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 험지에서 어떻게 당선됐냐고 묻는데, 솔직히 우리 당 하는 것과 반대로만 했다.”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인은 25일 오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22대 총선이 남긴 과제들’ 토론회에서 “‘이ㆍ조(이재명ㆍ조국)’ 심판 얘기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고, 당에서 내려온 현수막은 단언컨대 4년 동안 한 번도 안 걸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25일 국민의힘 여의도 당사에서 '제22대 총선이 남긴 과제들'을 주제로 여의도연구원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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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당선인은 영남 중심의 사고를 총선 참패의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수도권 민심과 전혀 다른 얘기가 중앙당에서 계속 내려오는 상황에서 개개인 후보가 할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이라는 게 너무 협소해졌다”며 “수도권 중심으로 당이 개편되고 수도권에서 낙선한 분의 목소리가 절대적으로 많이 반영돼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4ㆍ10 총선 참패 뒤 국민의힘의 사실상 첫 반성회였다. 선거에 직접 출마한 인사들은 현장에서 느꼈던 아쉬움과 분노를 조목조목 언급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당선인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자총회에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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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병에서 낙선한 김종혁 전 조직부총장은 대통령실 책임론을 거론했다. 그는 “국가지도자인 대통령의 PI(President Identity)가 2년간 속된 말로 완전히 망했다”며 “대통령이 ‘격노한다’고 보도가 나가면 그걸 보는 국민이 행복하겠나. 격노해야 하는 사람이 대통령인가, 국민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은 우리의 얼굴인데, 추락한 이미지가 2년간 누적된 결과”라며 “개선이 안 되면 앞으로의 선거도 힘들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 전 부총장은 “대통령실 경제수석이든 경제관료든 국민께 사과하거나 대파·양파 가격이 올라 정말 죄송하다고 하는 걸 들은 적이 없다”며 “추락하는 경제를 나 몰라라 하고 책임지지 않으려는 정부와 여당에 국민이 절망한 것”이라는 말도 했다.
당 지도부의 선거 전략 부재를 꼬집기도 했다. 부산 동래의 서지영 당선인은 “새로운 능력 있는 사람이 들어오도록 공천과정에서 노력했어야 했다”며 “그 유명한 시스템 공천이 얼마나 국민에게 설득력 있었고 좋은 공천이었다고 인정받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섭 당선인은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에서 선거 때 구체적 자료를 받은 게 하나도 없다”며 “언론 보도만 보고 어떻게 선거 전략을 짜느냐. 책임 방기”라고 꼬집었다. 김종혁 전 부총장은 “‘이ㆍ조(이재명ㆍ조국)’ 심판은 하나도 안 먹혔다. 전략적 오판”이라고 했다.
10일 밤 국회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서 이만희 상황실장이 철수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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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이 선거 지형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점을 문제로 꼽았다. 토론회 좌장인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보수 가치가 비주류가 된 시대가 됐다”며 “세대로 치면 고령층에 국한됐고 2030세대에선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지역적으론 ‘영남 자민련’ 소리를 들어도 크게 이상하지 않게 됐다”고 지적했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86세대 막내가 5년 정도 지나면 60대가 된다”라며 “이제 보수는 도대체 어디서 지지를 얻을 것인지, 새로운 정치적 수요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경포당(경기도 포기 정당)’, ‘사포당(40대 포기 정당)’으로 다수당이 되려는 건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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