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9 (수)

[만물상] 축소되는 네옴시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일러스트=이철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해온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대폭 축소될 것이라고 한다. 네옴시티의 핵심은 사막에 높이 500m 초대형 거울벽 건물을 양측에 길게 두 동 세워서 직선형 도시 ‘더 라인’을 건설하는 것인데 그 길이가 170㎞에 달했다. 그것이 2.4㎞로 대폭 줄어든다는 것이다.

▶사막에 상상 이상의 건축물을 세운 역사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일군 기원전 바빌로니아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복자이자 건설왕 네부카드네자르 2세가 메디아 왕국의 아미티스 공주와 결혼했다. 북부 산악 지대에서 사막으로 시집와 향수병에 걸린 아내를 위해 왕은 수도 바빌론에 산(山)처럼 7층 계단식 구조 건물을 짓고 테라스와 옥상을 정원으로 꾸몄다. 500㎞ 떨어진 메디아 왕국에서 수백종의 나무와 꽃을 가져오는 엄청난 역사(役事)였다. 7층 높이 꼭대기까지 물을 끌어올려 거대한 정원에 물을 줬다. 이 ‘공중 정원’을 보고 그리스인들이 고대 7대 불가사의 건축물의 하나로 꼽았다.

▶UAE의 수도 아부다비는 세계 최초로 루브르 해외 분관을 유치했다. 2017년 개장한 루브르 아부다비는 바다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축물 그 자체가 거대한 예술품이다. 사막인 사디야트섬 해안에 건물 공사를 끝낸 후 바닷물을 채우는 방식으로 건설했다. 55개나 되는 건물의 집합체인데 그 위를 직경 180m 금속제 돔이 덮고 있다. 석유가 나기 전 아부다비는 대추야자 재배가 전부였다.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은 야자 잎사귀 사이로 떨어지는 비에 착안해 미술관을 설계했다. 금속망을 겹쳐 만든 거대한 돔은 구멍이 숭숭 뚫려 빛도, 비도 통한다.

▶두바이 빈 라시드 알막툼은 온갖 기록적 건축물을 세우고 두바이를 중동의 금융·물류 허브로 탈바꿈시켰다. 높이 828m의 세계 최고층 건물 부르즈 칼리파, 바다를 매립한 3개 인공 섬으로 이뤄진 야자수 모양의 팜 아일랜드 등으로 두바이는 일약 사막의 신기루 같은 도시가 됐다. 최근에는 ‘부르즈 칼리파’를 중심에 두고 주위에 550m 높이로 거대한 기둥을 5개 세워 그 위에 반지 모양 구조물을 만드는 ‘다운타운 서클’ 구상도 발표했다.

▶중동 산유국들은 오일머니의 힘으로 상상 초월의 ‘21세기 바벨탑’, ‘현대판 공중 정원’을 세우고 있다. 최대 산유국 사우디의 빈 살만 왕세자가 단숨에 이를 능가할 프로젝트를 추진했는데 진짜로 가능할까 싶던 그 구상이 결국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건설비 때문에 상상만으로 끝나는 모양이다.

[강경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