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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사설] 해병대 수사 외압, 대통령실 언제까지 숨길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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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김영배 민주당 의원이 해병대 예비역 연대와 ‘제21대 국회 채 상병 특검법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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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넘긴 채 상병 순직 사건 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한 날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앞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사건 기록 회수를 자신이 지시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더해 비서관-국방부 통화 사실이 확인되면서 대통령실 직접 개입 정황은 한층 뚜렷해졌다.



23일 한겨레와 문화방송(MBC) 보도 등을 종합하면, 해병대 수사단이 사건 기록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지난해 8월2일 국방부 검찰단이 이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국방부·경찰 등과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간부에게 전화했고 이 간부가 경북경찰청에 연락해 “(사건 기록 회수와 관련해) 국방부의 전화가 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오후 1시50분 유재은 법무관리관은 경북경찰청에 전화해 “사건 기록을 회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시원 비서관이 유 법무관리관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했고 오후 늦게 통화가 이뤄졌다. 국방부 검찰단은 저녁 7시20분 경북경찰청에서 사건 기록을 회수해 갔다.



대통령실이 사건 기록 회수에 깊이 관여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정황들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도 같은 날 해병대와 긴밀히 연락을 취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국가안보실에 파견된 김아무개 대령이 오후 1시26분 해병대 사령관 비서실장과 통화했고, 오후 4시께에는 임종득 당시 국가안보실 2차장이 해병대 사령관과 통화했다. 군을 관장하는 국가안보실에 더해 경찰과 연결되는 공직기강비서관실까지 대통령실이 전방위적으로 나선 것이다.



이런 사실에 비춰보면 사건 기록 회수가 국방부 검찰단 자체 판단이었다는 그동안의 국방부 해명은 도무지 믿을 수 없다. 국방부 검찰단장이 사건 기록 회수를 위한 회의를 연 것은 8월2일 오후 2시40분으로 확인된다. 그 전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과 유 법무관리관은 이미 회수 방침을 정한 듯 경찰과 연락을 취했고 국가안보실도 분주히 움직였다.



드러난 사실들이 하나같이 가리키는 곳은 대통령실이다.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해병대 수사단의 애초 수사 결과를 뒤집고 되레 박정훈 수사단장을 항명죄로 몰아간 과정에 대통령실이 관여한 것을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진상을 밝히기 위한 특검 도입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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