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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한강에서 열리는 ‘수면 콘서트’…침대에 누워 잠들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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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수면 콘서트 ‘베스트드림콘서트’의 콘셉트 이미지.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것이다. 노미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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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하나도 못 보고 푹 꿀잠을 자는 관객이 우리에겐 최고의 관객입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관객이 자도 기분 나빠하지 말라고 가수들에게 미리 얘기해뒀거든요.” 알쏭달쏭한 이야기는 공연 이름을 듣고 나면 수긍이 간다. 베스트드림콘서트. 줄여서 ‘베드콘’이라 부르는, 국내 최초 수면 콘서트다. 5월2일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12시간 동안 서울 서초구 세빛섬 플로팅아일랜드에서 열린다.



객석에는 의자 대신 슈퍼싱글 사이즈 침대 77개를 놓는다. 관객들은 1인 1침대로 공연을 본다. 도중에 자는 건 자유다. 안전을 위해 남자용 침대 35개, 여자용 침대 35개로 구역을 나눴다. 나머지 7개는 별도 공간에 둔다. 코골이가 심한 관객을 모시는 곳이다. “해당 관객이 기분 나쁘지 않도록 코골이 구역에는 킹사이즈 침대를 놓을 겁니다. 비행기로 치면 퍼스트클래스죠.” 공연을 기획한 박준철 노미놈 대표가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사무실에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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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철 노미놈 대표. 뒤로 ‘고스타버스타’의 버스 스튜디오가 보인다. 노미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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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미놈은 ‘노는 데 미친놈’의 줄임말. 노는 데 도가 튼 박 대표가 2020년 만든 회사다. 아나운서를 꿈꿨던 그는 한국방송 리포터를 잠깐 하다 2005년부터 위성디엠비(DMB) 라디오 음악방송 피디와 디제이를 겸했다. 2010년 경인방송 라디오로 옮겨 피디·디제이·아나운서 등 1인 다역을 소화했다. 2007년 유튜브 초창기부터 부산 사투리 강의 콘텐츠를 만들어 올린 것이 뒤늦게 조회수 폭발하면서 여기저기서 러브콜이 왔다. 그때 선택한 곳이 음원 플랫폼 멜론이었다. 2012년 콘텐츠 제작 피디로 입사해 유튜브 음악채널 ‘원더케이’를 출범시켰다. 이 채널 구독자는 현재 2500만명에 육박한다.



“제가 하고 싶은 게 참 많아요. 버스로 출퇴근하다가 버스를 스튜디오로 만들어 돌아다니면 재밌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멜론에서 기획안을 내니 막혔어요. 큰 회사에서 하고 싶은 걸 자유롭게 하기엔 한계를 느꼈죠. 마침 버스 콘텐츠에 투자하겠다는 분을 만나면서 사표 내고 노미놈을 차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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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전국 곳곳을 찾아가는 음악쇼 ‘고스타버스타’ 촬영 모습. 노미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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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디(god) 김태우가 버스 타고 전국 곳곳을 찾아가는 음악쇼 ‘고스타버스타’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위기가 닥쳤지만, 버스 스튜디오를 활용한 제휴 콘텐츠로 버틸 수 있었다. 제이와이피(JYP) 트로트 버스 오디션을 하고, 코로나로 힘든 소상공인을 노래로 위로하고 상금도 주는 ‘싱투게더’(디스커버리 채널)도 만들었다. 은행 앞에서 뱅크의 ‘가질 수 없는 너’ 부르기, 다비치안경 앞에서 다비치의 ‘8282’ 부르기 같은 기상천외한 비(B)급 감성 영상도 만들어 올렸다.



어느날 침대회사 베스트슬립에서 연락이 왔다. 이 회사 대표를 겸하는 서진원 바른수면연구소장은 “수면음악 앨범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인천의 섬, 몽골, 일본 교토 등의 소리를 담아 음악으로 만든 ‘베스트슬립 뮤직’ 앨범을 3집까지 제작했다. 하다 보니 박 대표도 수면에 점차 빠져들게 됐다. 수면음악 유튜브 채널을 만드는가 하면, 가수들이 잠옷 차림으로 침대에서 자장가를 불러주는 콘텐츠 ‘베드싱어’도 만들어 바른수면연구소 채널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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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싱어’에 출연한 가수 보라미유(아랫줄 왼쪽에서 세번째)와 제작진. 보라미유 왼쪽은 서진원 바른수면연구소장, 오른쪽은 박준철 노미놈 대표. 노미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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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페스티벌을 하는 게 꿈”이라는 서 소장 말에 박 대표의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침대 콘서트 어때요? 누워서 보다 잠드는 공연이요.” 베스트드림콘서트의 발단이다. 서 소장의 숙면 비법 강연이 문을 열면 가수 윤딴딴·이진아의 자장가 라이브가 이어진다. 피아니스트 윤한, 첼리스트 원민지는 잠 오는 음악을 연주한다. 오디오북 낭독, 요가 강좌, 수면음악 디제잉 등도 마련된다. 공연 내내 수면에 도움을 주는 음식과 음료가 무료로 제공된다. 단, 술은 없다. 숙면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현악 4중주 연주로 깨워주는 아침까지 공연장에 머물면 10만원 상당의 베개를 선물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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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수면 콘서트 ‘베스트드림콘서트’ 포스터. 노미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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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게 7만원, 얼리버드 티켓은 5만원이다. 성공적인 첫걸음을 위해 적자를 감수했다. ‘표 안 나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예매 오픈 즉시 매진으로 날아갔다. 박 대표는 “뜨거운 관심만큼이나 못 자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라며 “와서 푹 자고, 앞으로의 숙면에도 도움 되는 공연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베스트슬립과 노미놈은 올해 하반기에 규모를 더 키워 수면 콘서트를 또 열 계획이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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