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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서울대·아산병원 주 1회 휴진…다른 대형병원으로 번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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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3일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에 비대위가 붙인 포스터가 붙어 있다. 문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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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5 병원 가운데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에 이어 주1회 외래 진료와 수술을 멈추는 휴진을 결정했다. 전국 20여개 의과대학이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차원에서도 이런 결정을 내려 주요 대형 병원 전체로 확산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대 의과대학·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3일 오후 총회를 열고 “30일을 시작으로 매주 1회 휴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도 이날 총회 직후 “서울아산병원·울산대병원·강릉아산병원은 5월 3일부터 주 1회 휴진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분당서울대병원 소속 교수들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등에 모여 1시간 반 가량 전체 교수 총회를 열었다. 총회에서 교수들은 오는 30일 하루 전원 휴진하고 이후로도 매주 1회 진료·수술을 중단하기로 뜻을 모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서울대병원 교수는 “응급실, 중환자실을 제외하고 예약된 환자들을 조정해서라도 가급적 휴진에 대거 참여해달라는 비대위 요구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더 강경하게 이끌어달라는 내부 요구가 있다”라고도 전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주1회 휴진이 결정된 것은 처음”이라며 “휴진 규모에 따라 대응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비대위 측은 휴진 이유에 대해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의료 공백이 두 달 넘게 이어지며 이들 공백을 메꾸는 교수들의 피로도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한 교수는 “교수들이 당직을 서기 때문에 일주일에 5일 일하기가 어렵다. 1시간 자기도 한다”고 했다. 지난 16일 공개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 교수 522명 가운데 40.6%는 주 80시간 이상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응급·중환자를 다루는 필수 의료 인력은 휴진 참여 대상이 아니라는 게 비대위의 설명이다. 중환자를 치료하는 한 서울대병원 교수는 “휴진 참여 여부는 교수 일을 대체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핵심”이라며 “초응급 환자를 보는 과 등은 휴진과 무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 언론 대응을 맡은 배우경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심뇌혈관 질환 등을 빼고 일반 외래 환자를 보는 과나 중한 수술을 다루지 않는 과들이 (주 1회 휴진)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비대위 측은 이날 총회 결과를 24일 오전 10시 30분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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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대구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진료실 앞에 토요일 휴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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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대 비대위 측도 이날 “25일로 예정된 교수 사직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라며 “장기간 비상 의료 상황에서 교수들은 정신적·신체적 한계로 인해 진료와 수술을 재조정해야 한다. 5월 3일부터 주 1회 휴진 예정”이라고 밝혔다. 울산대 측은 또 진료 재조정 방안으로 육아를 하는 의사들의 휴직을 신청하기로 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대위도 이날 제8차 정기 총회를 온라인으로 연 뒤 “다음 주 하루 휴진을 결정했고 날짜는 대학별로 자율적으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후로 주1회 하루 휴진 여부는 병원 상황에 따라 금요일(26일) 정기 총회 때 상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회의에 참여한 의대(병원)는 20여곳이다. 이들 결정에 따라 빅 5 병원 등 주요 병원들이 주1회 휴진에 동참할 가능성이 커졌다.

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교수 비대위 측은 이미 오는 26일부터 매주 금요일 외래 진료를 휴진한다고 밝힌 상태다. 원광대병원 비대위는 26일부터 매주 금요일 수술을 중단하기로 했고, 다음 달 3일부터는 매주 금요일 외래진료를 하지 않기로 했다.

세브란스병원이 수련병원인 연세대 비대위는 24일 오후 5시 임시전체교수회의를 열고 휴진 여부 등을 논의한다.

의료계 내부적으로는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한 서울대병원 교수는 “총회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휴진에 동의할 수 없다”라며 “진료를 거부할 이유가 없어 예정대로 진료할 것이다. 휴진에 참여하는 교수들도 진료나 수술 일정을 조정해 환자한테는 큰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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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하자 의료진들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서 환자를 급히 이송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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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들의 휴진 논의는 이달 말로 예정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확정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의료계 안팎에서 나온다. 이 시점에서 대정부 공세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배우경 교수는 “정말 지쳤다는 의견이 대다수지만, 이렇게라도 정부에 항의하려는 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사직 전공의(응급의학과)는 “진료 중단은 사직서 취합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일인데 정부는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25일이 되면 일부 의대 교수가 사직서를 낸 지 한 달째로 사직 효력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대형병원의 주 1회 휴진까지 거론되면서 환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한 환자 카페에는 “전화를 오매불망 기다리는데 기약 없이 수술이 미뤄지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전날(22일) “응급실·중환자실·수술실·분만실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 중증 의료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교수들은) 25일 이후에도 부디 의료현장에 남아달라”고 호소했다.

채혜선·문상혁·남수현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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