각 정당이 탐내는 자리는 법제사법위원장직이다. 소관 상임위 심사를 마친 법안은 본회의 부의 전 반드시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법제사법위원장의 권한과 역할이 크다.
22대 국회 역시 원 구성 지연으로 인한 입법부 공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사위원장직을 둘러싼 여야의 신경전 때문이다. 민주당은 입법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법사위원장직을 사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밀어붙인 양곡관리법과 노란봉투법, 간호법, 방송3법 등이 전부 법사위에서 막혀 처리가 지연됐는데, 당시 법사위원장은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국회에서 채상병·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추진할 예정인데, 이를 소관하는 것 역시 법사위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국회의장·운영위원장·법사위원장 자리를 동시에 탐내는 민주당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이) 같이 가져갈 수는 없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22대 국회 개원을 한 달 이상 남긴 현시점부터 원 구성 난항으로 인한 '개점 휴업'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회 관례상 운영위원장은 원내 1당, 법사위원장은 원내 2당에서 배출해왔다.
원 구성 지연이 반복되면서 일각에선 세비 반납 주장도 나온 바 있다. 직전인 21대 후반기 국회는 2022년 5월30일 임기를 시작했지만 원 구성 갈등으로 같은 해 7월22일에야 원 구성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53일간 국회 문을 열지 못한 것이다. 당시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매일 의원 1인당 42만2369원씩 비용이 늘어나는데, 원 구성도 못 한 유령 국회는 무노동 무임금을 선언하고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세비 반납이 현실화하진 못했다.
의원 세비에 대한 시민들의 곱지 않은 여론을 의식해 세비 반납에 나선 과거 사례도 있다. 18대 국회가 출범한 20008년 국회 개원이 늦어지자 한나라당 소속 의원 33명이 1인당 평균 720만원의 세비를 모아 결식아동에 후원했다. 4년 뒤 19대 국회 역시 여야 대치로 국회 개원이 지연됐는데, 당시 새누리당이 의원총회에서 세비 전액 반납을 결의해 총 13억원6000만원을 국군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에 기부했다. 2016년에는 국회 개원이 법정 시한보다 이틀 늦어지자 국민의당 소속 의원 38명이 이틀 치 세비를 국회사무처에 반납하기도 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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