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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기자의 시각] 서울대 인재像 보고서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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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학교 정문 앞.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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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대가 내년도 학부대학 설립을 앞두고 인재상을 정하기 위해 전문가 등 53명을 심층 면담해 ‘서울대 인재상’ 관련 보고서를 만들었다. 최종적으로 결정된 ‘서울대 학부대학 인재상’은 ‘도전과 공감으로 미래를 여는 지성’. 짧은 문구의 인재상 안엔 연구를 통해 나타난 서울대생의 약점과 이를 극복해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인재로 길러나가야 한다는 대학의 의지가 엿보였다.

보고서 내에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바라본 서울대 졸업생에 대한 인식이 담겼다. 호평도 있었다. 답이 정해져 있거나 루틴이 있는 업무나 문제에 대한 수행 능력이 우수하고, 성공 경험으로 인해 자신감이 많다는 등이다. 반면 눈길을 끈 건 단점을 언급한 대목이었다. 다른 사람과 맞춰 소통하는 협업 능력이 떨어지고, 답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에 대해 용기가 없고 스스로 잘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이기적이다” “나르시시즘(자기애)이 강하다” “엘리트주의에 빠져 있다” “인간다움이 부족하다”는 강도 높은 비판도 있었다. 통렬했다.

보고서에 쏟아진 지적을 두고 ‘선배 세대’인 전문가들이 ‘후배 세대’인 요즘 학생들에게 ‘꼰대’처럼 훈계했다는 말도 나왔다. 서울대생이 이기적이고 도전 정신이 부족하다는 유의 지적은 하루 이틀 일도 아니지 않느냐는 자조 섞인 푸념도 들렸다. 일면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보고서에 나온 지적들이 그저 흘려넘겨도 될 만한 말들에 불과할까.

70여 년 전 전쟁의 폐허 속에서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은 뛰어난 리더들과 근면성실한 국민의 합심으로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뤘다. 그 과정에선 똑똑하고, 성실하고, 톱니바퀴처럼 맡은 바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해내는 그러한 인재가 필요했다. 학생들의 역량을 최대로 키워 사회에 그런 인재를 배출한 대표적인 학교 중 하나가 서울대라고 할 수 있다. 국가 발전에 서울대 졸업생들의 역할도 작지 않았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과거와 같은 인재상이 정답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한 서울대 교수는 “사회는 계속 변화해온 데 반해 교육은 30~40년 전 수준에 머물러 혁신적 인재를 배출하지 못했다”고 했다.

서울대 인재상 개발을 위한 보고서는 이 같은 문제의식 위에서 시작됐다.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고 혁신 방법을 제시할 인재를 어떻게 키워낼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 말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한 인사는 서울대 인재상을 ‘북극성’에 비유했다. 교육의 방향성이나 목표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잡아 어떤 인재를 어떻게 가르쳐 사회에 배출해낼 것인지에 대한 나침반 같은 것이라는 의미다. 이번 서울대 인재상 보고서가 서울대생만을 위한 ‘북극성’을 넘어 대한민국의 북극성 같은 존재가 되길 기대한다.

[박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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