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임무본부장 내정' 존리…그가 꼽은 우주청 '시그니처' 프로젝트
우주항공청 임무본부장으로 내정된 존 리 전 나사 본부장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발표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사진=전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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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리(John Lee) 전 NASA(미국 항공우주국) 고위임원이 한국 우주 R&D(연구·개발)를 주도할 '실세'로 떠올랐다. 30여년 간 백악관과 NASA에서 일한 전문가로서 그는 일찌감치 지난해부터 한국 우주항공청의 비전에 대해 우리 정부에 의견을 제시해 왔다. 특히 신설 우주항공청의 대표 프로젝트로 한국형 우주탐사선의 '제4라그랑주(L4)' 탐사를 제시했다.
2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내달 27일 개청을 앞둔 '한국판 NASA' 우주항공청의 초대 청장은 윤영빈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가 맡는다. 그리고 사실상 우주항공청의 R&D를 주도하게 될 초대 우주항공임무본부장 자리에는 존리 전 NASA 고위임원이 임명됐다.
존리 본부장은 우주항공청 설립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해 9월 한국천문연구원에 '세계 7대 우주강국 도약을 위해 한국 우주항공청은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제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천문연은 우주항공청에 편입되는 R&D 핵심 기관이다. 머니투데이가 확보한 의견서에 존리 본부장은 지난해 8월 방한해 국내 우주 관련 산학연과 의견을 교환한 뒤 "향후 우주항공청이 나가야 할 방안에 대한 의견을 정리해 제언한다"고 적었다.
그는 "R&D, 산업 활성화, 인력 양성, 국제협력을 동시에 우주항공청 중심으로 연계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NASA에서 추구하는 것과 같은 국제 규모의 선도적이며 지속 가능한 대형 프로젝트를 가급적 빨리 한국 우주항공청의 설립과 동시에 제시하고 설계하며, 실현되도록 조정·관리할 것"을 주문했다.
태양과 지구 사이 '안정 지대' 라그랑주점/그래픽=김현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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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리 본부장은 먼저 "우주항공청에는 국제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선도형 우주프로젝트가 있어야 한다. 이는 인류 최초의 임무(mission)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주탐사선의 개발·활용'을 강조했다. 그는 우주 발사체·탑재체는 우주항공청의 '시그니처(Signature·특징적인) 프로젝트'에 걸맞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구체적 실현 방안으로 "우주항공청 설립과 동시에 미국·유럽연합과 함께 한국의 산업체에서 만든 우주탐사선을 태양-지구 사이 제 4 라그랑주 위치(L4)에 보내 전 세계 과학자들이 참여하고 사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존리는 "이런 규모의 국제적 대형 프로젝트가 한국에서 실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라그랑주점은 2개 천체의 중력이 그 사이에 위치한 작은 물체(위성 등)의 구심력과 정확히 같아지면서, 실질적으로 중력이 사라지는 평형점을 의미한다. 18세기 말 프랑스 천문학자인 조제프 루이 라그랑주가 발견, 그의 이름이 붙었다. 라그랑주점은 총 5개 존재하는데, 중력이 '제로(0)'에 가까운 만큼 안정적으로 천체를 관측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안착한 제2라그랑주(L2)가 지금까지 우주 탐사의 주된 목표 지점이었다.
L4의 경우 영구적인 안정상태가 유지되는 '절대평형점'이다. 제자리를 벗어난 천체도 다시 평행점을 향해 돌아오게 돼 있다. 떠돌이 소행성들이 L4에 갇혀있는 이유다. 이런 안정성 덕분에 미래에는 우주 정거장 또는 우주 콜로니의 건설에도 가장 적합한 지점으로 꼽힌다. 다만 아직 우주탐사선을 보낸 국가는 없다. 존리 본부장이 실제로 L4 탐사 프로젝트를 제시한다면, 이는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도전적 과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존리 본부장은 한국 우주탐사선의 L4 탐사를 바탕으로 L4 태양권 우주관측소 구축 구상을 밝히면서 "우주항공청이 제안하고, 한국의 산업체와 출연연, 대학이 함께 수행하도록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한국이 NASA처럼 프로그램 단위로 우주임무의 성격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우주항공청에서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확장·적용·관리한다면 앞으로 한국은 우주분야 전반에 걸쳐서 안정성, 유연성, 지속성, 포괄적인 성격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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