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2거래일 내 불법공매도 적발 가능
공매도 재개 시점 더 늦어질 듯... "미정"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금융당국이 불법 공매도를 잡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해외 기관투자자의 무차입 공매도로 주식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비판하던 개인투자자 요구를 일부 들어준 셈이다. 상반기까지 예정된 공매도 중단 조치 해제 시점은 더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등은 2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회'를 열어 불법 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 구축 방안을 공개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공매도 금지 조치 발표 이후 5개월간 전산시스템 마련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는 입장이다.
기존에는 공매도가 수기로 관리돼 불법 여부를 걸러내는 것이 어려웠다. 기관투자자가 이메일이나 전화 등으로 주식 차입 계약을 하고 수기로 시스템에 이를 입력하면 증권사나 한국거래소가 주문을 처리하는 방식이라 해당 공매도 주문이 차입 공매도인지, 무차입 공매도인지 빠른 시간 내 자동으로 탐지하는 게 불가능했다. 앞으로는 이 전체 과정을 전산화해 늦어도 2거래일 안에는 불법 여부를 자동으로 걸러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이 구상하는 불법 공매도 방지 시스템은 3중으로 구성돼 있다. ①먼저 공매도 주문을 넣는 기관투자자가 자체적으로 매도 가능 잔고를 전산 관리하는 내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기관이 자체적으로 전일 잔고 및 당일 실시간 매매자료를 반영해 실시간으로 잔고를 산정하고, 잔고를 초과한 매도주문은 자동으로 불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②증권사는 정기적 점검을 통해 시스템 적정성이 확인된 기관투자자에 한해 공매도 주문을 받아야 한다.
금융당국이 구상한 불법 공매도 중앙 차단 시스템(NSDS) 설계도. 금융감독원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③마지막으로 한국거래소에는 잔고 변동을 집계하는 불법 공매도 중앙 차단 시스템(NSDS)이 도입된다. ①과 ② 단계에서 걸러지지 않은 무차입 공매도를 상시 탐지하는 시스템으로, 기관투자자별 모든 매도 주문을 주문 당시 매도 가능 잔고와 상시 대조해 어긋날 경우 신속 제재하는 방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인투자자가 요구한 '무차입 공매도 실시간 자동 차단'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늦어도 2거래일 이내 모두 적발해 내겠다는 게 시스템의 기본 구조"라며 "시스템이 고도화하면 결국엔 기관 자체 시스템만으로도 무차입 공매도가 차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시스템 구축을 통해 무차입 공매도 감독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상은 공매도 잔고가 발행량의 0.01% 또는 10억 원 이상인 기관으로, 외국계 21곳과 국내 기관 78곳이 해당된다. 다만 시스템 구축에 상당히 시간이 걸리는 데다 일부 법률 개정이 필요한 부분도 있어 공매도 재개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체 그림을 완성하려면 입법도 필요하고, 발표한 내용에 대해 언론과 투자자, 기관 반응도 살펴봐야 한다"며 "재개 시점은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쏟아져 나왔다. 야당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반대하고 있어 이를 골조로 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개인적으로 금투세 유예는 비겁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건(금투세 폐지) 금융당국과 정부만이 아니라 국회도 전향적으로 국민을 위한 민생정책으로 생각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최근 일각에서 불거진 대통령실행 등 거취 질문에 "다른 공직에 갈 생각은 없다"며 "최소한 3분기까지 이 자리를 지키며 위기대응에 최선을 다하고, 후임으로 올 분께 좀 더 생산적인 환경을 물려주는 것이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