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률 높고·폐업사업체 많아…'왕자관' '유생촌' 등 추억의 장소도 사라져
상무지구 등 도심 팽창으로 구도심 생존 위협 받아
'충장 르네상스'로 재기 꿈꿔…"3개 권역 나눠 상권 개발"
임대 광고 붙은 빈 점포 |
(광주=연합뉴스) 형민우 김혜인 기자 = "1980년대만 해도 주말이면 충장로에 사람이 너무 많아 다닐 수 없었는데, 이제는 너무 썰렁하네요."
20여 년 만에 고향인 광주를 찾은 김혜경(63)씨는 인적이 끊긴 광주 동구 충장로의 밤거리를 걸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용돈을 모아 LP를 사러 갔던 25시 음악사는 온데간데없고 넓은 주차장이 들어섰다.
토요일 오후 학교를 마치면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떨며 즐겁게 놀았던 '우다방'(광주우체국)도 없어져 이제 빛바랜 추억이 됐다.
김씨처럼 80~90년대 충장로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쇠락한 충장로를 찾을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 "과거 화려했던 명성은 어디에"…쇠락한 충장로
충장로는 서울의 명동처럼 광주를 대표하는 거리다.
광주 사람들이 보통 '시내'라고 표현하는 충장로는 만남의 장소이자 쇼핑의 중심지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왔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주말이면 젊은이를 비롯해, 사람들로 넘쳐났지만, 상무지구와 수완지구, 첨단지구 등이 들어서면서 상권은 급격히 쇠락하기 시작했다.
한때 충장로 1∼3가의 상가 권리금이 1억∼2억원에 달했으나 코로나19 이후 권리금도 사라졌다.
임대료도 50평 기준, 1천∼2천만원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40~50%가량 떨어졌다.
지난 21일 취재진이 찾은 충장로는 평일이어서 그런지 더 한산했다.
10여년 전만 해도 대형 의류매장과 화장품 판매점, 카페 등이 즐비했던 충장로 2∼3가를 걷다 보니 군데군데 빈 점포가 눈에 띄었다.
'상가 임대'를 알리는 작은 현수막도 오래전에 게시했는지 햇빛에 바래고 있었다.
썰렁한 충장로 |
유동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충장로 1가 입구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휴대전화 대리점이 들어서기를 반복하던 상점은 부동산 업체가 붙인 임대 현수막만 바람에 나부꼈고, 내부에는 버려진 집기만 쓸쓸하게 빈 점포를 지키고 있었다.
옛 무등극장 건물을 중심으로 1층 건물은 모두 비어 있었다.
광주의 맛집으로 알려졌던 중국요릿집 왕자관은 2019년 문을 닫았고, 80년대 만남의 장소였던 돈가스집 유생촌은 2021년 폐업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금남로와 충장로 일원에 있는 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이 330㎡(100평)를 초과하는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올해 3분기 24.97%로 전국 평균 12.73%를 크게 웃돌았다.
연간 폐업사업체 수도 광주에서 가장 많았다.
광주지역 주요 상권 폐업 사업체 수는 지난 2022년 기준 충장로 상점가가 428개로 가장 많았고, 첨단 젊음의 거리(421개), 수완나들목(193개) 순으로 나타났다.
충장로에서 만난 한 상인은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소비 추세가 확산한 데다, 첨단지구 등에 쇼핑몰이 들어서면서 더 힘들어졌다"며 "과거 화려했던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지자체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인 퍼레이드 |
◇ '충장 르네상스 사업' 추진…재기 꿈꾸는 충장로
광주 원도심 상권이 쇠퇴를 거듭하고 있지만, 충장로는 여전히 광주의 최대 상권이다.
호남지방통계청이 작성한 광주지역 주요 상권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 2022년 기준 광주지역 주요 상권 소재 사업체 수는 2만2천658개였다.
충장로가 3천335개로 가장 많았고, 첨단 젊음의거리 2천291개, 금남로 1천416개, 수완 나들목이 1천381개로 조사됐다.
이는 충장로가 여전히 광주의 중심지로서 명맥을 잇고 있다는 반증이다.
광주 동구청은 충장로 활성화를 위해 2022년부터 100억원을 들여 '충장 르네상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깨비 골목 등 특화 거리를 조성하고 대형 미디어 아트존 설치 등 공공시설 개선, 충장 라온페스타 개최, 충장로 골목 여행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의 한 업체가 문을 닫은 쇼핑몰 건물을 사들여 복합쇼핑몰로 개축, 문을 열 예정이어서 상권이 부활할지 관심이 쏠린다.
충장축제에서 만나는 추억의 오락실 |
주승일 충장상인회장은 "광주에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면서 충장로 상인들의 걱정이 더해지고 있지만 오히려 백화점에 없는 충장로만의 분위기와 특징을 살려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며 "학생과 젊은이들이 충장로를 찾아 즐겁게 놀고먹을 수 있는 새로운 문화 거점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택 동구청장은 "충장 르네상스 사업이 3년 차에 접어들면서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충장로 상권 특색에 맞는 3개 권역으로 구분하는 충장 마을백화점과 도심 골목여행, 핵점포(인지도가 높은 점포) 유치 등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minu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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