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 "보안 장비 생산·판매 기업 대상…보조금 의혹 예비 조사"
조사 대상, 태양광패널·전기차 이어 풍력터빈·전동차·의료기기 전방위 확산할듯
EU 집행위원회 |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현지시간으로 23일 해당국 당국자들과 함께 들이닥쳐 정보통신기술(ICT) 시스템에 접속하고 직원 연락처 등을 검색하는 등 상당 시간 조사를 벌였다.
EU 집행위는 성명을 통해 "EU 역내에서 보안 장비를 생산·판매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예고 없이 방문 조사를 했다"고 밝히면서도, 조사 대상이 된 기업의 업종·명칭·국적 등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이번 조사는 왜곡된 해외 보조금 의혹에 대한 예비 조사 단계"라면서 "다음 단계는 심층 조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U 집행위는 최근 중국 기업들을 상대로 EU 역외보조금 규정(FSR) 준수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해왔다. FSR은 제3국에서 과도한 보조금을 받아 제품 단가를 낮춘 외국 기업이 EU 내에서 기업결합이나 공공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규제하기 위한 법이다.
특히 작년 7월 FSR이 전면 시행된 이후 세 건의 조사가 이뤄졌으며, 모두 중국 기업이 대상이다.
첫 조사 대상 기업은 불가리아 공공조달 입찰에 참여했던 중국 국영 열차제조업체 중처그룹(CRRC)의 자회사 중처쓰팡(中車四方)이었다.
20량의 전기 열차 유지 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젝트였으나, 중국 당국으로부터 20억달러(약 2조7천400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며 EU 집행위가 조사를 시작하자 중처쓰팡 측이 사업 참여 계획을 전면 철회한 바 있다.
풍력 발전 터빈(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지난 9일 "중국 풍력터빈 공급업체에 대한 새로운 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스페인·그리스·프랑스·루마니아·불가리아 풍력발전단지 개발과 관련된 중국 기업이 그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EU 주재 중국 상공회의소가 EU 집행위의 네덜란드·폴란드 소재 중국 기업을 상대로 한 새벽 급습 조사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고 SCMP는 전했다.
이 신문은 EU 집행위가 중국 의료기기 업체들을 상대로 2022년 6월 채택한 국제 공공 조달규정(IPI)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도했다.
IPI는 EU 기업의 공공 조달 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제3국의 기업들이 EU 조달시장 입찰을 제한하거나 입찰 조건에 불이익을 주는 상호주의 성격의 조달 규정이다.
외교가에선 태양광 패널·전기자동차를 필두로 시작된 EU 집행위의 중국산 반(反)보조금 조사가 플라스틱·전동차·풍력터빈 등으로 그 대상을 넓혀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실제 EU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줄이면서 역내 녹색산업 전환을 가속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저가 중국산 태양광 패널 수입 증가로 홍역을 앓고 있다. 중국산이 시장을 잠식하면서 EU 역내 기업들이 고사하고 있어서다.
중국산 전기차도 EU 집행위가 골머리를 앓는 대상이다.
중국이 수십년간 막대한 보조금을 줘 자국의 CATL(닝더스다이·寧德時代)과 비야디를 세계 점유율 1, 2위의 전기차 배터리 업체로 육성하는 한편 소비자에게 2009년부터 전기차 구매세 인하 조치로 세계 전기차 시장을 장악한 뒤 유럽 시장으로도 몰려들고 있어서다.
EU 집행위는 작년 10월부터 중국산 전기차를 대상으로 반보조금 조사를 시작했으며, 올해 11월까지 지속할 예정이다.
현재로선 EU 집행위가 첨단반도체·양자컴퓨팅·인공지능(AI) 제품은 물론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원천 차단하는 미국의 디리스킹(de-risking) 정책에 본격적으로 가세할지 여부가 가장 큰 관심거리다.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은 근래 왕원타오 상무부장의 유럽 순방 등을 계기로 EU의 보호주의를 경계하면서도 '윈-윈 해결'을 강조하고 있으나 그다지 EU 회원국들로부터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중국 BYD 전기차 생산현장 |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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