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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불효자 양산" "없으면 더 싸울 것" 47년 된 유류분 오늘 존폐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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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헌법재판소. 사진은 지난 23일 공개변론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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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산형성 과정에 기여가 없고 불효나 불화 등으로 관계가 악화된 자녀들에게도 재산이 무조건 귀속되도록 강제할 이유가 없다.(위헌제청 결정문 중) "

2020년 1월, 이민을 가 외국에 사는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상대로 낸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을 맡게 된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부장판사(현 부산회생법원장)는 심리를 중단했다.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조항이 위헌 아니냐며, 직권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그간 1977년 도입된 유류분 제도와 관련해 일반 시민이 헌법소원을 내는 사례는 많았지만, 판사가 보기에도 문제가 있다며 헌재를 찾은 건 처음이었다. 앞서 헌재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유류분 제도는 합헌’이란 결론을 내렸음에도 끊이지 않았던 위헌 논란은 2020년을 기점으로 이전보다 거세졌다.



25일 헌법재판소가 유류분 제도에 대한 네 번째 위헌 여부 판단을 내놓는다. 2020년 이후 지금까지 쌓인 47건에 대한 대답이다. 이 중 14건은 판사들이 낸 위헌제청이다. 헌재는 지난해 5월 처음으로 공개변론을 여는 등 이전보다 심각하게 검토해 왔다. 간통죄 위헌(2015년), 대체복무 미비 헌법불합치(2018년), 낙태죄 헌법불합치(2019년) 등 중요한 결정 전에도 모두 공개변론이 있었다.



“내 재산 내 맘대로 못하나” 유류분 피하려 신탁 찾기도



누구나 자신의 사유재산을 생전에 처분할 수 있고, 원하는 방식으로 처분해 행복을 추구할 수 있으며, 유언도 나름대로 할 수 있다. 하지만 유류분 제도는 여기에 제한을 건다. 유류분은 고인이 유언을 남기더라도 상속인에게 상속분의 1/2(배우자·자녀)~1/3(부모·형제자매)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유류분을 폐지하잔 주장은 곧 ‘내 재산과 유언인데, 내 마음대로 못 하는 게 맞냐’는 질문이다. 미국 일부 주나 유럽 등에서도 유류분이 있긴 하지만 대개 우리보다 약하다. 우리의 유류분 제도는 형제자매까지 유류분권자로 인정하는 등 범위가 과도하게 넓고 비율도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유언대용신탁은 유류분 대상이 아니라는 한 하급심 판결이 나왔는데, 이후 유언대용신탁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와 달리 본 하급심 판결도 있었고 대법원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유언대용신탁에 대한 관심 증가는 유류분을 우회·방어하려는 수요 증가로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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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47년 전이랑 같나” “지금도 상속 안 받으면 못 살아”



존치론자들도 유류분 제도가 피상속인의 자유를 일부 제한한단 사실은 인정한다. 다만 상속인의 삶을 생각하면 그 제한이 정당화된다고 본다. 헌법재판소도 과거 합헌 결정을 내릴 때 유류분제도가 유류분권리자의 생존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고 봤다. 피상속인의 사망 이후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질 수도 있는 상속인들을 위해 일정 정도 가져갈 수 있는 몫을 보장해 주는 게 필요하단 것이다.

다만 유류분을 처음 만들었을 때보다 기대수명이 20년은 족히 늘어난 현대에는(1970년대 62.3년→2022년 82.7년, 통계청) 상속인도 대개 다 큰 어른이라 생존권을 보장해줘야 할 필요가 없단 반박도 있다. 일각에선 상속인이 그냥 성인이 아니라 아예 고령이 돼 버린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류분은 이제 그들의 노후 대비라는 생존의 문제로 여전히 이어진단 주장도 있다.



모이게 하는 제도인가, 흩어지게 하는 제도인가



가족과 친족이 못 받은 자, 덜 받은 자, 더 받은 자로 갈라져 법정에서 대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 건수는 10년 전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2013년 663건→2022년 1872건, 사법연감). “그간 부모를 돌보지 않던 자도 갑자기 유류분권자라고 나와서 싸우는 등 유류분 제도는 오히려 분쟁을 유발한다”는 게 지난해 헌재 공개변론에 나선 강인철 변호사의 말이다.

유류분 제도가 있어서 그나마 덜 싸우는 거란 주장도 있다. 법무법인 한바다 박신호 대표변호사는 “자신만 많은 상속을 받으려고 정신이 온전치 못한 부모를 강제 혹은 회유를 통해 증여 혹은 유증을 받아냈다가 나중에 다른 자녀들이 알게 돼 분쟁으로 비화하는 경우가 많다”며 “유류분만큼은 돌려줘야 하는 지금도 이런데, 유류분 제도가 없어지면 가족 간 분쟁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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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유류분 제도 헌재 공개변론 당시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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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가수 구하라 씨가 숨진 뒤 20년 넘게 연을 끊었다는 친모가 나타나 상속을 받아 공분을 산 바 있다. 현행법상 부양을 하지 않았어도, 심지어는 불효·패륜을 저질러도 상속은 받을 수 있다. 법무부는 이런 사람은 상속권자에서 배제하고, 유류분권자 범위에서 형제·자매를 빼는 등 수정이 필요하나 유류분 제도 자체는 유지해야 한단 입장이다. 대법원도 지난 2022년 한 판결을 통해 “유류분제도는 위헌이 아니다”고 판시했다.

■ 제정 땐 없었고 개정에 포함…유류분 도입 배경 돌아보니

우리의 유류분 제도는 기본적으로 (일본을 거쳐 온) 프랑스 상속법에 기원한다고 여겨진다. 다만 양국의 도입 배경과 역사는 사뭇 다르다. 김현진 인하대 로스쿨 교수는 “프랑스 혁명기의 입법자들은 신체제에 호의적인 젊은 세대들을 반동적인 아버지들의 귀족계급적 무기인 유언으로부터 보호하고자 처분의 자유는 약화시키고 유류분을 강화하였다”고 설명한다.

현소혜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유류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 전기 정도까지 흔적이 남아 있었다고 말한다. 조선 중기 이후 남녀 균분상속이 장남 독점상속으로 바뀌었지만 그래도 상속인끼리 어느 정도는 나눠야 한다는 통념은 여전히 있어 ‘분재청구권’이 일제강점기까지 있었다고 한다. 다만 1960년 민법 제정 당시 여성 단체의 의견 피력에도 불구하고 “가장이 결정한 것을 가족이 뒤집어 엎을 수 없다”는 의견이 승리한 결과 도입되지 않았다. 이후 1977년 민법 개정 때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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