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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스라엘 '라파 진격' 초읽기 … 하마스는 인질영상 여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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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4일(현지시간) 하마스가 공개한 영상에서 미국계 이스라엘인 인질 허시 골드버그 폴린이 석방협상을 시작하라고 호소하고 있다. 하마스 텔레그램 채널 캡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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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내 군 병력 이동, 주민 대피 계획 마무리, 이집트와의 비밀협의. 최근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스라엘의 일련의 행보는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가자 피란민이 몰려 있는 남부 도시 라파에서의 대규모 지상전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실제 지상전을 위해서가 아닌, 인질협상 등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미국계 이스라엘인 허시 골드버그 폴린(23)의 모습이 담긴 약 3분 길이의 영상을 공개했다. 왼쪽 손목 위쪽이 절단된 채 스스로 신분을 밝힌 골드버그 폴린은 "(이스라엘 정부를 향해) 인질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며 울먹였다.

하마스는 정치적 목표가 있을 때마다 인질 영상을 공개해 이스라엘 내부 여론을 들쑤셨다. 이번 영상 공개는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을 지연시키려는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 신체가 훼손된 청년 인질의 호소는 내부의 즉각 휴전과 인질 송환 목소리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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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꿔 말하면 인질 영상 공개는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이 임박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 이스라엘은 라파 작전 준비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이스라엘군(IDF)은 이날 679기갑여단, 2보병여단 등 2개 예비군 여단을 가자지구에 투입될 99사단에 합류시켰다. IDF는 두 부대가 가자지구 내 새로운 작전을 위한 전투·기동 훈련을 마친 뒤 재배치됐다고 밝혔다.

라파 공격 시 예상되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민간인 대피 계획도 '이스라엘 기준'으로는 충분히 확보했다. IDF는 라파에서 도보로 1시간 내에 갈 수 있는 인도주의 구역 알마와시를 확대했다. 라파 인근 남부 최대 도시 칸유니스 주변에 대규모 텐트촌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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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에서 한 학생이 구호를 외치며 친이스라엘 정책을 반대하는 시위대를 이끌고 있다. 하마스 텔레그램 채널 캡처·A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라파를 공격하면 옆에서 '타격'을 받게 될 이집트에 미리 양해를 구하는 듯한 모습까지 관측됐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이스라엘과 이집트 측 정보당국 수장과 군 최고사령관이 카이로에서 비밀 회동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의 로넨 바르 국장과 헤르지 할레비 참모총장이 이집트 압바스 카멜 국가정보국 국장, 오사마 아스카 군 총참모총장과 만나 라파 작전 관련 비밀협의를 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이집트는 약 150만명의 피란민이 체류 중인 라파에서 전투가 일어나면 다수 피란민이 국경을 넘어 이집트로 오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액시오스는 이스라엘이 이에 대한 대책 등을 이집트에 설명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이스라엘이 라파 도심이 아닌 그 아래 이집트와 접경 지대 '필라델피 회랑' 점령 작전을 실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 싱크탱크인 국가안보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스라엘은 이집트,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필라델피 회랑을 완전히 폐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필라델피 회랑은 가자지구와 이집트 사이 국경 약 14㎞ 지역으로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구역이다. 이스라엘은 이 지역 지하 통로를 통해 하마스가 작전에 쓰는 연료와 무기, 보급품 등이 공급된다고 보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해 12월 필라델피 회랑에 대해 이스라엘이 통제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이 군을 철수한 2005년 이후 필라델피 회랑은 이집트와 하마스가 각각 관리해왔다. NYT는 "대부분의 분석가는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만약'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의 문제로 보고 있다"며 "최근 이스라엘 동향은 라파 공격이 불가피하다는 신호"라고 보도했다.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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